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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희 미국 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AI 시대 한국어교육 전략 제시
"한국어, '매우 드문 성장 언어'…AI, 위협 아닌 도구로 활용해야"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지난 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종이나라박물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한국어교육재단 구은희 이사장. 2026. 5. 4.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인공지능(AI)은 단어를 번역할 수는 있지만, 문화는 번역하지 못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국학교 교사들이 만든 비영리단체인 한국어교육재단 구은희(58) 이사장은 지난 4일 연합뉴스와 만나 "AI 번역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도 한국어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촌한글학교미래포럼 주최 제16회 발표회 참석차 모국을 찾은 그는 "이러한 변화를 한국어 교육의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한글학교·공립학교·대학·온라인 학습으로 이어지는 '4축 구조'를 중심으로 한국어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는 한국어교육 현장을 오랜 기간 이끌어왔다. 성신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미국에 건너간 그는 휴스턴주립대에서 영어교육·이중언어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어 교육을 위해 설립된 '어드로이트 칼리지' 대표, 실리콘밸리 한인상공회의소 사무총장, 세계종이접기연합 글로벌 이사, '직지심체요절(직지)'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어교육재단 구은희(가운데) 이사장이 지난해 5월 열린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서 커뮤니티 리더상을 수상한 후 행사를 공동 주최한 로 칸나(오른쪽) 연방하원의원, 디렉터인 엘렌 카메이 마운틴뷰 시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 이사장은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를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고 청소년 리더를 양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어교육재단 제공]
미국 내 한국어 학습자는 지난 10년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의 한국어 수강 등록자는 2013년 1만2천229명에서 2023년 3만2천200명으로 약 2.6배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증가세를 근거로 구 이사장은 한국어를 "매우 드문 성장 언어"로 규정했다. 대부분 외국어 교육이 정체 또는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어는 구조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어는 이제 전략 언어"라며 단순한 외국어 과목을 넘어 국가적·문화적 가치를 지닌 언어로 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한국어교육은 여전히 체계적인 기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구 이사장은 "한글학교는 정체성과 문화 교육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공립학교는 잠재력이 크지만 운영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은 교육과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학습 시작 시기가 늦고, 온라인 학습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중도 이탈이 쉽다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은희 이사장은 지난 2월 8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밀피타스시에서 '타인종과 함께하는 설날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어교육재단 제공]
이처럼 각 영역이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에 대해 그는 기관 중심이 아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 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 연계와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교육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번역 기술에 대한 인식도 짚었다. 그는 "AI가 다 번역해주는데 왜 언어를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인 오해"라며 "언어 학습의 본질은 어휘와 문법이 아니라 그 언어에 담긴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영역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 이사장은 AI를 위협이 아닌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개인화 학습, 발음 교정, 평가 자동화를 주요 활용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학습자의 수준과 속도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지고, 교사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는 학습 장벽을 낮추고 교육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어교육재단 제공]
구 이사장이 제시한 미래 전략의 핵심은 '연결'이다. 그는 "4축 구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학습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며 "학습자가 어느 단계에서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가 제시한 구조는 한글학교에서 문화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입문한 뒤 공립학교에서 기초를 다지고, 대학에서 심화 학습으로 이어진 다음 평생교육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와 함께 각 교육 주체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글학교는 문화 허브, 공립학교는 기초 교육, 대학은 심화 교육, 온라인과 평생교육은 확장 기능을 맡아 상호 보완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 이사장은 "현재처럼 기관이 각각 운영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습자 중심의 연결된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어교육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의 협력과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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