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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AI 인플루언서의 '설계된 감정'-③

입력 2026-04-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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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이은준 경일대 교수

[본인 제공]



◇ '응원'은 어떻게 수익이 되는가: 감정의 산업화


필자가 이번 AI 인플루언서 칼럼 시리즈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바로 '희망'을 이용한 감정의 산업화 구조다.


실제 많은 '인간'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떤 어려움을 통과한 이후에 타인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희망적인 콘텐츠로 많은 사람을 열광시켰다.


그 말에는 시간과 경험, 그리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런 메시지는 점점 더 맥락 없이 복제되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


특히 2025년 이후,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특정 장애를 가진 AI 캐릭터들이 이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생산한다.


이들은 짧은 영상 속에서 밝게 웃으며 말한다.


"너는 충분히 소중해" "자신을 사랑해도 괜찮아"


이 장면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는 이 콘텐츠를 보고 위로를 받는다.


실존하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고, 특정한 신체적 장애를 조합하고, 가장 반응이 좋은 메시지를 붙인다.


서로 완전히 반대 방향에 있는 두 종류 사례의 AI 인플루언서를 보자. 같은 기술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먼저, 의도적으로 '대표성'(representation)을 확장하기 위해 설계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플루언서 카미(Kami)다.




인플루언서 카미

[SNS 캡처]


2022년에 공개된 이 캐릭터는 다운증후군 인터내셔널(Down Syndrome International)과 다국적 광고회사 포르스만 앤 보든포스(Forsman & Bodenfors), 그리고 디지털 모델 에이전시 더 디지털스(The Diigitals)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중요한 건 제작 방식이다. 그저 '다운증후군처럼 보이는 얼굴'을 만든 것이 아니라, 16개국, 100명 이상의 다운증후군 여성 패널을 기반으로 얼굴과 성격을 설계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명확하다.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신체적 특징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실제 다운증후군 여성들을 대표하여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 모든 사람이 카미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더 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카미의 콘텐츠 기획 시, 실제 다운증후군 여성들의 얼굴과 성격만 반영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계속 협력하여 카미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무엇을 입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함께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등장한 사례가 또 있다. 페넬로페(Penelope)라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외형적으로 장애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콘텐츠를 통해 일상에서의 불편함, 사회적 인식, 접근성 문제를 전달한다. 이 역시 NGO와 실제 당사자 그룹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AI 시각장애 소녀, 경험을 나누며 고정관념을 깨다'라는 소개의 페넬로페의 프로필 문구 [SNS 캡처]


여기까지는 AI 기술로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돕는 좋은 목적의 AI 인플루언서 사례라고 본다. 하지만 정확히 같은 기술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와는 대조적 사례로, 2025년 이후부터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AI 계정이 대량으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다양한 장애를 가진 가상 AI 인플루언서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필터나 합성 기술을 이용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의 얼굴을 변형하거나, AI 이미지로 장애를 가진 인물을 생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극복'의 서사를 반복적으로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응원', '희망', '자기 수용'과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고, 이 중 많은 계정은 여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맥락의 콘텐츠로도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계정들은 빠르게 성장한다. 수만, 수십만 팔로워. 짧은 시간 안에 실제 활동가보다 더 큰 영향력. 이 지점에서 구조가 완전히 드러난다. 감정이 '표현'이 아니라 '자원'이 되는 순간이다.


이 계정들은 알고 있다. 어떤 얼굴이 어떤 감정을 유도하는지. 장애가 사회적으로 보호, 응원, 따뜻함과 연결되어 왔다는 점을 이용한다. 장애를 설계하고, 서사를 붙이고, 짧은 메시지를 반복한다. 그 결과, 하나의 공식이 만들어진다. '장애 → 감정 → 참여 → 수익'


이건 윤리 문제 차원의 일이 아니다. 같은 기술이 한쪽에서는 '대표성과 존중'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모방과 수익화'를 만든다.


앞서 말한 카미의 사례와 다운증후군 필터를 사용해 만들어낸 AI 인플루언서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기술의 차이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설계의 방향성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카미는 실제 당사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반대로 수많은 가짜 계정은 그 경험을 '차용'하고 '복제'한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전자는 감정을 '전달'하려는 구조이고, 후자는 감정을 '추출'하려는 구조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감정이 설계되고, 선택되고, 산업화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한다.


이 구조는 역경 → 극복 → 감정 → 반응 → 수익으로 이어진다. 과정에서 '경험'은 완전히 제거된다. 서사 없이 감정만 남는다. 던지는 메시지는 같아 보이지만, 감정의 목적 자체가 바뀌는 문제가 보인다.


이러다 보니 감정은 표현이 아니라 설계 가능한 요소가 된다. 어떤 장애가 더 많은 공감을 유도하는지, 어떤 장애에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는지, 어떤 장애의 조합이 더 높은 참여를 만드는지. 이 모든 것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다시 콘텐츠로 재생산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역경을 견뎌내는 것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실제 사람은 그 모습을 보며 응원을 한다. 여기까지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이 감정이 어디로 연결되는가이다.


일부 계정은 이 감정적 반응을 기반으로 팔로워를 빠르게 늘리고, 그 이후 광고, 후원, 혹은 다른 수익 구조로 연결한다. 이 지점에서 '응원'은 바뀐다. 그것은 더 이상 관계가 아니라 전환율(conversion)이 된다.


인간의 특징, 인간의 차이, 인간이 겪어온 경험들이 점점 더 감정을 유도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같은 메시지라도 누가, 어떤 맥락에서 말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는 '괜찮다'와, 수익을 목적으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생성한 '괜찮다'는 겉보기에는 같지만, 구조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경험에서 나온 언어이고, 후자는 반응을 위해 설계된 언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차이를 점점 덜 구분하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은 실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현상은 단순히 '가짜 vs 진짜'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소비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이제 질문은 훨씬 더 불편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정말 '사람'에게 위로받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위로라는 감정을 소비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그들이 위로하는 대상은 우리일까? 아니면 돈 때문에 우리를 위로하는 척, 응원하는 척하는 것일까?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그 감정을 누가 만들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설계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AI 인플루언서는 더 이상 사람을 흉내 내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감정을 생산하고, 그 감정을 유통시키고, 그 감정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시스템 안에서 응원하고, 공감하고, 그리고 소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을 더욱 주시해서 봐야 한다. 왜냐면 한국에서도 곧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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