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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AI 도입 넉달, 보고서 막히면 '보키'부터…해외서도 관심

입력 2026-05-26 0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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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도와주는 동료 안착…데이터 분석·번역·기사 제목 예측 등 호평




한국은행 자체 AI 보키(BOKI)

[한국은행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한미 금리차 관련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할까?"


예전 같으면 통계 시스템과 과거 보고서를 일일이 뒤지느라 반나절 이상 걸렸을 업무지만 이제는 한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보키(BOKI)'가 단숨에 한국과 미국의 국고채 금리 데이터와 관련 시계열 자료를 추천해준다.


보키는 한은 내부 데이터 플랫폼인 '바이더스(BIDAS)'와 연동돼 약 1천900만개의 데이터 세트 중 사용자가 구하는 정보를 찾아준다.


과거에는 망 분리 환경 탓에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별도로 찾았지만, 지난 1월 보키가 도입된 이후부터 한 번에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보키에는 데이터 검색·분석 외에도 내부규정 검색, 자료 번역, 조사·연구 자료 검색 기능 등도 있다.


직원들은 보키 도입 4개월여만에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은 한 직원은 26일 "급한 지시를 받으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는데, 지금은 먼저 보키와 상의한다"며 "업무를 함께 고민해주는 동료가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 '챗GPT 충격'에 자체 AI 본격 설계…"내부 자료 활용이 핵심"


한은은 2020년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한 뒤 AI와 기계학습(ML)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이어왔다.


챗GPT 등 민간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자, 자체 AI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디지털혁신실 관계자는 "원래도 AI 도입 필요성은 계속 느끼고 있었지만, 챗GPT 등장 후 기존 계획보다 훨씬 속도를 높여 자체 AI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시장 분석 등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중앙은행 특성상 내부 문서를 외부 AI에 입력하기 어려운 점도 자체 AI 구축을 결정한 배경이다.


보키 개발 단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최신 글로벌 모델보다 성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내부 자료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보키 개발 과정에서 한은은 약 140만건의 내부 문서를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했다.


일부 부서는 자료 공유에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특정 부서만 활용하던 자료를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데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료를 확보한 뒤에도 개인정보 제거, 민감 정보 분류, 중복 문서 정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개발 파트너로 네이버가 선정된 것도 보안 요건 때문이다.


생성형 AI를 공공·금융기관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원 보안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하는데, 당시 해당 요건을 만족하는 사업자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은은 네이버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대형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자체 AI 플랫폼인 보키를 완성했다.




AI 관련 기조연설 경청하는 이창용 총재와 이해진 의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오른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6 한국은행ㆍ네이버 공동 AX 콘퍼런스에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의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2026.1.21 yatoya@yna.co.kr


◇ 가장 만족도 높은 기능은 '번역'…'AI 공보관'도 인기


보키 기능 중 번역이 만족도가 가장 높다.


한은은 각종 경제지표와 전망, 정책 보고서 등을 국문과 영문으로 동시에 작성해 배포하는데 상당수 자료가 공개 전까지 대외비인 만큼 외부 번역 서비스를 활용하기 쉽지 않았다.


한 실무 직원은 "외부 발간 자료 번역에 통상 이틀 정도 걸렸는데 보키를 활용해 4시간 만에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 보고서에서 흔히 사용하는 영문 표현을 적절히 추천해 줄 때가 많아 보키가 경제·통화정책 맥락을 상당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라고도 했다.


'AI 공보관' 기능도 인기가 있다. 보도자료나 보고서를 입력하면 예상 기사 제목과 기사 구성, 주요 쟁점을 정리해 주는 기능으로, 공보관실뿐 아니라 일반 부서 직원들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리자급 직원은 "공보관실 직원들은 기자들과 자주 소통하기 때문에 언론 시각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 외 부서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며 "AI 공보관은 자신이 작성한 자료가 어떤 기사로 보도될지 미리 살펴보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도구"라고 설명했다.


AI 공보관 학습 과정에는 주요 언론사의 기사 제목 데이터가 활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연합뉴스 기사 비중이 높았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은 "연합뉴스가 한은 자료를 많이 기사화하는 매체 중 하나여서 보도자료와 예상 기사 제목을 연결할 때 자연스럽게 많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 "민간 AI엔 밀리지만"…해외 중앙은행도 주목하는 보키


모든 분야에서 보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특히 조사·연구 업무에서는 챗GPT나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 민간 AI 서비스가 여전히 우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직원은 "보키의 답변 출처가 위키피디아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 답변을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연구자료 탐색이나 일반 정보 검색에는 민간 AI를 병행해 사용한다.


복잡한 표를 해석하는 능력도 과제로 꼽힌다. 한은 보고서에 자주 등장하는 다층 구조의 표를 분석할 때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보키를 향한 해외 중앙은행들의 관심은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보키는 중앙은행이 자체 데이터와 폐쇄망을 기반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 중앙은행 소버린 AI'다.


이 때문에 민간 AI 서비스를 유료로 구독하는 동유럽과 아시아권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보키 구축 경험과 운영 노하우에 관한 문의가 지속해 들어온다.


디지털혁신실 관계자는 "외국 중앙은행의 경우 내부 파일을 활용할 수 없어 막상 유료 버전을 구독해도 사용률이 저조하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며 "보키에 관해 내부보다 오히려 외부의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보키 주요 기능 설명 화면

[한국은행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업무 외 질문은 대답 불가'에서 "다래끼엔 온찜질"까지…보키 2.0


한국은행은 한 달여전부터 보키 2.0을 시험 운영 중이다.


가장 큰 변화는 기능 통합이다. 기존에는 기능별로 메뉴를 오가야 했지만 2.0 버전에서는 하나의 화면에서 검색·분석·규정 조회 등이 가능해졌다.


답변 방식도 달라졌다.


1.0 버전은 업무와 무관한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며 대화를 종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0은 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한 직원은 "얼마 전 다래끼가 나서 보키에 물어봤더니 온찜질을 해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업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절했는데 지금은 훨씬 자연스럽게 대화한다"고 말했다.


다만 2.0은 아직 정식 버전은 아니다.


현재는 1.0 버전만 국정원 승인을 받은 상태로, 인터넷 검색 기능 등이 추가되는 2.0 버전은 국정원의 추가 보안 승인이 필요하다.


관계자는 "6월 중 2.0 버전에 대한 추가 테스트를 거쳐 개선 사항을 반영한 뒤 7월쯤 정식 버전을 공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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