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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대중의 불안 먹고 자라

[나무위키 캡쳐] 1990년 8월 4일,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캘빈(Calvine)에서 코닥 필름카메라로 촬영된 UFO. 아래쪽의 항공기는 영국 공군 소속 F-4 팬텀 II 전투기.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인간은 예로부터 하늘을 두려워했다.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빛과 굉음, 정체불명의 비행물체는 시대마다 다르게 해석됐다. 고대인들은 신의 계시로 숭앙했고, 중세인들은 천벌의 징조로 받아들였으며, 현대인들은 외계인의 비행체라고 상상했다. 따지고 보면,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미확인 비행물체)는 인간의 불안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현대 신화에 가깝다.
1947년 6월 24일 미국 워싱턴주 레이니어 산맥 상공을 비행하던 사업가 케네스 아놀드는 이상한 비행물체 9대를 목격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물체들이 "접시처럼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후 '비행접시(flying saucer)'라는 용어가 통용됐다. 이 사건은 UFO 목격담의 '서막'이었다. 같은 해 7월 2일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 인근에서 미확인 비행물체가 추락했다. 조사에 나선 군 당국은 "비행접시를 회수했다"고 발표했다가 24시간 만에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고 번복했다. 이 번복은 음모론의 '씨앗'이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계 비행체로 공식 입증된 사례는 없다.
미확인 비행물체 목격담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있다. 세종 2년(1420년) 정월 은병(銀甁) 모양의 물체가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굉음을 내며 사라졌다. 이 현상을 예보하지 못한 일관(日觀)은 그날로 투옥됐다. 광해군 1년(1609년)에도 청명한 하늘에서 굉음과 함께 베 방석 같은 형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 기록들은 190년의 시간차를 두고 '맑은 하늘'과 '굉음'이라는 묘사가 겹친다. 당시 조정에선 하늘과 인간이 서로 반응한다는 천인감응(天人感應)의 경고로 해석했다. 이 기록들이 미확인 이상현상을 묘사한 것이라면, 이는 인류 공통의 목격사다.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언어로 옮기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미국 정부는 8일 전쟁부(국방부) 웹사이트를 통해 UAP(Unidentified Aerial/Anomalous Phenomena·미확인 이상현상) 문서 161건을 공개했다. 국방부·국무부·연방수사국(FBI)·항공우주국(NASA)이 수집한 사진·영상·증언이 담겼다. 자료 대부분은 저화질 정지 영상에 해설조차 없었다. 설명 없는 공개는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이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시점에 주의를 돌리기 위한 가십성 공개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의 번복과 침묵이 'X파일'과 '인디펜던스 데이'를 낳았듯이, 이번의 애매한 공개도 음모론을 확산시킬 공산이 작지 않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미스터리는 줄어들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조작이 만연한 지금, 1차 사료조차 선택적 해석의 소재로 활용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강한 자극과 서사를 원한다.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얘기에 더 쉽게 끌린다. UFO는 미지의 현상을 해석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문제다. 하늘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UFO 목격담 자체가 아니다. 대중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음모론이 활개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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