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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이건 무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입력 2026-05-30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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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탱크데이'·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확산


'역사 인식 부재' 문제 반복…여러 결재 라인서 못 걸러내

사회·역사적 민감성 결여…"이중·삼중 검증 장치 갖춰야"




MBC TV '21세기 대군부인'의 구류면류관

[MBC 방송 화면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누군가 당신의 생일날 하필 상복을 입고 나타나 축하주를 건넨다면, 과연 그걸 '실수'라고 믿어줄 수 있을까? 최근 벌어진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을 보며 든 생각이다. 5.18이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픈 단면 위에 탱크를 띄우다니, 이건 무지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지난 22일 엑스 이용자 'co***')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두고) 이거 중국 드라마야? 모아보니 진짜 더 화나네… 엄격한 고증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이건 그냥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도 이상하다는 걸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어린 친구들이 재밌게 본다고 들었는데, 이게 진짜 잘못된 건지 모르고 보겠지." (지난 16일 스레드 이용자 '19***')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이벤트와 MBC TV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우리 사회 곳곳의 '역사 인식 부재'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두 사례 모두 기업·제작사의 많은 결재·검토 라인을 거친 '상품'이 소비자·시청자에 도달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문제'를 인지하거나 지적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관계자들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결여에 대한 비판과 개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해법에 물음표가 붙는다.




스타벅스, 5·18에 '탱크데이' 논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발적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변명의 여지가 없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판매하면서 계엄군 탱크 투입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하는 듯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사용해 거센 불매운동에 직면했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명예교수·한국현대사연구소장은 28일 "이번 사안을 우발적 실수로만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혐오를 드러내는 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사상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기업 프로모션의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교수는 "죽음과 희생에 관한 아픔의 이야기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면서 프로모션했다는 점이 많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이라며 "국가폭력을 옹호하거나 국가폭력에 희생된 시민과 기념일을 희화화하는 것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고 짚었다.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지난 15일 11화 마지막에 그린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즉위식에서 왕이 자주국의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국에서 사용하던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자주국의 상징인 '만세' 대신 제후국이 쓰는 '천세'를 외친 장면이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설정이 동북공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MBC는 문제가 된 11화 엔딩 장면을 삭제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드라마의 방영 중단과 VOD·OTT 콘텐츠 폐기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더니 나흘 만인 26일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MBC TV '21세기 대군부인'

[서경덕 교수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설정에는 스토리상의 설정과 사실의 설정 두 가지가 있다"며 "21세기에 우리나라가 아직도 왕권 국가라는 설정은 작가가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해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상의 설정이나, 사실의 설정은 팩트가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사실의 설정이 틀리면 첫째로 리얼리티에 손상을 주고, 둘째로 왜곡이나 오류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작품의 배경에서 대한제국은 제국의 제도를 썼으므로 '만세'라고 해야 한다. 제후국이었던 조선에서 명나라를 의식해 쓰던 '천세'를 가져왔다면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작가가 상식에 근거해서 썼어야 하고, 작가가 틀렸더라도 제작자가 충분히 걸러냈어야 한다"며 "그것을 걸러낼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했거나 너무 서둘러 제작하다 보니 일일이 챙기지 못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성규 전북대 사학과 교수도 "가상의 시기를 설정해놓고 그 설정에 맞지 않는 역사적 요소를 사용하는 식의 왜곡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 매장에 붙은 사과문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과 관련,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당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 사과문이 붙어 있다. 2026.5.30 ksm7976@yna.co.kr


◇ 반복되는 논란…"이중, 삼중의 검증 장치 마련해야"


그러나 '역사 인식 부재'에 따른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9년에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양말 광고에서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라는 문구를 사용해 사과했다. 스타벅스 역시 202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클래식 머그 컬렉션'을 출시한 사실이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비판으로 재소환됐다. 2021년 3월에는 SBS TV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과 역사 왜곡 논란 끝에 방송 2회 만에 폐지됐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역사교육의 부족, 관계자들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결여, 내부 검증 체계 부재 등이 꼽힌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26일 '5·18 탱크데이' 관련 자체 조사 결과 "그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마케팅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조차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어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의 사회적, 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초경쟁 시대에는 브랜드의 가치나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만큼 고객과의 관계,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잘못된 역사 인식이나 잘못된 사실을 사회적 책임 없이 내보냈을 때 그 파장은 기업에 직접 갈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이나 역사적 인식이 국민 정서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사건의 이름이나 키워드만 가져와 매출을 올리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접근은 편협하며, 일반 소비자나 고객의 입장에서 마케팅 전략이 적합한지 검증하는 내부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기업 명성을 유지하려면 사회적 민감성이 높아야 한다"며 "사회적 민감성은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 경영의 영역과도 연결된다.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징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면 기업과 브랜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업 활동의 투명성도 커진 만큼, 기업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모든 대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윤리경영위원회와 같은 사전 검토 장치를 두고 민감한 표현이나 상징을 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시민단체들,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 발표 상경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면피성 꼬리자르기 사과 정용진 회장 규탄,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민중행동 등 참석자들이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5.30 mon@yna.co.kr


◇ "국가 차원의 무료 고증 지원 센터 필요"


'21세기 대군부인'은 마지막회 13.8%라는 높은 시청률에도 역사 왜곡 논란에 축포를 쏘아올리지 못했다. 제작진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연출자와 주연배우들이 잇달아 사과했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제작 초기 단계부터 역사 고증과 검증 절차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 교수는 "이번 드라마를 보고 아이들이 어디 가서 '천세, 천세'라고 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철저하게 검증하고 교정해 최종 콘텐츠를 내놓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중, 삼중의 검증 장치를 제작자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도 "역사를 소재로 한 콘텐츠에서 '이런 방식으로 역사가 흘러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하는 '꿈꾸는 역사'는 허용돼야 한다"면서도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관련 분야 역사학자와 제작진을 연결하는 공식 전문가 풀을 마련하고, 사전 자문 절차와 디지털 고증 자료 활용 체계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유아 인천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 콘텐츠를 구상하는 초기 단계에서 국가 차원의 무료 고증 지원 센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 작가들이 개인 비용으로 박사들을 찾아가 고증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방송 편성이 된 뒤에는 이미 스토리와 초반 대본이 완성돼 있어 고증을 이유로 내용을 흔들면 전체를 다시 써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짚었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도 SNS를 통해 "역사 용어, 복장, 대사. 역사 왜곡 논란이 매번 터지면서도 늘 그 자리"라고 지적하며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억원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십만원으로 대신하려 하시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시는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 이런 고민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제안을 한 번 해본다"며 대본, 의상, 세트장 등을 한 번에 고증할 수 있는 역사물 고증 연구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대국민 사과하는 정용진 회장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5.30 dwise@yna.co.kr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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