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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이순열의 K-스타트업…'소셜벤처 르네상스'의 필요충분조건

입력 2026-05-06 10: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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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이순열 큐네스티 대표

[본인 제공]



지난 달 29일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임팩트펀드(사회적 가치 창출과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 운용사를 선정했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8천750억 원을 출자해 총 1조7천548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 60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임팩트 분야에서는 비하이인베스트먼트와 에이치지이니셔티브가 선정됐고, 모태 출자 200억 원을 바탕으로 약 370억 원 규모의 자펀드가 결성될 예정이다. 임팩트펀드가 다시 조성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장의 질문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과연 이 설계로 정부가 말하는 '소셜벤처 르네상스'가 가능한가.


정부의 정책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중기부는 '벤처 4대 강국 도약 종합대책'을 통해 벤처투자 확대, AI·딥테크 스타트업 육성,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창업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창출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고, 이 흐름 안에서 '소셜벤처 르네상스'도 언급했다.


소셜벤처 판별 기준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PRI(책임투자원칙,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등 글로벌 기준을 반영하고, 임팩트 보증과 임팩트펀드 조성,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내 ESG 분야 우선 할당 등을 통해 생태계를 다시 키우겠다는 취지다.


정책의 언어만 보면 소셜벤처는 분명 다시 중요한 의제로 올라왔다.


문제는 선언의 크기에 비해 실제 자금 설계가 아주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것은 초기기업 투자 위축이다. 국내 한국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더브이씨(THE VC)의 2025년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 동향과 이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업력 3년 이내 초기 스타트업 중 투자를 받은 기업은 2024년 749개에서 2025년 327개로 줄었다. 감소율은 57.7%다.


투자 금액도 1조2천186억 원에서 4천490억 원으로 63.1% 감소했다. 시드부터 시리즈A까지 초기 라운드 투자 건수도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처투자 총액의 회복 여부와 별개로, 창업 생태계의 입구는 좁아지고 있다. 초기 창업자가 첫 기관투자를 만나기 어려워지면, 시장 전체의 다음 파이프라인도 함께 약해진다.


소셜벤처는 이 충격을 더 크게 받는다. 사회문제 해결형 기업은 기술 검증, 시장 검증, 임팩트 검증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고객도 복잡하고, 규제도 많고, 이해관계자도 다양하다. 일반 스타트업보다 성과가 느리게 보일 수 있지만, 한번 시장과 연결되면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예컨대 돌봄, 기후, 장애 접근성, 지역 문제처럼 사회적 필요는 분명하지만 시장 가격과 지불 주체가 아직 불명확한 분야에서는 초기 검증의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초기 소셜벤처에는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발굴, 보육, 첫 투자, 임팩트 측정, 후속 투자 연계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운용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태펀드 심사와 펀드 설계는 여전히 일반 VC 형 평가 체계에 가깝다. 운용자산 규모, 과거 펀드 성과, 회수 실적, 민간 매칭 능력 중심의 정량 평가는 안정성 확보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초기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형 임팩트투자사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초기기업 투자는 적은 금액을 여러 기업에 넣고, 사업모델을 함께 다듬고, 다음 라운드로 연결하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이 역량은 운용자산 규모나 과거 회수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정책은 소셜벤처 르네상스를 말하지만, 자금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 시리즈A 이상 기업, 일반 VC가 접근하기 쉬운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현장의 우려다.


필자는 이번 운용사 선정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선정된 운용사는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가진 기관이다. 핵심은 하나의 임팩트펀드에 너무 많은 정책 목표를 담아놓고, 정작 가장 취약한 초기기업으로 자금이 들어갈 별도 통로를 만들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는 새로 창업한 팀보다 이미 여러 지원사업을 거쳐온 기업이 다시 다른 사업을 찾아다니는 장면을 더 자주 본다. 이는 기업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초기 위험을 받아줄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는 이미 몇 년간 버텨온 기업에 후속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계속 새로운 창업자가 등장하고, 첫 투자와 첫 고객을 만나며, 실패와 재도전 속에서 다음 세대의 임팩트 기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소셜벤처 르네상스'를 말하려면 임팩트펀드를 일반 VC 형 자펀드 하나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초기기업 전용 트랙을 만들고, 이를 개인 투자조합이 아니라 임팩트펀드 액셀러레이터 벤처투자조합 계정으로 설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에게 고위험 임팩트 초기 투자의 부담을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초기 발굴과 육성 역량을 가진 액셀러레이터형 운용사가 공공자본을 바탕으로 첫 투자 시장을 열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통로다.


이 계정은 투자 의무 비율도 초기기업 중심으로 두고, 보육 및 발굴 전문성, 임팩트 측정 체계, 후속 투자 연계 실적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자금이 단편적인 펀드 결성 실적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창업 현장의 첫 관문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출자 비율도 재검토해야 한다. 임팩트펀드는 AI, 로봇, 딥테크 펀드와 같은 민간 매칭 환경에 놓여 있지 않다. 한국에는 아직 임팩트 특화 LP 기반이 얇고, 기부성 자본이나 공익재단 자본이 투자로 유입될 제도적 통로도 충분하지 않다.


특히 사회적 성과를 중시하는 자본은 투자심사, 회계, 세제, 내부 의사결정에서 일반 재무 투자자와 다른 제약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전략 분야와 유사한 수준의 민간 매칭을 요구하면, 정책은 임팩트를 말하지만, 실제 설계는 임팩트 시장의 현실을 외면하는 셈이 된다.


공공성이 큰 투자라면 공공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초기 임팩트펀드 트랙에 대해서는 모태 출자 비율을 대폭 높이고, 민간 매칭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동시에 공익법인, 기업 사회공헌 재원, 지역 재단 자본, 기부성 자본이 임팩트펀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도 낮춰야 한다. 민간이 아직 가격을 매기지 못하는 사회문제 해결 시장을 먼저 열어주는 것이 정책금융의 역할이다.


임팩트투자는 보조금이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보조금보다 더 정교한 정책금융 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소셜벤처 르네상스는 구호로 열리지 않는다. 공고문 한 줄, 출자 비율 하나, 운용사 평가 기준 하나가 실제 생태계의 물길을 바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선언이 아니라 더 정교한 설계다. 초기기업으로 자금이 들어가고, 현장형 임팩트투자사가 그 기업을 발굴·육성하며, 공공자본이 민간 자본의 위험을 덜어주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르네상스라는 말은 정책 홍보가 아니라 생태계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순열 공익법인 임팩트투자 NGO 큐네스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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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6 12: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