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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임기범의 AI혁신 스토리…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기술 생태계

입력 2026-06-02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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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고,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임기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 객원교수

[본인 제공]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보며 먼저 떠오른 질문은 "직원들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었다. 열심히 일한 직원이 좋은 성과에 보상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보상이 어떤 원칙 위에서 이루어졌고, 그 장면이 사회 전체에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에 있다.


삼성전자는 그저 하나의 대기업이 아니다. 한국 산업의 상징이고, 수많은 협력사와 연구자, 대학, 청년 인재들이 바라보는 기준점이다. 그런 기업에서 특정 사업부 성과급이 수억원대까지 거론될 때, 그것은 회사 내부의 임금 협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주는 위험과 보상의 균형을 묻게 되고, 다른 사업부 직원들은 내부 형평성을 묻게 된다. 연구자와 이공계 학생들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사회는 결국 어떤 일을 선택한 사람에게 가장 큰 보상을 주는가.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천억원,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영업이익만 53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AI 반도체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이런 성과라면 DS부문 직원들이 더 큰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노사가 정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급률 상한은 따로 두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연봉 1억원 기준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성과급까지 합쳐 최대 6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실제 지급액은 세부 기준과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숫자가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작지 않다.


주주 입장에서도 질문은 남는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고 주가가 내려가면 손실을 떠안는 쪽은 주주다. 그런데 역대급 성과의 과실을 나눌 때 직원 성과급은 크게 부각되고, 주주환원은 기존 틀 안에 머문다면 "위험은 내가 지고 잔치는 다른 사람이 하는가"라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배당은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372원, 총액 약 2조4천533억원이다. 안정적 배당 정책의 필요성은 이해한다. 그러나 주주환원과 미래 투자, 직원 보상의 원칙이 함께 설명되지 않는다면, 성과급을 둘러싼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회사 안의 온도 차도 작지 않다. 같은 삼성전자 안에서도 DS와 DX,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부와 연구조직 사이의 격차는 커질 수 있다. 성과가 다른 조직에 같은 보상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격차가 지나치면 성과주의는 조직을 묶는 원리가 아니라 조직을 가르는 원리가 된다. 한 사업부의 실적도 장기 연구, 브랜드, 협력사 관리, 글로벌 영업, 그리고 과거의 실패와 투자가 쌓인 위에 서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논란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다. 지금 한국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를 추진하고 있다. AI 주권을 이야기하고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자는 취지다. 초기 5개 정예팀 중 2개가 탈락하고 1개가 추가 선발돼 현재 4개 팀이 경쟁 중인데, 이 명단에 삼성의 이름은 없다.


물론 모든 기업이 모든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에도 사정은 있을 것이다. 지식재산권 문제, 사업 전략 노출 우려, 정부 과제 방식과의 부조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은 자체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공개했고, AI 반도체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해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1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AI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기에 질문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다.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수혜를 크게 누리는 기업이라면, 독파모의 빈자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참여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참여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의 기여는 더 분명해야 한다.


삼성의 책임은 기부금 액수의 차원이 아니다. 국내 최고 기업이라면 생태계의 앵커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다. 독파모 참여팀과 탈락팀, 대학 연구실, 스타트업, 공공연구기관을 연결하는 장기 펀드, 국산 AI 모델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갤럭시·가전·온디바이스 AI 플랫폼을 개방하는 것, 컴퓨팅 자원과 메모리 인프라 지원, 장기 AI 연구자 펠로십 같은 방식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국내 기술 생태계를 위해 대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로다.


지금 연구개발 생태계는 흔들리고 있다. 공공연구기관 정규직 이공계 신입 박사의 연평균 급여는 2024년 기준 4천790만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 박사 초봉도 평균 5천631만원 수준에 머문다. 반면 특정 사업부 성과급은 수억원대로 보도된다. 이를 단순한 '배 아픔'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는 한국 사회가 청년 과학기술 인재에게 보내는 보상 구조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KAIST에서 2021년부터 2024년 10월 초까지 의·치대 진학을 이유로 자퇴한 학생이 182명에 달했다는 소식 앞에서 우리는 이공계 위기를 걱정한다. 그런데 정작 사회가 보여주는 보상 구조는 어떤가. 실패 위험을 안고 장기 연구를 하는 사람보다, 이미 성과가 나는 사업부에 올라탄 사람이 훨씬 크게 보상받는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러고도 청년들에게 "기술로 나라를 살리자"고 말한다면, 그것은 설득이 아니라 어긋난 신호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성과급을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많이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는 다르다. 삼성은 한국의 산업정책, 인재 양성 시스템, 협력사 생태계와 함께 성장해온 기업이다. 그렇다면 성과의 과실을 내부에서 나누는 데 그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는 한 번쯤 물어볼 만하다.


반도체로 번 돈이 성과급으로만 끝난다면 그것은 잔치다. 그 돈이 주주환원과 장기투자, 연구개발 인재, 독자 AI 생태계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투자다.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성과급의 명분이 아니라, 한국 기술 생태계의 중심 기업이라는 책임의 증명이다.


오늘의 성과급이 내일의 연구자를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로 돈을 벌면서도 다음 세대 반도체와 AI를 만들 사람들을 잃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성과를 나누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현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컴팩 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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