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K-VIBE] 이순열의 K-스타트업…엑셀러레이터, 지역 제조기업 성장을 열다

입력 2026-05-22 14:00:02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

[본인 제공]



최근 지역 창업 정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 중 하나가 '로컬 크리에이터'다. 지역 고유의 문화, 콘텐츠, 식음료, 관광,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바탕으로 한 창업이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고, 지역 브랜딩과 로컬 소비에 대한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역 산업의 실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 경제를 실제로 지탱하는 중심축은 여전히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다.




강원도립대·양구군,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인재 양성 '맞손'

(양구=연합뉴스) 15일 강원 양구군에서 군 관계자들이 강원도립대와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은 로컬 특화 상품화 개발·활성화, 로컬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 지역의 문화·관광 기반 콘텐츠 산업 발굴 등에 힘쓰기로 했다. 2024.7.15 [강원도립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taetae@yna.co.kr
(끝)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2025년 8월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은 약 830만 개에 이르며, 이 중 상당수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분포해 있다.


특히 제조업은 지역 산업 생태계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자동차 부품, 산업 장비, 금속가공, 화학소재, 전기·전자 부품 기업이 밀집한 부산·경남, 대구·경북, 충청권의 산업단지는 사실상 지역 경제의 핵심 토대다.


문제는, 우리가 지역 창업을 이야기할 때 이런 기업들을 창업·스타트업 생태계와는 별개의 존재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지역 제조 창업가는 상당히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그저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 경우보다, 특정 산업에서 10년·20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독립한 경우가 많다. 반도체 공정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 회사를 세운 대표, 자동차 부품 생산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장비 회사를 창업한 대표, 지역 산업단지 인맥을 기반으로 특수 부품 회사를 만든 대표가 중요한 사례다.


이들의 강점은 분명하다. 해당 산업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며, 이미 납품처·거래처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첫 매출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다음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제품을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하고, 각종 인증을 취득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고, 인력을 충원하며, 판로를 넓히려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제조업은 시제품 제작, 생산 공정 구축, 설비 투자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운영자금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초기 투자, 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R&D(연구개발) 자금, 정부 정책자금 연계는 지역 기업에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성장 기회를 열어준다. 예를 들어, 1억 원 안팎의 초기 투자에 TIPS와 R&D 자금이 함께 연결되면 총 8억~10억 원 규모의 성장 자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역 제조기업 대표 입장에서는 기업의 '다음 문'을 여는 결정적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많은 지역 기업은 이런 기회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는 높지만, 투자 유치 전략, 사업계획 수립, 시장 확장 방안, 그리고 창업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용어와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오랜 기간 현업 위주로 사업을 운영해 온 창업가들은 자신의 기술적 강점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수도권에 비해 외부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사업 내용을 다듬을 기회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액셀러레이터란 초기 창업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사업 전략·멘토링·네트워크 연결 등을 통해 빠른 성장을 돕는 전문 기관이다. 그런데 액셀러레이터의 본래 역할은 이미 준비가 완료된 기업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다. 아직 투자받을 준비가 덜 된 기업의 잠재력을 먼저 발견하고, 사업 전략·투자 스토리·시장 확장 구조를 함께 설계해 성장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지역 제조기업을 제대로 육성하려면 프로그램 운영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고, 기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공급망과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자금과 벤처투자 생태계까지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지역 제조기업 대상의 액셀러레이팅은 훨씬 높은 전문성과 훨씬 많은 수고를 요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이미 투자 준비가 잘 된 수도권 IT 스타트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에 열을 이해하는 젊은 창업팀, 빠르게 성장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에 기회가 집중된다. 반면 지역 제조기업은 공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고, 생산 공정을 이해해야 하며, 해당 산업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에 투자할 기업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발굴하고 함께 다듬어 투자받을 수 있는 형태로 성장시켜줄 액셀러레이팅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지금 지역에 필요한 액셀러레이터는 프로그램 운영 실적만 쌓는 조직이 아니다. 산업단지로 직접 찾아가고, 대표와 함께 사업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며, 투자와 정책자금을 끝까지 연결해내는 조직이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실제로 해내는 액셀러레이터에게는 더 명확한 보상과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지역 제조기업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다만 그 잠재력을 시장과 투자의 언어로 연결해줄 누군가가 부족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연결의 역할은, 결국 액셀러레이터가 해야 한다.


이순열 공익법인 임팩트투자 NGO 큐네스티 대표


seva@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