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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여건 한계에도 정부 균형발전정책·업계 투자 필요 맞물려
호남·충청에 후공정 분산 가능성…"前공정 이전은 경쟁력 저하"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에 발맞춰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거점 입지를 두고 호남·충청권 투자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업계도 정부 지원 하에 신규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수도권에 비해 인프라와 인력, 관련 생태계 등에서 지방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점진적 입지 분산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촬영 진연수] 2025.7.31 [촬영 홍기원] 2025.7.24
◇ 전력·용수·인력·생태계 모두 수도권 '우위'
11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 거점을 호남과 충청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부터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으나,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1천조원을 들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없지 않았다.
특히 지방의 경우 막대한 전력 및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기엔 여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0.01초의 순간 정전에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 특성상, 수도권처럼 즉각적인 전력 우회 공급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이 문제로 꼽혔다.
지방은 한강 수계의 막대한 원수를 배후에 둔 수도권에 비해 대규모 공업 용수를 공급받기에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심각한 지역의 인력난이 반도체 산업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반도체 산업은 설치와 운영, 관리, 연구개발(R&D) 모두 석박사급 중심으로 인력이 구성되는데, 지방 이전 시 이들의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팹 운영에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설계(팹리스) 및 소프트웨어 지원이 필수적으로, 이미 수도권에 설계 전문 인력과 세계적 장비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평택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반도체 초호황에 지방균형발전론 부상…업계 추가투자 필요성도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진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이 지방 투자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필요성을 제기할 정도로 이들 기업이 더 강력한 압력에 노출되는 양상이다.
마침 이들 반도체 기업도 글로벌 AI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의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에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방안과 인허가 특례 등 내용이 담긴 것도 이들 기업이 지방 투자를 고려할 만한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겠다.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드릴 것"이라고 말하며 이 같은 논의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방에 투자할 경우 호남권이 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기존 충청권 중심의 패키징(후공정) 거점을 관련 생태계가 있는 광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호남은 태양광·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용수 조달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새만금에 조성될 피지컬 AI 밸류체인과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패키징을 비롯한 일부 후공정 시설을 호남에 두거나, 올해 19조원 규모로 발표한 충청권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패키징 중심 입지 분산 시나리오…"전공정 이전은 무리"
다만, 이 같은 신규 투자가 반도체 칩을 만드는 메인 팹 등 전공정 증설로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작은 패키징과 달리 첨단 전공정에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수백개 협력업체 생태계, R&D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단기간에 지방에 새로 조성하거나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고급 R&D 인력의 지방 근무 기피 정서 역시 단기간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반도체 투자 입지에 대해 "전력, 물, 땅, 사람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지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부분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인력 조달과 부지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패키징 라인 중심의 점진적 입지 분산 시나리오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도 반도체 증산을 위해 지방 투자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패키징 투자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전공정까지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용인 메가클러스터 추진 정책을 흔들고 산업 경쟁력을 저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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