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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봉쇄로 원유 저장고 한계선…채굴 장기 중단시 유정 시설 불능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이 이란 핵 제거를 위한 전략의 초점을 군사 공격에서 경제 봉쇄로 전환하고 있다. 정전 협상에서 이란 핵 포기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해 상대의 내분과 국민 동요를 확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군사 작전인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로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고 보고 '이코노믹 퓨리'(economic fury:경제적 분노)라는 새 작전명까지 공식화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경제적 분노 작전을 통해 테헤란의 자금 창출, 이동 및 송금 능력을 체계적으로 약화하는 최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엔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판단이 작용한다. 해상 봉쇄가 계속되면 현실적으로 미국은 크게 손해 볼 게 없지만 이란은 버티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종전 및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르고 싶지 않다", "우리에겐 시간이 충분하다" 등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란 핵 제거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경제 봉쇄와 압박을 지속할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경제 봉쇄 효과를 확신하는 건 이란 경제가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단순한 구조라는 약점 탓에 시간이 갈수록 버틸 힘이 없어질 거라 보기 때문이다. 이 작전에는 이란 인근 해상 봉쇄를 비롯해 혁명수비대 관련 자금 동결, 이란과 거래국 제재 등이 포함된다.
가장 핵심인 해상 봉쇄는 사실 '유정(油井) 고사 작전'이다. 해상 봉쇄는 현금 유입과 식량 수입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요 유정을 불능화 상태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란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유를 뽑아내는 유정 시설은 생산이 중단되면 높은 압력 등으로 인해 지하에서 구조적 파괴와 손상이 일어나 영구 상실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이란 원유 수출 물동량의 90%가량을 담당하는 하르그섬 터미널의 원유 저장고가 저장 한계치에 가까워졌고, 이르면 2주 안에 석유 생산 중단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저장고가 꽉 차면 각 유정도 뽑아낸 원유를 보낼 곳이 없어지니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다. 베선트 장관도 "며칠 안에 하르그섬의 저장 시설이 가득 차고, 취약한 이란 유정들은 가동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로 이란 내 유정 시설 유지 보수 부품과 인력 유입에 차질이 생긴 것도 문제다. 미국은 이란 내 강경파라도 주요 유정이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는 사태만큼은 피하려 할 것으로 본다. 일정 기간 기름을 팔지 못해 국가 재정이 어려워지는 건 그래도 버틸 수 있지만, 주 수입원이 통째로 말라 버리는 사태는 전쟁 수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서다. 유정 고사를 겨냥한 해상 봉쇄는 이란이 불가역적 경제 붕괴를 우려하게 만드는 조용하면서 치명적인 공격인 셈이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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