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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중국 자율주행의 역습, 피지컬 AI

입력 2026-05-26 1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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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합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베이징 모터쇼에 다녀온 후기를 전했다. 특히 베이징 모터쇼와 함께 열린 '신에너지 발전 예측 대회'(Energy Development Forecast Conference)와 '해외 진출 생태계 포럼'(Overseas Ecosystem Forum)은 하나의 부대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 자리는 중국 자율주행 산업의 나침반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적 무대였다.


특히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의 위카이(Yu Kai) CEO와 모멘타(Momenta)의 차오쉬동(Cao Xudong) 대표 등 업계 리더가 던진 메시지는 현장을 압도할 만큼 강렬했다. 그들의 선언은 단 하나의 명제로 귀결된다.


"자율주행의 다음 단계는 그저 '객체 인식'이 아니다. 실제 세계의 물리적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인지'(Cognition)의 영역이다."


이는 수사적 변화만이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할 때 비로소 그 도구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했다. 과거의 자율주행이 차선, 차량, 보행자를 오차 없이 분리해 내는 '시각적 정확도'라는 기계적 전제에 매몰돼 있었다면, 이제는 도구인 차량이 역으로 인간의 도로와 운전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제 사물을 그저 데이터 조각(Object)으로 보지 않는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의 '의도'를 파악하고, 비정형 공사 구간의 '잠재적 위험'을 예측하며, 보행자의 미세한 어깨 움직임에서 '행동'의 맥락(Context)을 읽어낸다.


포럼 현장을 지배한 '물리적 AI'(Physical AI)라는 개념은 인공지능이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를 넘어 중력, 마찰력, 관성 등 대자연의 물리 법칙과 3차원 공간 구조를 내면화했음을 의미하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이동 기계를 넘어, 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물리적 로봇'(Physical Robot)으로 진화하고 있다.


◇ 라이다의 귀환, 기계가 입체적 눈을 얻다.


이 과정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라이다(LiDAR)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이다는 고가의 프리미엄 기술이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모터쇼는 2천만 원대 보급형 차량에도 라이다를 기본 탑재하는 '하드웨어의 평준화'를 보여주었다. 이는 자율주행의 핵심 경쟁력이 다시 '현실 세계를 얼마나 왜곡 없이 정밀하게 포착하는가'라는 본질로 회귀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화웨이의 '치안쿤 ADS'나 모멘타의 '월드 모델' 아키텍처는 라이다가 실시간으로 뿜어내는 3차원 점군(Point Cloud) 데이터를 먹고 자라고 있다. 즉, AI라는 '두뇌'가 라이다라는 '입체적 눈'을 확보하면서 자동차는 차선을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주변 환경의 물리적 움직임을 이해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더 이상 진보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실세계 로봇'(Physical Robot)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맵 프리'(Map-free) 기술이었다.


기존 자율주행은 인간이 미리 자로 재어 정밀하게 구축해 둔 고정밀 지도(HD Map)라는 완벽한 '데카르트적 좌표계' 안에서만 숨 쉴 수 있었다. 인간이 그려놓은 궤적을 이탈하면 기계는 눈이 멀었다. 지도 구축의 막대한 비용과 실시간 업데이트의 한계는 자율주행의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반면 중국 기업은 이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차량 자체가 실시간으로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그 자리에서 주행 가능한 경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디프루트(DeepRoute.ai)는 이미 2023년 고정밀 지도 없는 스마트 주행 솔루션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후 비전·언어·행동을 결합한 VLA 모델을 통해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의 해석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 치안쿤 ADS 맥스 역시 2026년 기준으로 맵리스 도심 주행과 주차공간까지 이어지는 P2P 기능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라이다의 대중화는 맵 프리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차량은 이제 주변 도로와 사물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3차원 스캔하며, 자율주행은 '미리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기술'에서 '스스로 길을 이해하며 개척하는 기술'로 이동했다.


기술의 상용화는 인간의 편의를 넘어 노동의 본질을 바꾸는 물류 현장에서 가장 먼저 만개하고 있었다. 전시장에서 공개된 카고봇(KargoBot) 스페이스 2.0 등 무인 물류 플랫폼은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완성도를 보였다.


승용차 자율주행은 소비자 신뢰, 보험, 책임, 규제, 도심 안전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반면 물류는 반복 경로, 정해진 운행 시간, 명확한 비용 절감 효과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운전자가 사라지면 자동차는 사람을 태우는 기계에서 물류 알고리즘이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화다. 자율주행 승용차가 인간의 시간을 해방하는 기술이라면, 자율주행 물류는 산업의 시간을 재편하는 기술이다.


24시간 운행, 인건비 절감, 장거리 운송 효율화하는 편의 차원이 아니라 물류비용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에게 남겨진 '데이터 주권'과 생태계 통합


베이징에서 목격한 중국의 속도는 기술 추격 개념을 넘어섰다. 중국 개발진은 라이다를 보급형 차량까지 확산시켜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미래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영토 확장 전략'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일 기술이 아니라 센서, AI 컴퓨팅, 차량 OS,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 등을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Ecosystem)로 엮어내고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그물망 안에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흐르며 기계를 진화시킨다.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이제 단편적인 기술 경쟁은 의미가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처음부터 하나로 결합한 '통합형 엔드 투 엔드 생태계'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고성능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학습시키며, 어떤 표준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확보 역시 가장 시급한 과제다.


2026년의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차량 기술 경쟁만으로 설명이 안 된다. 그것은 현실 세계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그 학습을 얼마나 안전하게 검증하며, 다시 실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태계 경쟁이다.


필자가 본 것은 베이징의 화려한 전시 쇼가 아니었다. 자동차가 기계에서 지능으로, 운송 수단에서 현실 세계를 해석하는 로봇으로 바뀌고 있다는 문명사적 전환의 장면이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전략도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자동차를 조금 더 잘 만드는 하드웨어 강국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개척하는 '지능형 이동 체계'의 설계자가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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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6 13: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