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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악재에 항공사 '수익 사수' 안간힘…운항 줄이고 요금 인상

입력 2026-03-29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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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곳 중 5곳이 운항 축소, 나머지도 검토…할증료 높여도 만회 역부족


항공업계, 국토부에 비축유 활용·운수권 회수 유예 등 요청




국내 항공사 항공기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중동 전쟁발 불확실성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기조로 신음하는 국내 항공사들이 운항편을 줄이고 유가할증료 등 각종 요금을 올리며 수익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용 급증에 따른 타격은 몸집이 작아 악재를 견뎌내기 어려운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우선 집중되고 있지만, 점차 대형 항공사로도 번지고 있다. 상황이 더 장기화하면 항공사들이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정부의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항공사 11곳 중 5곳이 항공유 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오는 4월 이후 운항 축소에 나섰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LCC 5곳이 일부 노선 비운항을 확정했으며, 나머지 다수 항공사도 비운항을 검토 중이다.


진에어는 오는 4월 4∼30일 인천발 괌, 클라크, 나트랑(냐짱) 노선과 부산발 세부 노선 등 일부 노선에서 총 45편을 비운항하기로 결정했다.




국적 항공사 로고

[촬영 임성호]


중장거리 노선에서 주로 운항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오는 4∼5월 인천발 미주 및 동남아 노선 총 50편을 비운항하기로 했다. 인천∼로스앤젤레스(LA) 26편과 샌프란시스코 8편, 호놀룰루·방콕 각 6편, 뉴욕·워싱턴 각 2편이다.


에어부산도 4월 부산∼괌 왕복 14편, 부산∼다낭 왕복 4편, 부산∼세부 왕복 2편 등에 대한 비운항을 결정했고, 이스타항공은 5월 5∼31일 인천∼푸꾸옥 노선에서 50여편의 운항을 중단한다.


에어로케이는 4월 청주∼클라크, 6월 청주∼이바라키·나리타 등 4개 국제선 노선을 일부 비운항하고, 8∼10월에는 인천∼오사카 및 인천∼이바라키 노선을 비운항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LCC인 비엣젯도 유가 부담과 항공유 수급 불안을 이유로 다음 달 인천∼푸꾸옥·나짱·다낭과 부산∼냐짱 노선의 운항을 무더기로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들어 항공유 가격 급등에 따라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이 크게 가중되면서 탑승률이 낮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을 위주로 운항을 줄여 나가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베트남 노선에서는 현지 항공유 공급사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한국 항공사들에 내달부터 가격을 올려 받겠다고 요구한 점도 노선 축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유는 다른 정유 제품보다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변질 위험이 커 장기 비축이 어렵기에 공급망 충격에 가장 취약한 유종으로 꼽힌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관인 S&P글로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533.32센트로 전쟁 직전인 지난달 27일(223.75센트)과 비교해 138% 급등했다.




지난 5년간 항공유가 변동 그래프. 파란색이 항공유, 초록색이 북해산 브렌트유

[IATA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을 비롯해 다른 LCC들도 수익성이 부족한 노선에 대한 비운항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비운항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영업비용 증가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항공권에 부과하는 유류할증료를 최대 3배 이상 높여 받는다.


다만 유류할증료를 올리더라도 유가·환율 상승에 따른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 LCC의 경우 이달 기준 유류비가 전달 대비 102%, 전년 대비 1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류할증료로 상쇄할 수 있는 유류비는 상승분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 관계자는 "평소 유류비가 전체 비용의 30% 안팎을 차지했지만, 유가가 치솟으면서 비중이 50% 안팎까지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규 취항은 엄두도 내기 어렵고 최대한 제반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가 포함된 비행기 푯값이 오르면 수요 자체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고육지책으로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운임을 낮추면서 실제 항공권 가격 상승 폭을 제한적으로 유지하기도 한다.


일부 LCC들은 운송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요금 등도 높이고 있다. 항공사 중 가장 먼저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티웨이항공은 오는 30일부터 국제선 초과 수하물 금액을 전반적으로 인상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3년간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금을 동결해 왔다"며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케이도 이날부터 사전 구매 수하물과 프리미엄 좌석 등 요금을 일제히 올렸다.




중동발 고유가에 유류할증료 급등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에서는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위기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항공사들부터 점점 생존의 갈림길로 내몰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에 대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최근 국토교통부에 항공유 수급 원활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운항 권리인 운수권과 슬롯(항공기 이착륙 시간) 회수 유예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 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은 항공사들의 노선 운항 지속을 유도하기 위해 운수권과 슬롯을 일정 기준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듬해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항공사들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명령 이행 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했고, 항공사들의 항공유 수급 등 영업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슬롯·운수권 회수 유예를 비롯해 코로나19 초반에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당시의 지원 방안을 다시 들여다보며 필요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항공사는 경영 부담이 확대되며 국제선에서 시작된 감편이 국내선으로까지 확산하는 '도미노식 감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승객 불편 역시 증가할 수 있다"며 "정부는 운수권과 슬롯 유지 요건을 탄력적으로 완화하고 필요할 경우 항공유 관련 세금 부담 완화 등 정책적 지원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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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9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