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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돋보기] AI 확산에 몸값 뛰는 현장직, 짐 싸는 화이트칼라

입력 2026-05-16 0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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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늘며 냉각·전력 기술직 품귀…간병 서비스도 유망


'통째 소멸' 아닌 '직무 쪼개기'…"최종 판단은 결국 인간 몫"




사람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이 고학력 화이트칼라의 초급 일자리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연계된 현장 기술직 수요와 몸값이 동시에 뛰고 있다는 분석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의 '손발 역할'을 넘어 이제는 지식 노동의 심장부까지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동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단순 노무, 서비스직 대신에 AI가 할 수 없는 물리적 기술직과 돌봄, 병간호 등 대면 서비스 일자리가 주목받는 흐름이다.


◇ "코드 짜는 주니어 안 뽑아"…직업학교로 쏠리는 청년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밀집한 경기 판교 일대에서는 최근 들어 1∼3년 차 초급 개발자의 설 자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AI 코딩 도구가 주니어 개발자 3~4명분의 단순 코딩을 순식간에 처리하면서, 기업 입장에선 '코드만 짜는' 초급 인력을 뽑을 유인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IT 기업의 한 임원은 "단순 코딩이나 번역, 회계 기초 장부 정리 분야는 AI 도입으로 신규 채용 수요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며 "채용 시장의 문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국제 연구기관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는다. 생성형 AI가 기존 업무 자동화와 달리 코딩, 문서 작성, 보고서 초안 작성 등 고숙련 지식노동의 '입구 작업'을 직접 떠맡으면서 초급·주니어 직군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과외에 직무상담까지?…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어디까지(CG)

[연합뉴스TV 제공]


반면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의 손길이 직접 닿아야 하는 배관·전기·건설·설비 분야는 인력 부족과 임금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대학 진학 대신 직업학교로 진로를 바꾸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미 비영리기관 내셔널 스튜던트 클리어링하우스(NSC) 집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직업학교 입학률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영국에서도 유나이티드 칼리지 그룹(UCG) 기준 최근 3년간 공학·건설 과정 등록률은 10% 정도 늘어났지만, 대학 학부 등록률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들은 대학 학자금 대출을 떠안는 대신 20대 초반에 배관공·용접공·전기 기술자 등으로 현장에 뛰어들어 1억원 내외의 연봉을 버는 사례를 자주 소개하고 있다.


AI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가장 대체 위험이 낮은 직업 중 하나가 배관공"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AI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AI 공장을 짓기 위해선 엄청난 수의 전기공과 배관공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 AIDC 폭증에 전력·냉각 기술자 '귀한 몸'


현장 엔지니어의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는 핵심 요인은 역설적으로 'AI 자체'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AI 데이터센터(AIDC)가 세계 곳곳에 들어서면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고 엄청난 발열을 식혀줄 인프라를 구축·유지할 기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0년대 중후반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0년대 초에는 수천억달러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언론 공개

(안산=연합뉴스) 카카오가 지난 11일 프레스 밋업 행사를 열고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내 데이터센터 안산을 공개했다. 사진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서버실. 2024.6.12 [카카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내에서도 AI 특화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냉각·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동반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8년까지 연평균 11% 증가하며, 특히 생성형 AI 도입이 '전력 과열'을 이끄는 최대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급증은 곧 '사람 찾기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망과 냉방 설비를 설계·시공·유지보수할 수 있는 경력직은 인력 풀 자체가 적어 부르는 게 값"이라며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서버실 누수가 발생하거나 변압기가 터졌을 때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CEO 역시 최근 개발자 행사에서 "거대한 AI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전기기사, 배관공, 목수가 필요하다"며 AI 시대에도 물리적 기술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은 기업들이 AI 도입과 동시에 전기·기계·냉각·설비·건설 엔지니어에 대한 장기 계약 및 사전 확보에 나서면서,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숙련 기술자에게 기존보다 20∼30%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 병간호·돌봄 서비스도 'AI 불가침지대'


AI가 텍스트·이미지·코드 생성 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온기와 신체 노동이 필요한 돌봄 분야는 대표적인 'AI 불가침지대'로 꼽힌다.


실제 주요국에서는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요양보호사, 간병인, 방문 간호사 등 돌봄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병간호, 요양, 재활 보조 등은 단순 반복 노동이 아니라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과 정서적 교감이 필수적인 영역이다.


이 때문에 AI 로봇이 일부 신체 보조·모니터링을 맡더라도 최전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가족과 소통하는 역할은 상당 기간 사람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본, 노약자·환자 돌봄 로봇 지원금 추진

(나고야 교도=연합뉴스) 사진은 2015년 2월 23일 오후 나고야시에서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개발한 개호용 로봇 '로베아'가 여성을 들어올려 침대로 옮기는 장면. 2015.12.28
sewonlee@yna.co.kr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돌봄, 병간호 분야 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외국 인력 유치까지 추진하면서까지 인력난을 해소하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일자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가 사람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이라며 특히 돌봄, 교육, 심리상담 등 정서적 노동이 결합한 영역은 기술적 대체가 가장 어려운 분야라고 지적한다.


◇ 기계는 '연산', 인간은 '책임'…일자리, '직무 쪼개기'로 재편


전문가들은 향후 일자리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기보다 직업 내부에서 세분화된 직무가 기계와 인간 사이에 재배치되는 '직무 쪼개기'가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고숙련 지식업무와 창의 영역까지 일부 대체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현실에선 정형화된 반복 업무는 기계가 떠맡고 복잡한 상황 판단·조정과 최종 책임은 인간에게 남는 구조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병원 업무도 AI 서비스로 편리하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국제 병원의료산업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병원 업무 관련 AI 스마트 데스크를 체험하고 있다. 2025.9.17
jin90@yna.co.kr


언론사 기자 직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속보나 단순 시황, 데이터 기사는 이미 로봇이 초안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취재원과 신뢰를 쌓아 이면의 맥락을 캐내고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를 엄격히 교차 검증해 최종적으로 데스킹하는 권한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 기자의 몫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AI가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판독하더라도 최종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법적 책임을 지는 주체는 의사라는 점에서 구조는 비슷하다.


해외 기업들도 회의록 정리, 이메일 초안 작성, 코드 뼈대 생성 등 반복적인 지식 업무에는 AI를 적극 도입하면서도 고객과의 협상, 위기 대응, 윤리·법적 판단 등 책임이 따르는 판단 업무는 오히려 인간에게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자들은 "AI 도입으로 단순 업무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남은 시간에는 더 어려운 의사결정을 맡게 되면서 지식 노동자의 심리적 부담과 책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지식·코딩 주입 교육으론 한계…판단력 키워야"


이 같은 변화는 교육과 훈련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가르치고 코딩 문법을 주입하는 식의 교육은 생성형 AI가 기본 문서·코드·번역을 순식간에 뽑아내는 시대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ISDI 등 국내 연구기관은 보고서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의 진위를 판별하고 예외 상황 및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 문제 정의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간 - AI 조화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글로벌 기업들도 신입·주니어 채용에서 코딩 테스트뿐 아니라 문제 해결력, 윤리·법적 감수성, 협업 능력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 엔지니어, 전기기사, 배관공, 냉각 설비 기술자 등 물리적인 인프라 직군에는 AI·자동화 시스템을 이해하고 원격 모니터링·예측 유지보수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기계가 낸 결과를 검증, 조정, 책임지는 능력이 곧 노동시장에서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며 "AI 시대에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가르는 기존 이분법 대신에 기계와 함께 판단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가장 큰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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