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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지멘스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개념은 지난 칼럼에서와 밝힌 바와 같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 제조, 반도체, 도시, 인프라 영역의 디지털 트윈은 인간이 아니라 비인간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다. 기업 환경에서 디지털 트원은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구조를 바꾸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제조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물리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이전에 디지털 공간에서 동일한 조건을 재현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이나 자동차와 같은 복잡한 기계 시스템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디지털 트원으로 구현돼, 다양한 환경 변수 속에서 성능과 내구성을 반복적으로 검증한다. 항공기 엔진, 자동차, 반도체 생산 라인과 같은 고정밀 시스템은 물리적 객체가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먼저 구축된다. 이 디지털 복제본은 하나의 3D 모델이 아니라, 온도, 압력, 마모, 진동과 같은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하는 동적인 시스템이다.

[Immersive Computing Labs 홈페이지 캡처]
예를 들어 항공기 엔진의 경우, 실제 비행 중 발생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디지털 트윈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부품의 피로도와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한다. 그 결과 정비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에 이루어진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수율을 높이기 위해 수천 가지 변수 조합을 디지털 트윈에서 먼저 테스트하고, 가장 안정적인 조건만 실제 생산에 적용한다. 이 과정은 비용 절감만이 아닌,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반복 실험을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서 디지털 트윈은 '대체'가 아니라, 현실을 설계하는 선행 단계로 작동한다. 실제 제작 이후에도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부품의 마모나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유지보수 시점을 최적화한다. 이는 비용 절감을 넘어, 물리적 실험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반복 검증을 가능하게 만든다.
도시 및 인프라 영역에서 디지털 트원은 시스템 전체를 다루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스마트시티 개념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도시의 차량 흐름, 에너지 소비, 환경 변화, 재난 대응 체계까지 하나의 디지털 공간 안에 통합하여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디지털 트원을 통해 교통량 변화와 혼잡 구간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신호 체계나 도로 구조를 미리 조정할 수 있다. 에너지 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건물 단위의 전력 사용 데이터를 통합하여 도시 전체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피크 타임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홍수나 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대응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디지털 트원은 효율적 도구 차원이 아니라, 정책과 의사결정 자체를 바꾸는 기반이 된다.

[logstail닷컴 홈페이지 캡처]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 구조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생산 공정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한 뒤, 온도, 압력, 화학 반응과 같은 수많은 변수를 조합해 수율을 극대화하는 조건을 먼저 도출한다. 실제 생산 라인은 그 결과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물리적 라인을 멈추기 전에 디지털 환경에서 원인을 추적하고 해결 방안을 테스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트원은 생산 의사결정의 중심에 위치하게 된다.
서비스 및 플랫폼 기업에서도 다른 방식의 활용이 나타난다. 고객 응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영역에서는 개인의 말투와 판단 방식을 학습한 AI 기반 디지털 트윈이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대신 수행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대표나 핵심 인물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반영한 시스템이 투자자 응대나 내부 커뮤니케이션 일부를 담당하거나,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서는 개인의 캐릭터와 표현 방식을 유지한 채 콘텐츠 생산과 팬 소통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 경우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객체의 복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방식과 표현 방식'의 복제로 작동한다.
이러한 사례를 종합해 보면, 기업에서의 디지털 트윈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방향을 가진다. 인간이나 시스템을 하나의 통합된 존재로 다루기보다, 그 안에서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요소를 분리해내고, 이를 디지털 환경에서 재사용하는 구조다. 즉,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복제하는 기술만이 아니라, 현실의 일부를 분해하고 확장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4편에서 계속)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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