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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니트리 초속 10.1m 질주…테슬라·BMW는 실증 데이터
밀리초 단위 연산·센서 융합 거친 '피지컬 AI' 기술의 결정체

[유니트리 위챗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초속 10m를 돌파하며 인간 한계에 근접한 속도로 내달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겉보기엔 화려한 기계공학적 성취나 '속도' 자체가 기술 경쟁의 초점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핵심은 이 물리적 움직임을 배후에서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인공지능(AI)의 제어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모터와 관절 성능이 좋아진 게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물리 환경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돌발 변수에 대응하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이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찰나의 균형' 잡는 AI…밀리초 단위로 수만 번 연산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H1'은 최근 단거리 테스트에서 초속 10.1m의 속도를 냈다.
육상 황제였던 우사인 볼트의 최고 기록(초속 10.44m)을 턱밑까지 추격한 셈이다. 인간의 달리기가 수십 개 관절과 근육이 정교하게 맞물린 결과물이듯 로봇의 고속 주행도 비슷하다.
로봇이 전력 질주를 하려면 지면 상태의 미세한 변화를 읽고 충격을 흡수하며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과정을 수 밀리초(ms) 단위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찰나의 순간을 관장하는 두뇌가 바로 AI 기반 제어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라이다(LiDAR), 관성센서(IMU)가 흡수한 주변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동작을 스스로 예측하고 결정하는 원리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15일 중국 베이징 국가스피드스케이팅홀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 참가한 로봇들이 달리기 경기를 하고 있다. 2025.8.15
xing@yna.co.kr
여기에 수만 번의 가상 시뮬레이션을 거쳐 최적의 보행 전략을 스스로 터득하는 강화학습까지 더해지면서 전속력으로 달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AI의 고도화된 판단 능력이 주행 속도를 뒷받침하게 된다.
이 때문에 로봇 업계에서는 달리기 속도를 단순한 제원상의 숫자가 아닌 AI 기술 성숙도를 증명하는 잣대로 본다.
시속 수 km 안팎의 느린 걸음은 미리 짜인 코드로도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지만 인간 수준의 고속 주행은 예측을 벗어나는 수많은 변수에 실시간으로 대처해야만 가능해서다.
주행 속도가 올라갈수록 센서 융합의 정확도, 강화학습 모델의 정교함, 제어 알고리즘의 최적화 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특히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 모델을 현실의 물리 법칙에 오차 없이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가상-현실 전이)' 기술이 로봇의 주행 능력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 텍스트 넘어 현실로 온 AI…실증 데이터 확보전
이런 흐름은 챗GPT로 대표되는 AI 기술의 경쟁이 가상 공간의 텍스트나 이미지에서 현실의 물리 세계로 급격히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생성형 AI가 언어와 콘텐츠 생산에 머물렀다면 휴머노이드는 현실에서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피지컬 AI의 결정체인 셈이다.
이에 따라 AI를 고도화하는 핵심 자원인 학습 데이터의 주도권 역시 인터넷 문서에서 센서·동작·환경 반응 등 현실의 물리 데이터로 넘어가는 추세다.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살아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자사 생산 라인에 투입해 실증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피규어 AI(Figure AI)는 미국 BMW 공장에 로봇을 배치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빅테크들 또한 시각언어모델(VLM)과 강화학습을 융합해 로봇이 스스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대규모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CES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로봇 아틀라스가 이동하고 있다. 2026.1.8
ksm7976@yna.co.kr
국내 산업계도 하드웨어 중심이던 로봇 생태계를 피지컬 AI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하며 참전 채비를 마쳤다.
현대차[005380]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2028년까지 자사 생산 공정에 투입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내놨다.
로보틱스와 피지컬 AI를 그룹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낙점하고 실증 데이터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연구진과 기업 간의 합종연횡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LG전자와 손잡고 통합 휴머노이드 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AI 제어 영역은 LG전자가, 팔다리를 움직이는 물리적 실행 영역은 KIST가 맡아 기술의 '두뇌'와 '몸통'을 융합한다.
여기에 로보티즈[108490], 딥엑스 등 국내 기업들도 AI 기반 휴머노이드 구동 액추에이터와 전력 대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피지컬 AI 전용 반도체를 잇달아 선보이며 독자적인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고속으로 달린다는 건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AI가 물리 세계의 돌발 변수를 완벽에 가깝게 제어하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휴머노이드 실증에 나서는 것도 결국 공장이나 일상 공간에서 발생하는 '진짜 물리 데이터'를 남보다 먼저 독식하기 위한 패권 전쟁"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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