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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AI 공장 시대, '답'보다 '방향'부터

입력 2026-03-26 10: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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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엔비디아 AI 컨퍼런스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컨퍼런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은 두 가지 감정 사이를 오간다. 호기심과 두려움. 호기심은 "이걸로 뭘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기대에서 오고, 두려움은 "이러다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에서 온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이 질문들 한가운데에서, 최근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AI가 당신 일을 통째로 빼앗아 가는 게 아니라, AI를 먼저 쥔 사람이 당신 일을 가져갈 것"이라는 경고이자 조언이다.


그는 최근 '올인 팟캐스트'(All-In Podcast)에 출연해, AI가 그저 학습하고 텍스트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추론'(inference)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하고, 여러 도구를 호출해 실제 일을 처리하는 단계다. 이 단계가 본격화되면 관련 연산·인프라 수요는 지금보다 100만 배에서 많게는 10억 배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 구도 속에서 엔비디아는 자신을 '칩 회사'가 아니라 'AI 팩토리(공장)' 회사로 정의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스토리지, 그리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모델과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기업이 원하는 형태의 '지능'을 지속해 생산해 주는 공장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창고였다면, 앞으로의 데이터센터는 지능을 찍어내는 생산라인이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의 시선이 모니터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로봇, 자율주행, 물류, 제조, 디지털 생물학 등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영역을 통틀어 '피지컬 AI'라고 부르며, 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수십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화면 속 텍스트와 이미지를 다루는 생성형 AI가 주목받지만, 곧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고, 물건을 옮기고,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로봇과 에이전트들이 산업의 판을 바꾸게 된다는 이야기다.


미래의 AI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젠슨 황이 강조하는 다음 단계는 '에이전트'(Agent) 중심의 AI다. 질문에 답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연결하고, 다른 AI와도 협업하며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존재다. 우리가 몇 줄의 지시만 내리면, 여러 개의 모델과 프로그램, 심지어 로봇까지 호출해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점점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많은 사람이 자동으로 떠올리는 답은 'AI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미 승산 없는 싸움이다. 계산 속도, 정보 검색, 패턴 인식에서 인간은 기계와 겨뤄 이길 수 없다. 젠슨 황 역시 이 점을 전제로 말한다. 인간이 지능 그 자체로 기계를 이기려는 시대는 끝났다고.


이 지점에서 우리가 떠올려야 할 비유가 있다.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의 이야기다. 사람들은 암산 능력이 퇴보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계산을 기계에 맡기고 더 복잡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AI는 이 비유의 확장판이다. 글쓰기, 분석, 기획 초안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면, 인간은 이제 '어떤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풀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쪽으로 올라서야 한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떠올려 보자. 예전에는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들어갔다. 지금은 검색과 요약, 초안 작성은 AI가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은 달라진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무엇인지, 누구에게 어떤 결정을 끌어내려는 것인지, 어떤 데이터와 사례를 중심에 세울지,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과감히 버릴지가 인간이 할 일이다.


즉 '답'을 만드는 수고가 아니라, '방향과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 된다.


학생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문제를 빨리 풀고 많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은 점점 AI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시험 문제 생성과 채점조차 자동화되는 시대에, 남는 것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AI에 정답을 물어볼 수 없는 질문.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사업가나 프리랜서, 직장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을 직접 손으로 처리하는 사람보다, AI를 어디까지 위임하고, 자신은 어떤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할지 설계하는 사람이 더 경쟁력 있는 시대다. 예를 들어 기획자는 더 이상 PPT 슬라이드 100장을 직접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방향을 잡고 수정하며 '결정의 구조'를 만드는 사람으로 진화해야 한다.


결국 젠슨 황이 반복해서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AI는 특정 직업을 몽땅 없애기보다는, 그 직업 안의 작업 단위를 재구성한다. 사라지는 것은 '단순 반복 작업'이고, 새로 생기는 것은 'AI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이다. 당신의 경쟁 상대는 AI 그 자체라기보다, AI를 먼저 잘 쓰기 시작한 다른 사람과 다른 조직이다.


여기에 그가 추가로 강조하는 것이 '로컬 AI'와 보안이다. 앞으로의 에이전트는 클라우드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개인 PC, 스마트폰, 사내 서버 등 각자의 환경에 상주하면서 민감한 정보와 업무를 처리하는 로컬 AI가 중요해진다. 기업과 개인에게는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어떤 시스템 안에서, 어떤 규칙과 데이터로 AI를 돌리느냐'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이 모든 흐름을 요약하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AI가 내 일을 뺏을까?"가 아니라, "나의 일 중 무엇을 AI에 맡기고, 그 위에 나는 무엇을 더할 것인가?"


AI가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초인적인 기억력이나 계산력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는 능력, 맥락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 여러 도구와 사람, AI를 엮어 하나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그 방향에 책임을 지는 용기 등이 필요하다.


지능의 왕좌는 이미 내려놓아도 된다. 그 자리에 새로 생겨난 의자가 있다. '설계자'라는 이름의 자리다. AI 시대에 살아남고, 더 나아가 주도하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정답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어떤 방향을 설계할지부터 고민하는 것이다. 그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이, 앞으로의 AI 공장 시대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필요로 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전태수 웹 3.0·블록체인 전문가


▲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 한국인터넷미디어윤리위원회 이사장 ▲ 세계스타트업포럼 대표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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