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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업 대표 무릎 꿇고 사죄, "자식 잃은 마당에…" 오열

[촬영 김준범]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박주영 기자 = "무식할 정도로 성실한 분이었어요. 자기 일만 묵묵히 하던 사람인데, 다른 사람을 챙기다 정작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아 더 안타깝습니다."
24일 대전 화재 사고로 숨진 고(故) 안일덕 씨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중구 목동 선병원 장례식장.
안씨의 두 동생은 황망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사진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자식 없이 오직 일과 주변 사람들에게만 전념해 온 고인은 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미루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평소 원칙을 중시하고 의리가 두터워 주변의 신망이 높았던 숙련공이었다.
고인의 막냇동생은 "형이 하늘에서는 부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며 "그동안 형에게 못 했던 것들을 평생 마음에 두고 살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형 생각에 어머니는 식사도 못 하고 통곡만 하고 계셔 걱정이 크다. 차마 어머니께는 사고 직후 바로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고인은 공장 3층 외곽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첫째 동생은 "아무래도 성격상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다가 변을 당하신 것 같다"면서 "오빠 친구도 오빠가 그 시간에 거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다른 사람들을 챙기러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고인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끝내 닿지 않았던 순간의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안씨 가족은 사고 당일 오후 1시 45분부터 계속해서 안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신호음만 가던 휴대전화는 오후 2시 30분이 넘어서야 전원이 꺼졌다고 전했다.
동생들은 "전화 신호가 가는 동안 누군가 곁에 있었거나 구조가 빨랐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마음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빈소를 찾은 안씨의 지인들은 차마 안으로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장례식장 입구 전광판에 적힌 고인의 이름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침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서구 을지대병원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A씨의 빈소를 찾은 여성은 유족의 손을 붙잡고 "왜 여기에 있어, 왜"라고 소리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오열했다.
빈소를 방문한 친척과 친구들은 벌겋게 눈이 충혈된 상주를 꼭 끌어안고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동료 직원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유가족들을 조문했다.
여러 빈소를 들러야 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착잡한 표정이었다.
또 다른 B씨의 빈소는 유족이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친척들이 부축해가며 힘겹게 손님을 맞고 있었다.
상주와 맞절을 하던 조문객들은 자기 몸에는 너무 큰 상복을 차려입은 어린 자녀를 마주하고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날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가 을지대병원에 마련된 직원들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손 대표는 A씨의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
A씨의 어머니는 손 대표를 향해 "어떻게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느냐", "자식 잃은 마당에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 죽을 때까지 평생 갚아라"라며 비명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이날 침묵에 휩싸인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아이고…아이고…' 하는 통곡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난 20일 오후 1시 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안전공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24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주식회사 2일 차 감식에 나선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불에 탄 건물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6.3.24 coolee@yna.co.kr
psykims@yna.co.kr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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