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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찻잎은 덖고 제육은 볶는다

입력 2026-05-06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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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생잎을 덖은 후 마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효를 시킨 후 마시는 것입니다. 녹차가 전자이고, 홍차나 보이차 같은 것이 후자입니다."



법정 스님만큼 생전에 차(茶) 마시는 것을 예찬한 이도 드물다. 1999년 4월 9일 길상사 설법에서도 스님은 그랬다. 그 말씀을 옮긴 글 「차를 마시면서」에서 동사 '덖다'를 만난다. 차를 마시는 두 가지 법 가운데 하나가 생잎을 "덖은 후" 마시는 것이란다.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나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힌다고 할 때 덖는다고 한다. 찻잎을 덖고 콩을 덖고 보리를 덖는다고 표현한다.




'덖다'를 설명하는 동영상 중 한 정지 장면

표준국어대사전 '덖다' 이미지 영상 캡처


'볶다'와 헷갈린다. 음식이나 음식의 재료를 물기가 거의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힌다는 뜻의 '볶다'. 둘은 덖거나 볶는 대상의 물기가 얼마나 되나에서부터 불 세기는 어떤가, 마구 젓나 살살 젓나, 결과물이 완성된 요리인가 아닌가에 이르기까지 구별할 기준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준으로 보는 한, 물기가 조금 있고 불 세기가 강하지 않고 살살 젓고 결과물이 완성된 요리가 아닌 쪽이 '덖다'다. 생각해보라. 물기를 없애겠다며 생잎을 센 불에 휘저어서야 되겠나. 그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제육을 조리할 때나 하는 '볶기' 아닌가. 또, 물기를 없애기 위해 덖어 놓은 생잎은 우려야 차가 됨은 물론이다. 완성된 요리는 차이지 덖은 생잎이 아닌 것이다.




'볶다와 덖다의 차이'에 관한 질문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캡처


그날 법정 스님은 당나라 시인이 읊었다는 칠완다가(七碗茶歌)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마쳤다. "한 잔을 마시니 목구멍과 입술이 촉촉해지고 두 잔을 마시니 외롭고 울적함이 사라지며 석 잔을 마시니 가슴이 열려 문자로 그득하고 넉 잔을 마시니 가벼운 땀이 나서 평소 불평스럽던 일들이 모두 땀구멍으로 흩어지네. 다섯 잔을 마시니 뼈와 살이 맑아지고 여섯 잔을 마시니 신선과 통하게 되며 일곱 잔을 마시려고 하니 양 겨드랑이에서 맑은 바람이 솔솔 일어난 듯하구나." 옳다. 우린 다 신선이 될 수 있다. 그 흔한 티백 녹차 하나로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법정, 『진짜 나를 찾아라』, 샘터사, 2024 (경기사이버도서관, 유통사 OPMS) - 「차를 마시면서」 글 부분 인용


2. KBS월드라디오 한국어배우기 볶다, 덖다(2019-10-22) - https://world.kbs.co.kr/service/contents_view.htm?lang=k&menu_cate=learnkorean&id=&board_seq=373125&page=0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볶다와 덖다의 차이 -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23002&pageIndex=1


4. 표준국어대사전


5.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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