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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서 국산 제품 사진 도용한 '사기 판매'
같은 사진의 제품을 훨씬 싸게 파는 듯 속여
"사진 도용 신고하면 몇 번은 삭제되지만 다시 올라와"
"제품을 중국서 떼 와 폭리 취한다는 오해 받기도"

[엑스 계정 'OKTO_LEE'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인터넷을 보다가 제가 만든 제품의 C커머스 광고가 떠서 의아해 눌러보고 제가 찍은 제품 사진이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5년째 온라인으로 맥세이프 지갑(휴대폰 뒤에 부착하는 카드지갑 일종)·휴대 전자기기 케이스 등을 판매하는 크렘므(가명) 씨는 지난 25일 이같이 밝히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이른바 C커머스 내 일부 판매자들이 국내 제품 사진을 무단 도용해 마치 같은 제품을 훨씬 싸게 파는 것처럼 사기 치는 사례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는 품질이 떨어지는 다른 상품을 팔면서 마치 국내 제품과 똑같은 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것처럼 속인다는 것이다. 국내 판매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자인 '피해자'들은 구제 절차가 마땅치 않아 가슴을 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aboe.kr'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크렘므 씨는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저처럼 피해를 입은 다른 분이 C커머스에 신고했다는 게시물을 보고 저도 신고를 넣어 도용된 상품 사진이 삭제됐지만, 삭제 처리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고 이렇게 삭제해도 얼마 안 가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힘든 점은 C커머스에 올라온 제품 사진을 본 다른 소비자분들이 오히려 제가 도용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며 "사진 도용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포기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옷·액세서리 브랜드를 6년째 운영 중인 A씨는 27일 전화통화에서 "저희가 직접 제작하고 직접 찍은 반지 사진을 그대로 가져가 C커머스에서 판매에 이용하는 걸 발견했다"며 "저희는 실제로 스와로브스키사와 체코의 크리스털을 사용해 반지를 제작하는데, C커머스에서 똑같은 사진의 제품을 주문했는데 아예 다른 상품이 온다는 내용을 고객님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C커머스 고객센터에 연락하고 상표권 등록 내역, 저희가 먼저 팔고 직접 제품 사진을 찍었다는 자료 등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며 "항의한 후 초반 몇 번은 C커머스 내 상품들이 삭제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또 올라왔다"고 말했다.
A씨는 "일부 업체로부터 상표권 침해에 대응해 준다는 연락이 꽤 여러 번 왔지만 달마다 500만원 정도를 내야 하고 침해 사건을 다 막지도 못한다고 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우리가 거래하는 중국 업체들에 연락해 C커머스에 올라간 사진을 내려보는 방법도 생각했는데 소용이 없어서 지금은 거의 포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온라인에서 휴대폰 케이스와 키링 등을 판매하는 이모(27) 씨도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객님과 지인의 제보로 C커머스에 판매 사진을 도용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연락을 취하면 어떤 판매자는 적반하장으로 나오거나 채팅을 읽고 무시하고 저를 차단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힘들게 플랫폼 내에서 사진을 삭제 처리했다 했더라도 이후 출시하는 제품 사진 역시 여러 판매자가 마우스 우클릭 몇 번 만에 홀라당 훔쳐 간다"며 "제품 퀄리티는 C커머스가 현저히 떨어지고 절대 같은 제품이 아니지만, 제가 판매한 수량의 몇 배에 달하는 판매량의 카피 제품을 마주하면 그 순간 모든 의지를 상실하는 기분이 들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스트레스가 극심해 카피 제품에 대해 아예 쳐다보지 않고 지냈는데, 어느 날 우리 것을 카피한 중국 제품이 거꾸로 국내로 들어와 판매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상품을 중국에서 떼와서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까지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엑스 이용자 'dekhobokho'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SNS에서도 피해 증언이 이어진다.
자체 쇼핑몰과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휴대 전자기기 케이스를 판매하는 'ab***'는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에 올라가 있는 사진 전부 제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자신이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휴대폰 케이스 제품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C커머스에도 내걸려 있어 '자체 제작 제품이 맞느냐'는 문의가 이어지는 통에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며 올린 글이다.
'ab***'는 자신의 쇼핑몰에서 휴대폰 케이스를 배송비 포함 2만4천원에 구매한 한 고객이 C커머스에서 동일한 제품을 3천572원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8배나 비싸게 샀네"라며 개탄한 글을 공지에 인용했다. 그러면서 C커머스 판매업자가 자신의 제품 사진을 도용해 다른 제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책갈피 판매자라고 밝힌 엑스 이용자 'OK***'도 "제 책갈피의 경우 ○○에서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당해 판매되고 있는데, 실제 제품은 소재·두께·인쇄 퀄리티·칼선도 다 달라서 아예 별개의 새로운 제품인 수준"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자신이 판매하는 사과 모양 책갈피와, 도용한 사진을 내건 C커머스 판매업자의 제품을 비교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가 판매하는 책갈피는 얇고 반투명한 소재인 반면 C커머스에서 산 책갈피는 아크릴 소재로 만들어져 한눈에 봐도 두껍다.
이정진 법무법인 세영 변호사(변리사)는 "제품의 자체 제작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 사진에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경우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제품의 단독 사진이 아니라 인테리어나 소품 등을 활용해 찍은 경우 촬영자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에 개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길게는 1~2년을 싸워야 하고, C커머스 내 여러 판매자가 사진을 도용하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엑스 이용자 '404weekendz'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소비자가 이러한 '사기'의 피해자인 것은 물론이다.
대학생 최모(23) 씨는 "C커머스에서 주문하면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품을 받은 적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도용 사진에 당했구나'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달 엑스에는 "C커머스에서는 사진 도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받았을 때에는 전혀 다른 상품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1_***), "이제 C커머스가 카피한 걸 파는 건지, (국내 쇼핑몰이) C커머스에서 파는 걸 떼다가 파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ti***)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C커머스와 같은 이커머스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이라며 "법적 제재를 떠나 판매 사진을 도용한 후 질이 다른 제품을 보내는 이러한 사건들이 누적되다 보면 평판이 현저히 저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커머스의 경우 소비자들이 보내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자 기만 현상을 통제하고 스크리닝(screening·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이 신고할 경우 해당 사업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취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커머스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면서도 책임에는 소극적인 경우가 있다"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규제를 더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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