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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크리틱 영향력 커지며 평가 공정성 논쟁도 확대
'붉은사막' 사례 계기로 서구 중심 리뷰 문화 재조명

[게임 화면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법한 '메타크리틱(Metacritic)'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메타크리틱은 여러 평론가와 매체들이 매긴 게임·영화에 대한 '평점'의 평균 점수를 집계하는 사이트다.
메타크리틱 점수는 특히 게임업계에서 출시된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메타크리틱 제공]
국내 게임사들도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을 노린 PC·콘솔 패키지 게임 제작에 하나둘씩 뛰어들면서 메타크리틱 점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달 초 출시된 한 게임이 받은 평점이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토벤&다이노소어'가 개발하고 안나푸르나 인터랙티브가 퍼블리싱해 지난 7일 출시된 '믹스테이프(MIXTAPE)'는 출시 직후 글로벌 게임 매체들의 찬사가 쏟아지며, 메타크리틱 85점을 기록했다.

[게임 화면 캡처]
◇ '믹스테이프' 고평가 논란…게임성 평가 기준 도마 위
'믹스테이프'는 1990년대 미국 시골 마을에 사는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주인공 록퍼드는 꿈을 찾아 뉴욕으로 떠나기 전날 밤, 파티에 가려고 친구들과 모인다.
온갖 극적인 사건과 반전이 시작될 것 같은 배경 설정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그저 1970년대∼1990년대를 풍미한 옛 음악과 카세트테이프·스케이드보드·비디오 가게 같은 추억의 물건과 장소를 소재로, 동네 친구들과 과거를 회상하다가 끝난다.
서사구조의 '기승전결' 중 '기'만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도입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달리거나, 술에 취한 친구를 쇼핑카트에 태운 채 경찰차의 추격을 피하는 스테이지도 나오지만, 플레이어가 조작을 전혀 하지 않아도 클리어가 된다.
물론 복잡한 조작이나 시스템을 배제한 채 내러티브와 연출만을 강조한 게임도 분명히 있다. '인터랙티브 픽션' 내지는 '비주얼 노벨'이라 불리는 게임들이다.

[게임 화면 캡처]
하지만 '믹스테이프'에는 인터랙티브 픽션의 핵심 메커니즘인 플레이어의 '선택과 결과'가 배제돼있다.
인터랙티브 픽션에서 플레이어가 여러 선택지 중 내려야 하는 결정들은 종종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심지어 중요한 선택을 내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사건의 향방을 결정짓기도 한다.
올해의 게임(GOTY)을 수상한 텔테일 게임즈의 '워킹 데드'부터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선택을 통해 플레이어의 몰입을 끌어내는 정교한 내러티브 설계 때문이다.
하지만 '믹스테이프'는 이런 수작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로 부실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게임 화면 캡처]
◇ '붉은사막'과 엇갈린 평가…메타크리틱 공정성 논쟁 확산
반면 불과 두 달 전 출시된 어떤 한국 게임이 받은 점수는 어떤가.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263750]가 3월 20일 출시한 '붉은사막'은 출시 직후 메타크리틱 점수 78점을 받았다.
게임에 매겨지는 평점이 공정하다면 '붉은사막'은 '믹스테이프'보다 못한 게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어의 반응은 정반대다.
스팀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출시 직후 스팀에서만 27만6천여명의 이용자가 몰렸고, 론칭 두 달이 지난 현재도 일간 동시 접속자 5만∼6만명대를 견조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믹스테이프'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그 숫자의 1% 안팎에 불과한 최고 동시 접속자 2천245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물론 '믹스테이프'는 소규모 개발사가 제작한 만큼 펄어비스 같은 대기업과 체급이 다른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수십 곡의 기성 음악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할 만큼 퍼블리셔로부터 상당한 투자를 받긴 했지만, 대작을 표방하며 나온 게임은 애초에 아니다.

[게임 화면 캡처]
'붉은사막'을 즐기는 이들조차 게임의 서사 구조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이다. 발매 초기에 불거진 각종 버그와 편의성 부족 논란도 오롯이 제작진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동시에 '붉은사막'이 보여준 풍부한 콘텐츠 분량과 기술적 완성도, 상호작용 요소는 분명한 혁신이다.
모든 리뷰는 주관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플레이어를 매료시키며 5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작품이 3시간짜리 '걷기 시뮬레이터' 게임보다 한참 낮은 점수를 받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수의 해외 게임 매체 리뷰어가 '믹스테이프'에 준 평균 85점의 평점은 서구권 중심의 게임 평론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척박한 환경 위에서도 자체적인 혁신을 시도하는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무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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