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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본인 제공]
인공지능(AI)이 코드를 짜고, 논문을 요약하고, 주식시장을 예측하며, 심지어 전쟁을 수행하는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시대다. 그러한 이 시대에 가장 많이 소환되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사람,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도, 미국 대학의 저명한 교수도, 미래학자들도 입을 모아 말한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한때 르네상스형 인간은 인공지능 이전의 산업 기계혁명, 그리고 이를 기초로 형성된 보조적 형태의 정보화 혁명 시대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르네상스형 인간상은 사회에서 실용적으로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르네상스형 인간은 독특한 공상가 또는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사람이지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이미지의 사람으로만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의 특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느 구체적인 한 분야에만 숙달된 전문가가 필요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 법칙은 그러한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은 숙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약 10년간 한 분야의 일에 매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이렇게 한 분야의 숙달된 일과 지식은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은 이러한 숙달된 천재적 인공지능 비서를 잘 사용하는 창의적인 인간 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상과 같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거시적 관점으로 세상을 연결하고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 능력이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특히 그 많은 인물 중에서도 특히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다빈치형 인간을 이야기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천재 화가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그의 노트 1만3천페이지에는 회화와 조각 옆에 인체 해부학이 있고, 유체역학 관찰 옆에 헬리콥터 설계도가 있으며, 식물학 스케치 옆에 도시 계획안이 공존한다. 그는 화가, 과학자, 의학자이자 공학자이자 음악가였고, 건축가였으며, 광학 연구자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이 모든 분야를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과 머리카락을 그리는 것은 그에게 같은 문제였다. 빛이 눈에 맺히는 원리를 탐구하는 것과 원근법을 캔버스에 구현하는 것은 하나의 연속된 개념이었다. 그는 경계를 넘은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각에서는 경계 자체가 인식되지 않았다.
AI 시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AI가 정확히 무엇을 잘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AI는 정의된 문제를 푸는 것에 탁월하다. 데이터가 있고,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반복 훈련이 가능할 때 AI는 인간을 압도한다. 바둑도, 단백질 구조 예측도, 법의 판례 정리, 언어 번역도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AI가 구조적으로 닿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아는 것, 서로 무관해 보이는 두 영역을 연결해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것, 기술적 가능성과 인간적 필요, 그리고 윤리적 제약을 동시에 관찰하면서 판단을 내리는 것, 그리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것 등이다. 이것이 아이러니하게 정확히 다빈치가 했던 일이다. 그는 답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심오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질문을 먼저 봤다.
르네상스맨의 사고의 첫 번째 핵심은 경계를 가로지르는 연결 능력이다. 다빈치는 심장의 판막 구조를 연구하다가 강물의 소용돌이 패턴과 같은 원리임을 발견했다. 정말 놀라운 관찰력이다. 세상의 모든 물리적 동작성은 같은 것이며, 그저 다른 스케일에서 다른 재료들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가장 폭발적인 혁신들도 정확히 이 경계 지점에서 태어났다. 생물학과 컴퓨터과학의 교차점에서 알파폴드(AlphaFold, 구글 딥마인드에서 2018년부터 개발한 AI 기반의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모델)가 나왔고, 신경과학과 AI의 교차점에서 딥러닝이 탄생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는 이 교차점을 보기 어렵다. 두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사람만이 그 틈에서 새로운 연결성과 동일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핵심은 이해와 생산의 통합이다. 다빈치는 순수한 이론가도, 순수한 장인도 아니었다. 그는 이해하기 위해 만들었고, 만들기 위해 이해했다. 해부를 한 것은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해서였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보는 행위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AI 시대의 가장 위험한 인재 유형은 두 가지다. 코딩만 할 줄 알고 맥락을 모르는 기술자, 그리고 개념만 말하고 구현을 모르는 기획자다. 다빈치형 인간은 이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공학적 언어와 인문의 언어 사이에서 연결자의 역할을 한다.
세 번째는 모호함을 견디는 능력이다. 다빈치는 수많은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겼다. 이것은 무능함이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답에 도달하는 것보다 더 정밀한 질문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의 노트에는 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결국 그의 사고 확장의 연결적 '노드'(node, 컴퓨터 과학에 쓰이는 기초적인 단위로 대형 네트워크에서는 장치나 데이터 지점을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노트에는 확정된 결론보다 새로운 의문들이 더 많다. 그리고 현대 사회를 보면 완벽한 정보가 갖춰지기를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 불확실성 속에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수정하는 루프를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다.
네 번째는 경이감이다. 다빈치의 노트 첫 페이지에는 어린아이 같은 질문이 가득하다. 왜 하늘은 파란가? 물고기는 어떻게 물속에서 방향을 바꾸는가? 새의 날개는 정확히 어떤 각도로 꺾이는가? 이 경이감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능력,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훈련이다. AI는 기존 패턴을 정교하게 재현하지만, 패턴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그 원천은 경이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르네상스 인간의 담론에는 중요한 함정이 있다. 다빈치는 혼자였다. 하지만 기후 변화, 팬데믹, AI 윤리, 도시 설계 같은 현대의 거대한 문제들은 한 명의 천재가 혼자서 풀 수 없다. 따라서 AI 시대의 르네상스맨은 두 방향으로 재해석돼야 한다. 개인 수준에서는 한 분야의 깊이와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넓이를 겸비한 거시적 관찰자적 인간이고, 팀 수준에서는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며 집합적 다빈치가 되는 것이다.
이때 르네상스적 소양은 개인의 자질을 넘어,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를 충분히 이해해 다른 전문가와 깊이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연결의 능력이 되는 것이다. 마치 일론 머스크가 여러 가지 사업을 일으키고 연관지어 수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AI는 점점 더 좋은 답을 낸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더 좋은 질문이다. 다빈치가 위대했던 것은 그가 모든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했고, 그 질문들 사이의 연결을 보았으며, 그 연결에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했다. AI 시대의 교육이 여전히 정답을 외우는 훈련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AI보다 훨씬 뒤처지는 존재로 남게 될 것이다. 경계를 가로지르는 호기심, 이해와 생산을 통합하는 실천, 모호함의 과정을 즐기는 태도, 세상을 보는 경이감. 이것이 500년 전 다빈치가 살았던 방식이고, 결국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 시대 이후의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다. 르네상스는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다시 인공지능과 함께 시작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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