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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라졌던 '아파트 야시장' 다시 활기
"집 앞 축제 같아" vs "소음·쓰레기·혼잡 불편"
온라인서 일정 공유도…"입주민 공동체 활성화"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달 23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야시장. 2026.5.11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포장마차 현수막에는 두부김치와 묵무침, 곱창, 닭발 등 구미를 당기는 안주 메뉴가 빼곡했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환한 조명이 켜진 게임 부스들이 나타났고, 인형 뽑기와 사격 게임에 열중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야시장. 지난달 23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들어선 야시장이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아파트 야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푸드트럭과 포장마차, 체험 부스와 공연까지 결합한 형태로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아파트 야시장을 반기는 주민들은 접근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단지 안에서 아이들과 간식을 먹고, 이웃과 마주치며, 평일 저녁 짧은 여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쓰레기, 안전 문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지난달 23일 용인시 마북동의 한 아파트 야시장. 2026.5.11
◇ "아파트 단지 안 작은 축제…이웃과 자연스럽게 교류"
지난달 23일 야시장이 선 기흥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평소 조용하던 진입로를 따라 형형색색의 천막이 끝도 없이 늘어섰다.
단지 입구부터 아파트 내부 깊숙한 곳까지 약 200m에 이르는 길목에는 어림잡아 50개 정도의 천막 부스가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야식을 즐기는 어른들, 부모 손을 잡고 구경에 나선 아이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놀러 나온 청소년들까지 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이 야시장은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야시장에 놀러 온 박모(12) 군은 잔뜩 들뜬 표정으로 "엄마가 5천원 용돈 주고 조심히 놀다 오라고 말씀하셨다"며 "비싼 건 못 사지만 간식도 사 먹고 게임도 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 학교 친구들이랑 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모(37) 씨는 "아파트 안에 야시장이 서면 산책 나왔다가 간식도 사고 재미있다"며 "장사하는 분들도 요즘 어렵다고 하지 않나.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만 하고 깔끔하게 하면 서로 좋은 일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야시장 일정이 공유된다.
지난 1일 당근마켓 '동네생활'에 "야시장 하는 곳 있나요? 제발 알려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자, "00마을 00아파트 5월 12일 화요일에 열립니다" 등의 답글이 달렸다.
푸드트럭, 야시장, 노점 위치와 일정을 공유하는 약 1천400명 규모의 당근 마켓 온라인 모임도 개설됐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카페 '분따'(분당 지역 커뮤니티)에도 "오늘 야시장 하는 곳 있나요", "야시장 하는 아파트 있음 공유 부탁 드려요", "정자동 야시장 오늘도 하나요" 등 야시장 관련 글이 잇따랐다.

[(주)대성유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서는 아파트 야시장에서는 페이스페인팅·키링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과 버스킹, 입주민 경연대회, 초대 가수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운영한다.
지난달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경기도 성남의 야시장을 찾은 김모(38) 씨는 10일 "아이 입장에서는 작은 축제처럼 느끼는 것 같다"며 "닭꼬치 하나 사 먹고 친구 만나서 노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주 열리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분기별로 한 번씩 열리는 건 주민 입장에서도 괜찮은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파주시 금촌동의 아파트 야시장을 찾은 최모(31) 씨는 "평일에 모이기 힘든데 아파트 야시장을 통해 저녁을 같이 먹고, 술과 안주로 웃고 떠들며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며 "야시장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서 집에 갈 수 있게 용기와 봉투가 제공되는 것도 좋았다"고 밝혔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모(36) 씨도 "평일 저녁 단지 안 야시장에서 간식도 먹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아이가 정말 좋아했다"며 "주민들이 오가며 인사도 하고, 평소 잘 모르던 이웃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소음 심하고 통행 혼잡"…"수익 정산 투명해야"
그러나 불만과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씨는 "아파트 자체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다 보니 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게 많이 보였다"며 "아이들에게 다소 위험한 비비탄총이나 화약총 장난감이 게임 부스 경품으로 걸린 것도 좋지 않아 보였고, 화약총 장난감을 사람들을 향해 쏘는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파트 측에서 행사 이후 전기 사용료나 야시장을 통해 생긴 부수입에 대해 따로 공지한 것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안산시 상록구의 아파트 야시장을 찾은 박모(31) 씨는 "주차 문제도 있고, 야시장 사이로 차들이 다녀 매우 혼잡했다"며 "아이들이랑 같이 가는 공간인 만큼 차량 통제나 안전 부분은 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용인시 주민 정모(42) 씨는 "아파트 야시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마이크나 스피커 같은 건 꼭 필요한 시간에만 쓰고, 밤 8시 이후에는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아이가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집중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전모(51) 씨는 "지난달 방문한 아파트 인근 야시장의 포장마차 주인이 담배를 피우고 손도 안 씻은 채로 곧바로 오징어를 손질하거나, 요리 재료들이 아무렇게나 야시장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위생 문제를 지적했다.
또 지난 3월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야시장 개최를 반대하는 입주민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개최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이버 카페(왼쪽),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아파트 측은 대체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 업체 협의를 거쳐 행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4월 29일에 야시장을 개최했는데 야시장 업체 선정은 대표회의 의결로 받았다"며 "주민들 분위기는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소음 관련 민원이 있을 수 있어 일부러 근처 학교 시험이 끝난 이후로 날짜를 잡았다"며 "근방 학교에 시험 날짜를 물어보고 시험이 끝나는 것을 확인한 뒤 일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야시장·축제 기획 전문 업체 (주)대성유통 노정섭 대표는 "요즘 아파트 단지 내에는 입주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직책이 있어 이런 축제를 하려는 요구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신규 입주 단지나 1천 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입주자대표회의와 협의를 거쳐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름대로 주차요원, 안전요원, 쓰레기 청소 등을 통해 민원의 소재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수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 야시장은 주민 간 신뢰와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이 돼 주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만 외부인 유입에 따른 소음·쓰레기·냄새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소음과 혼잡 등 비용을 감당하는 만큼 야시장 수익 정산 과정과 수익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부 수익을 주민 편의나 단지 시설 개선에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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