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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본인 제공]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여했을 가장 근본적인 유산은 특정한 발명품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질문하는 방식과 호기심에 대한 열정"이었을 것이다.
다빈치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평생 1만3천페이지에 달하는 노트를 남겼다. 그 안에는 헬리콥터·낙하산·잠수함·장갑차의 개념 설계도가 담겨 있었고, 해부학·식물학·지질학·천문학에 걸친 집요한 관찰 기록이 빼곡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정규 교육을 주산학교에서 마친 독학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스스로를 '경험의 제자'라고 불렀다. 그의 천재성은 타고난 두뇌보다 모든 현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집요한 질문 습관에서 비롯됐다. 다빈치는 자신의 노트에 이런 문장을 반복해서 남겼다.
"말해봐. 내가 한 가지라도 한 일이 있는지. 무엇이라도 만들어진 것이 있는지 말해봐."
이 문장에는 완성보다 탐구를 앞세웠던 한 인간의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의 가장 본질적인 시작점 역시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느냐'에 있다. 지인 중에 미국의 저명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으신 분이 있다. 그분의 지도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는데, 그 교수가 항상 강조한 것은 "끊임없는 창조적 호기심에서 비롯된 훌륭한 질문 하나가 완성되면, 그것이 모든 업적의 80퍼센트를 이룬 것"이라는 말이었다. 모든 위대한 성취의 시작은 훌륭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AI가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아 작동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이러한 '질문하는 행위'는 인류가 역사적으로 품어온 미지와 미래에 대한 갈망과 깊이 맞닿아 있다. 신에게 기도로 올리는 간절한 물음, 동화 속 마술 거울이나 수정 구슬에 미래를 묻는 방식, 신탁을 구하러 델포이 신전을 찾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발걸음. 이 모두가 본질적으로 같은 충동이다. 인간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에 질문을 던지며 존재해 왔고, AI는 그 충동이 기술로 구현된 가장 최신의 형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결국 창조적인 르네상스적 인간이 되느냐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7년 네이처지가 선정한 '인류 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 가장 창의적인 인물 1위는 과학자가 아닌 다빈치였다. 아이작 뉴턴은 6위에 그쳤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즐겨 인용한 문장이 있다. "창의성이 발생하는 곳은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이다. 이를 보여준 궁극의 인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다빈치의 설계도 대부분이 생전에 실제로 구현되지 않은 것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는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만들었다. 그에게 구현은 목적이 아니라 탐구의 부산물이었다.
오늘날 AI 개발의 큰 위험 중 하나는 기술이 질문을 앞지르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가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보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세상이다. 다빈치는 평생 이 순서를 지켰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태도다. 기술이 가능하게 만든 것들의 목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방향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어떤 세계를 향해 이 기술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 다빈치는 그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500년 전 그는 시대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앞서 있었다. 빌 게이츠가 약 350억 원을 들여 낙찰받아 탐독했다는 '다빈치 노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연구자들의 손에서 새롭게 읽힌다. 만약 다빈치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아마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상상력과 겨룰 만한 도구를 손에 쥐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무척 행복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도구를 들고, 여전히 가장 오래된 질문들을 향해 걸어갔을 것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자연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자들이 던진 가장 원천적인 물음이다. 아니,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인간적 질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질문들에 AI를 도구로 삼아 치열하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이 우리를 결코 초월하지 못하는 지점을 확인하게 된다. 질문하는 존재는 인간이고, AI는 그 질문에 응답하는 도구다. 다빈치가 붓과 해부학 메스를 도구 삼아 세계를 이해하려 했듯, 우리는 AI를 도구 삼아 같은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다빈치를 다시 소환하는 이유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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