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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베이징모터쇼에서 목격한 화웨이 천하

입력 2026-05-06 14: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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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중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 2026 베이징 모터쇼를 다녀왔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를 넘어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형도를 바꾼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Auto China 2026)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1990년 시작된 베이징 모터쇼는 한때 글로벌 브랜드들의 각축장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지능형 전기차'(Smart EV)의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무대로 거듭났다. 2026 베이징 모터쇼는 역대 최대 규모인 38만㎡ 면적에 약 1천여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해 세계 최초 공개 모델(World Premiere) 181대 포함 전체 1천451대의 차량을 전시했다.




'2024 오토 차이나' CATL 부스

(베이징=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25일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의 CATL 부스 전경. 2024.4.26
sh@yna.co.kr (끝)


올해 CES가 자동차를 'AI 컴퓨터'로 재정의하는 무대였다면,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자동차가 5G·6G·위성통신망에 연결된 초연결 단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반면 베이징 모터쇼는 '지능화의 미래'(Future of Intelligence)를 핵심 테마로 내세우며, 기술 과시만이 아닌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즐길 것인가라는 '차내 경험'(In-car Experience) 콘텐츠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 "Powered by Huawei": 완성차의 껍데기를 쓴 IT 거인


필자가 화웨이 전시 부스에서 만난 관계자에게 "화웨이는 왜 완성차를 직접 만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 전시장에 있는 수많은 차량이 사실상 모두 화웨이의 차"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말 그랬다. 이번 전시의 진정한 주인공은 완성차 브랜드가 아닌 단연 화웨이(HUAWEI)였다. 화웨이는 지능형 차량 솔루션 브랜드 '치안쿤'(Qiankun·乾崑)을 전면에 내세우며 산업 구조의 판을 흔들었다. '치안쿤'(Qiankun) 브랜드를 내세운 화웨이는 과거 보쉬(Bosch)나 컨티넨탈이 수행하던 '티어(Tier) 1'의 역할인 부품 공급사 개념을 넘어 차량의 운영체제(OS), 클라우드, 구동 시스템(섀시)까지 통합 제어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베이징 모터쇼의 화웨이 부스

4월 24일 베이징 모터쇼의 화웨이 부스에서 최신 차량을 보러 몰려든 관람객들 (AP=연합뉴스)


실제로 아바타(AVATR), 아이토(AITO), 체리(Chery) 등 전시장 내 주요 차량의 윈도우에는 화웨이의 자율주행 아키텍처인 'ADS' 로고가 선명했다. 화웨이는 차량용 OS부터 자율주행 알고리즘, 클라우드, 심지어 하부 섀시 제어까지 통합한 풀스택(Full-stack)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중국 소비자에게 자동차 선택의 기준은 완성차 브랜드에서 화웨이의 지능형 시스템 탑재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 모터쇼에서 선보인 체리

(AP=연합뉴스)


치안쿤(Qiankun·乾崑)은 화웨이가 2024년 4월에 새롭게 론칭한 스마트 자동차 솔루션 브랜드다. 치안쿤은 '하늘을 짊어지고 곤륜산(중국 전설 속 명산)처럼 든든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화웨이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집약한 시스템이다. 치안쿤은 기존 Tier 1이 공급하던 개별 부품이 아닌 자동차 전체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재구성하는 프레임워크다. 치안쿤은 고정밀 지도(HD Map)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일반 장애물 감지(GOD)와 도로 토폴로지 재구성(RCR)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지도가 없는 초행길에서도 오직 센서 데이터만으로 완벽한 주행을 구현하고 있다. 자체 통계에 따르면 치안쿤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은 수동 운전보다 안전 주행 거리가 유의미하게 길며, 특히 타이어 펑크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시속 130㎞까지 차체 안정성을 유지해 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화웨이는 치안쿤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 하고 있다. 화웨이는 향후 5년간 최대 800억 위안(약 17조3천억원)을 스마트 주행 컴퓨팅 역량 강화에 투입하고, 올해 한 해에만 180억 위안(약 3조9천억원)을 스마트 주행 연구 개발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안쿤 ADS의 누적 주행 데이터는 올해 100억㎞를 돌파했다. 테슬라식 대규모 실도로 데이터 전략에 맞설 수 있는 중국형 데이터 축적 모델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화웨이-테슬라-웨이모, 자율주행 '3대 철학'의 격돌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이제 수치 비교가 의미가 없다. 그 본질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게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철학의 충돌로 집약된다. 필자가 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목격한 화웨이의 공습은 테슬라, 웨이모로 대변되는 글로벌 자율주행 진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화웨이의 치안쿤은 가장 현실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취한다.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를 모두 사용하는 센서 융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최신 AI 학습 모델을 얹은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다.


복잡한 도로 상황을 오직 AI 알고리즘 하나에만 맡기지 않고, 고성능 센서로 물리적 환경을 명확히 인식한 뒤 AI가 최종 해석을 내리도록 설계됐다. 특히 주차장에서 목적지까지(Parking to Parking) 전 구간을 연결하는 경로 자동화 전략은 기술적 순수성보다 '지금 당장 고객이 느낄 수 있는 편의성'에 집중하고 있다. 완벽한 미래보다 당장 작동하는 현실을 선택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는 정반대의 극단에 서 있다. 라이다를 과감히 배제하고 카메라만으로 주행 환경을 인식하는 '비전 기반 AI'다.


핵심은 모든 판단을 인간처럼 보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 세계에 퍼진 수백만 대의 차량으로부터 얻은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를 학습시켜, 인지부터 제어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을 구축했다. 특정 지도에 의존하지 않아 글로벌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예외적인 돌발 상황(Long-tail)까지 AI가 완벽히 학습하기 위해선 여전히 압도적인 데이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 웨이모: 안전을 위해 현실을 통제하는 엔지니어링


구글의 웨이모(Waymo)는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견고하다. 고중복 센서 구조와 더불어 고정밀 지도(HD Map)를 기반으로 차량이 움직일 환경을 사전에 완벽히 정의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미리 정의하면 사고는 줄어든다"는 원칙 아래, 특정 도시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하지만 지도 데이터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적용 가능 지역이 제한적이라 확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웨이모는 확산보다 '완벽한 안전'을 우선하는 서비스 모델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테슬라는 플랫폼 독점을, 웨이모는 고도의 서비스 안정성을, 화웨이는 범용적인 생태계 확장을 각각의 최종 목적지로 삼고 있다.


자율주행의 승부는 "누가 더 완벽한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에서 결정될 것이다. 현시점에서 웨이모는 일부 지역에서 '완성된 미래'를 보여주었고, 테슬라는 '미래의 가능성'을 데이터로 넓히고 있으며, 화웨이는 '지금 작동하는 기술'을 거대 시장 전체로 퍼뜨리고 있다.


베이징에서 확인한 것은 중국이 이 속도전에서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완성차, 배터리, 통신, 클라우드, 차량 OS, 스마트 콕핏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전략 역시 단순한 기능 구현을 넘어, 어떠한 철학으로 사용자의 일상에 '침투'하여 가치를 줄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과 담대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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