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팩트체크] 불매운동, 얼마나 효과 있을까…매출 타격부터 경영권 상실까지

입력 2026-05-29 06:30:02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스타벅스 결제 급감…'노재팬' 유니클로 적자 전환·방일 한국인 수 반토막


'효능감' 지각할 때 참여도 높아…충성도·전환비용·대체재 등은 냉각요인

"불매운동은 지갑으로 하는 투표"…"개인의 선택권 보장해야" 의견도




'스타벅스 불매·역사모욕 규탄!'

5월 21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광주점 앞에서 광주·전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5·18 '탱크데이' 행사로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 속에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응해 '가치소비'를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실제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락하거나 경영권까지 잃은 사례들이 있다.


불매운동은 기업에 비해 힘이 약한 소비자들이 자기 의사를 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가맹점주·현장 노동자들의 억울한 피해와 개인의 선택권 침해 등의 문제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불매 운동이 기업에 쏟아내는 감정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 등 명확한 목표 아래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불매운동, 매출 하락 넘어 경영권 흔들기도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에서 시작된 불매운동의 영향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논란 직후 일주일간(5월 18~24일) 스타벅스의 주간 결제금액은 236억9천만원으로, 전주 대비 약 84억 7천만 원(26.3%) 급감했다.


불매 운동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시장 철수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태로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이후 제품 품질, 광고 진실성, 경쟁사 비방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불매 운동이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2013년 갑질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110만원선을 넘나들던 주가는 장기간 불매운동이 누적되고 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2020년에는 20만∼30만원대까지 하락했다.


2021년 불가리스 허위광고 사태가 벌어지면서 결국 홍원식 회장 일가는 2021년 사모펀드(한앤컴퍼니)에 지분을 넘겼다. 이후 매각을 번복하며 2년 넘게 소송전을 벌였으나 2024년 1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오너 경영은 6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삼립(옛 SPC삼립)은 2017년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각종 산업재해 발생 등 노동 이슈가 주기적으로 불거지면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도 삼립의 경영실적은 2024년까지 줄곧 상승세를 유지했다. 가맹점주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해 불매 열기가 냉각됐고, 기업간거래(B2B) 실적이 유지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들의 매출 하락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삼립에 대한 불매운동은 실패로 볼 수 있을까. 국정감사에서의 문제 제기, 정부의 압박 등이 이어지면서 삼립은 근무체계 개편 등에 나섰다. 이와 관련한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삼립의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전년보다 59% 감소했다. 불매로 인한 직접적인 수익성 하락은 아닐지라도 기업의 리스크 관리 비용을 증가시켜 재무적 타격을 가한 셈이다.




"가지 않습니다"…반토막 난 일본 여행 예약 (CG)

[연합뉴스TV 제공]


불매운동은 '국가'를 대상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한 뒤 일본 정부가 2019년 7월 경제 보복을 감행하며 촉발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대표적이다.


2021년까지 이어진 불매운동의 대표 표적은 '위안부 폄훼' 논란이 인 유니클로였다.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2019년 회계연도(2018.9∼2019.8)에 1조3천여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2020년 회계연도(2019.9∼2020.8)에는 매출 6천297억여원, 영업손실 883억여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일본계 자동차 브랜드들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나들던 데서 10%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이 중 닛산은 매출 타격을 이기지 못하고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짐을 쌌다. DHC와 슈에무라 등 뷰티 브랜드들도 불매운동 여파로 2021년 줄줄이 철수했다.


노 재팬 운동은 여행에도 영향을 끼쳤다. 2018년 753만9천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방일 한국인 수는 2019년 상반기에도 386만명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그해 7월 불매운동 시작 후 하반기엔 172만 명으로 급감했다.


노 재팬 운동은 시간이 지나며 양국 관계가 다소 회복되면서 사그라들었다.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2025년 회계연도(2024.9∼2025.8) 1조 3천524억원, 영업이익은 2천704억원으로 2019년 회계연도 실적에 근접했다.


또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945만9천6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900만 명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효능감' 지각할 때 참여도 높아…10명 중 6명은 불매운동 경험


주요 논문과 보고서들은 불매운동의 핵심 참여 동기로 기업의 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의지와 윤리적 소비 의식 등을 꼽는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2%는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해도 공동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심리학회지의 '누가 불매운동에 참여하는가?' 연구(2018)와 한국콘텐츠학회지에 게재된 '불매운동 참여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2021) 등에 따르면 불매운동 참여는 '지각된 효능감'에 의해 가장 크게 좌우된다. 나의 불매가 실제로 기업의 태도를 바꾸고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고하게 믿을수록 적극적으로 동참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문제 행위를 얼마나 심각하게 지각하는지,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과 소비자 자신을 얼마나 동일시하는지, 사전에 해당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어떤지, 기업이 얼마나 악의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는지 등도 불매운동 참여 의도를 강화하는 데 영향이 있었다.


반면 불매운동이 냉각되는 이유로는 브랜드 충성도와 전환비용, 대체재의 존재 등이 거론된다.


한국PR학회지의 '불매 운동의 개인적 딜레마'(2019) 연구는 소비자가 기존 습관을 버리고 새 제품에 적응해야 하는 전환 비용이 크고 기존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수록 장기적인 불매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한국디지털정책학회 학회지 '디지털융복합연구'의 '불매운동 지속의도 및 중단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2020) 연구를 보면, 초기의 소극적 참여자들은 우수한 대체 제품 유무나 대중적 여론에 쉽게 흔들리기 쉽지만,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자들은 당장의 이득보단 기업의 책임 있는 사과나 보상 등 궁극적인 목적이 달성됐다고 판단했을 때 합리적으로 불매를 거두는 성향을 보였다.


이처럼 불매운동의 참여 동기나 양상은 다양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이행 의지는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관련 조사에서 64%는 불매운동을 직접 경험했거나 현재 참여 중이라고 답했다. 불매 유발 원인으로는 '사회적 물의', '재무가 불건전', '성별, 장애 등 차별' 등이 많이 꼽혔다.




치킨 불매운동 등장 (CG)

[연합뉴스TV 제공]


◇ "불매운동은 지갑으로 하는 투표…재발 방지 등 전략적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소비자가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항해 집단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방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불매운동은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항해 자기 의사를 가장 강력하게 표현하는 카드"라며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거나 매출 등 재무제표에는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기업에 즉각적인 타격을 줘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을 "지갑으로 하는 투표"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게 한다"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불매 운동을 한다면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긍정적인 소비자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매운동은 이처럼 소비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가맹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본다거나 여론의 압박 속에 개인의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에서는 애꿎은 매장 직원들이 폭언과 멸시 등 피해를 보고, 인터넷에 '스타벅스 들고 다니면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홍주 교수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기업의 책임을 묻는 정교한 소비자 행동이 필요하다"며 "불매가 기업에 쏟아내는 감정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 등 명확한 목표 아래 변화를 만들어내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불매운동은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명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을 국민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하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압박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bookmania@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5-29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