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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보도의 새 이용자, 배송로봇과의 공존

입력 2026-04-2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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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합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보도(步道)는 오랫동안 인간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위를 금속의 몸체를 가진 또 하나의 '이용자'가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바로 배송 로봇이다. 이 배송 로봇은 우리의 삶을 돕는 동반자인가 아니면 보행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인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이 현실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드러난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K-자율주행이 나아가야 할 공존의 길을 짚어보고자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마주한 가장 큰 벽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인간다운 풍경 속에 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골목길, 공사로 인해 갑자기 바뀐 임시 통로, 예측할 수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있다. 이렇듯 보도 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은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인공지능에게는 끊임없이 오류를 유발하는 거대한 변수의 집합체가 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최근 배송 로봇은 미리 입력된 길을 따라가는 기계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시스템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는 E2E(End-to-End) 기반 자율주행 기술은 기존의 인지·판단·제어로 나뉘었던 구조를 하나의 신경망으로 통합해 입력된 정보를 곧바로 주행 행동으로 처리하며 인간의 직관을 흉내 내고 있다. 복잡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장애물을 피하고 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술적 도약은 분명해 보인다.


◇ 기술보다 '장소'가 정답… 스타십과 아마존의 엇갈린 운명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경험은 기술의 진보가 곧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 사례인 스타십(Starship Technologies)은 복잡한 도심 대신 대학 캠퍼스라는 '닫힌 세계', 제한된 공간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반복적인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술을 고도화했고, 그 결과 안정적인 서비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완성된 기술을 시장에 적용한 것이 아니라, 시장 속에서 기술을 완성해 나간 전략이었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대학 캠퍼스 배송 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반면, 아마존(Amazon)의 '스카우트' 프로젝트는 다른 결말을 맞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의 교외 주택가와 같은 낮은 배송 밀도 환경에서는 로봇의 운영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은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밀도와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 드러났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해도 먼저 공간과 수요가 갖춰진 경제적 토대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 뼈아픈 사례였다.




아마존 '스카우트' 프로젝트 배송 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 "길은 모든 존재에게 공평한가"… 로봇이 겪는 수난시대


실제 거리 위에서 벌어지는 일은 기술적 논의 그 이상이다. 배송 로봇은 자동차와 달리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충돌이 발생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로봇이 차량의 사각지대에 들어가 사고를 당하거나, 행인의 장난이나 고의적 훼손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센서 성능을 높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로봇이 존재하는 환경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해법은 기술 내부가 아니라 외부, 즉 도시와 사회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로봇이 신호등과 통신하고, 그 정보가 다시 차량과 공유되는 구조, 나아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의 안전은 개별 기계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네트워크와 인프라의 완성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나라는 독보적인 기회를 갖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가 밀집된 도시 구조는 실외 주행만이 아닌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자율주행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동현관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와 연동되어 최종적으로 현관 앞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아직 글로벌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배송 로봇은 '건물과 도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다.


도시 인프라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진 보도 위에 로봇을 올리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로봇을 포함한 새로운 이동 주체를 고려한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신호 체계와 연동되는 스마트 교차로, 로봇 전용 이동 공간, 충전과 대기 기능을 수행하는 거점 시설은 자율주행 기술의 일부로 봐야 한다. 이것은 더 이상 교통 인프라가 아닌 도시 운영 시스템의 일부다.


◇ 인간과 로봇, 새로운 공존의 질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 설정이다.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하는 구조는 현실적이지 않다. 반복적이고 간단한 작업은 로봇이 담당하고, 복잡하고 유연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은 인간이 담당하는 협업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균형이 유지될 때 기술은 편의로 작동하지만, 균형이 무너지면 곧 갈등의 원인이 된다.


길은 그저 하나의 이동 공간만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관계가 축적된 장소다. 그 위에 로봇이 들어온다는 것은 기술의 진보를 넘어 사회적 합의의 문제를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로봇에게 길을 내어줄 것인지, 아니면 그 길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율주행 로봇이 가져올 변화는 '편리한 배달'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은 더 가치 있고 유연한 영역에 집중하고, 기계는 반복되고 위험한 일을 맡는 공존의 질서다. 테헤란로의 보도 위에서 잠시 멈춰 선 로봇을 바라보며, 우리는 기술의 완성도보다 먼저 인간 사회의 준비 상태를 되물어야 한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강릉 ITS 세계총회 조직위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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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1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