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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는 왜 가난한가…프레임 바꾸면 보이는 것들

입력 2026-05-28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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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부사장

[김명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못사나요


아프리카 대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김없이 마주하는 해묵은 질문이 하나 있다. "아프리카는 왜 아직도 그렇게 못사나요"라는 질문이다. 이 직설적인 물음의 밑바닥에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들의 게으름이나 역량 부족, 혹은 만연한 부정부패를 빈곤의 당연한 인과관계로 돌려버리는 서구 중심적인 선입견이 은연중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대륙의 경제적 결핍을 특정 민족의 성정이나 역량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 위험하고 게으른 진단은 없다. 우리는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들은 왜 '못사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들을 '구조적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는가'로 말이다.


아프리카의 빈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 문명사적 핸디캡과 역사적 상흔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설파한 '지리적 결정론'은 아프리카가 직면한 첫 번째 거대한 장벽을 잘 설명해 준다.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게 뻗어 기후와 작물, 농업 기술의 전파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기후대가 급격히 변한다. 이는 문명 간의 교류와 기술 전파를 가로막는 치명적인 환경적 요인이었다. 여기에 얼룩말이나 사자처럼 가축화가 불가능한 대형 포유류의 제약, 그리고 인간의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말라리아와 같은 치명적인 '균'의 존재는 아프리카가 인류 문명의 초기 축적 단계에서부터 많은 핸디캡을 안고 출발하게 했다. 출발선 자체가 공평하지 않았다.


여기에 제국주의 시대가 남긴 잔혹한 식민 지배의 유산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19세기 말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 대륙의 부족적 특성과 문화적·언어적 경계를 완전히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권에 맞춰 자로 그은 듯한 국경선을 확정 지었다. 서구 세력이 떠난 자리에는 강제로 한 울타리에 묶인 부족 간의 유혈 갈등과 내전이라는 비극만이 남게 됐다. 더욱이 식민지 종주국들이 구축해 놓은 경제 구조는 자립적인 제조업이나 자체 산업 기반 육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커피, 카카오, 광물 등 가치 있는 원자재만 고스란히 약탈해 가는 '추출형 경제' 시스템을 고착화시켰다. 이는 독립 이후에도 아프리카 국가들이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구조적인 하청 기지에 머무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필자는 과거 대학 특강에서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학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각도의 질문을 역으로 던진 적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현재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너무나 빨리 달리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한 데 이어 "아프리카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는 아닐까요"라고 질문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들의 성장 지표와 발전 속도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이뤄낸 압축 성장의 상징이다. 원조받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6위 수출 대국이라는 경이로운 도약을 이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선진국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한국인들의 경제적 눈높이는 세계 최고 수준에 맞춰져 있다. 우리는 과거 달성했던 성장 속도와 고도화된 시스템을 기준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들이 한 걸음씩 딛고 있는 점진적인 변화와 발전이 마치 '낙후'나 '정체'처럼 느껴지는 상대적 시차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

세이셸의 해변 [세이셸 래플스 제공]


◇역동적 현장 보지 못한 선입견…6.25 전쟁 혈맹과 '우분투' 정신


실제로 아프리카를 하나의 거대한 빈곤의 늪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현장을 보지 못한 선입견이다.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세이셸이나 모리셔스 같은 국가는 뛰어난 관광 자원과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달성하며 소득수준이 높은 강소국으로 자리 잡았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제 수도인 요하네스버그의 금융 중심지와 번화가는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혹은 유럽의 여느 선진 도시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고도화된 현대식 고층 빌딩과 인프라가 즐비해 있다.




요하네스버그 마천루 야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류 진화의 요람이라 불리는 역사적 깊이를 간직한 요하네스버그는 오늘날 브릭스(BRICS)와 주요 20개국(G20)의 멤버인 남아공의 초현대식 경제 허브로 기능한다. 이러한 모습은 선진국의 획일화된 잣대로 아프리카를 '가난한 대륙'이라 단정 짓는 시선이 얼마나 단편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5년 아프리카 국가별 1인당 GDP

[Worldmete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불과 몇십 년 전 대한민국의 발자취 역시 그들이 지나고 있는 현재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과 싸우며 한 단계씩 인프라를 구축해 나갔다. 이러한 지난날을 망각한 채, 높은 소득수준을 달성한 선진국의 잣대로 아프리카를 재단하는 것은 일종의 오만일 수 있다.


아프리카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광범위한 모바일 보급률을 기반으로 서구 사회보다 빠르게 핀테크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또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풍부한 인구 구조를 무기로 삼아 미래 잠재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다만 그들의 성장 방식과 속도가 선진국이 규정한 정형화된 틀에 즉각적으로 담기지 않을 뿐이다.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참전용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2년 6월 21일 서울 금천구 골드리버호텔에서 열린 에티오피아 강뉴부대 6·25전쟁 참전용사 초대행사에서 참전용사 타데세 월데매드흔 중사와 벨라체우 아메네쉐와 선임 하사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ryousanta@yna.co.kr


아프리카 대륙이 겪고 있는 빈곤과 고통은 결코 그들만의 무능이나 부패가 낳은 비극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함께 짊어져야 할 구조적 불평등과 환경적 불리함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게다가 에티오피아와 남아공 등 아프리카의 이웃들은 우리가 가장 어려운 처지에서 피를 흘리던 6.25 전쟁에 참전해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고마운 존재들이다. 오늘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한 우리는 그들에게 도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이미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선진국의 높은 시선에서 내리는 일방적인 진단인 "그들은 왜 못사는가"라는 질문을 멈추어야 한다. 대신 '우리가 이룩한 눈부신 성장의 경험과 온기를 어떻게 지구촌 이웃들과 지속 가능하게 나눌 것인가', 그리고 '그들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대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어떻게 존중하고 협력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똑같은 아픔을 겪었고 이제는 세계 무대의 앞에서 달리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우분투'의 정신으로 글로벌 사회에 내놓아야 할 책임 있는 답변이자 시대적 책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명희 부사장


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부사장, 단국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 헬싱키 경제대 MBA, 저서 '물어물어 찾아낸 나의 친구 아프리카', 아프리카지역본부장·파리관장·케냐관장·알제관장·소피아관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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