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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로봇·스마트시티 좌우할 핵심 인프라
이임평 교수 "국내 플랫폼, 구글 생태계 종속 위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 "지도 데이터는 이제 단순한 길 찾기 도구가 아닙니다.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로봇, 스마트시티의 핵심 인프라이자,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거대한 생태계를 주도할 공간 기반 AI 모델(GeoFM)의 핵심 자원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임평 공간정보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구글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 결정에 대해 이같이 논평했다.
20년간 이어져 온 고정밀지도 반출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길찾기 아닌 '공간 AI 전쟁'…지도산업 판도 재편
이 교수는 이번 구글 지도 반출 허가 결정이 단순한 내비게이션이나 길 찾기 서비스 시장의 점유율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지도 데이터를 길 찾기 기능 중심으로만 인식했다"라며 "특히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단순 지도 원본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공간 기반 AI 모델을 누가 주도하느냐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고정밀지도 반출 결정에서 정부는 교통 네트워크에 한정한 데이터만 반출하도록 했지만, 공간정보업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가 파운데이션 모델에 지도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시켜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경우 국내 지도 앱을 독점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지도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지도 서비스에 진출하면 향후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산업의 주도권까지 통째로 내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플랫폼 기업이 현재 구조에 안주한다면 장기적으로 구글의 공간 AI 생태계에 락인(Lock-in)될 위험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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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버튼만으론 한계"…AI 학습 추적체계 필요
정부는 이번 반출을 허가하며 국내 서버 기반 처리, 제한된 데이터 반출, 안보 위협 시 '레드버튼' 가동 등을 전제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본 바탕지도와 도로 네트워크 등 제한된 데이터만 반출되는지는 국내 서버 로그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반출된 데이터를 목적 외 용도, AI 모델 학습 등에 활용할 때 이를 포착할 기술적 방법이 현재로서는 부재하다는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제시한 레드버튼에 대해서도 "이미 반출돼 AI 모델 학습에 녹아든 데이터를 과거로 되돌려 삭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완벽한 기술적 차단이 어렵다면 제도적 투명성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반출 데이터의 상세 범위와 레이어를 공개하고 정기적인 접근 기록과 보안 대응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학계·산업계·법률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민관 검증 거버넌스, 어떤 공간정보가 어떤 AI 모델에 학습됐는지 기록하는 등록체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계약 위반 시 반출 허가를 회수하고 손해배상을 묻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구글이 요청한 한국 지도 반출 여부가 결정되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에 직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16.8.24 ryousanta@yna.co.kr
◇ 구글 의존 막으려면…공공 데이터 개방·GeoFM 육성해야
이 교수는 고정밀지도 반출 이후 국내 생태계 육성을 위해 공공데이터 개방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연구자는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고 스타트업은 거대 모델을 학습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가장 우선해서 시행해야 할 정책으로 한국형 공간 기반 AI 모델 구축 인프라를 꼽았다.
개별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구축하고 학습시킬 수 없는 만큼 정부가 공공 데이터를 AI 학습용 데이터셋으로 정비하고 범용적인 한국형 공간 기반 AI 모델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오픈 API 형태로 민간에 제공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도는 한 번 구축하면 인근 국가로의 확장성이 뛰어난 플랫폼 자산"이라며 "카자흐스탄이나 베트남 같은 국가는 안보 체제상 미국 빅테크나 중국 시스템을 경계하지만 국가 차원의 공간 AI 인프라는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레퍼런스 삼아 정부가 가교 역할을 하고 민간이 진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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