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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본인 제공]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슈퍼볼 경기의 광고판에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의 인공지능인 클로드를 광고하면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광고는 경쟁사인 오픈AI를 드러내지 않고 공개 비평했다.("AI에 이제 광고가 들어온다. 하지만 클로드는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선보였다.) 슈퍼볼이라는 전 세계 광고판에 AI 산업 내부의 가치 충돌을 드러낸 사건이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슈퍼볼 경기에 나온 앤트로픽의 클로드 광고에 즉각 반응했다. 그는 클로드 슈퍼볼 광고가 웃기지만 정직하지 않다고 했다. 요지는 이렇다.

[샘 올트먼 'X' 계정 캡처]
'대화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을 계획은 없다.'
'광고는 명확히 구분될 것이다.'
'클로드의 광고는 다소 과장됐다.'
기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반박이 완전히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형식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AI가 광고 모델을 채택하는 순간, AI는 더 이상 '사용자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 '광고주와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이 충돌은 필연적이다. 웃음을 준 광고 뒤에 남은 불편한 질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클로드 광고 논쟁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핵심은 신뢰(trust)다. 우리는 검색엔진에 광고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였다. 그러나 AI는 다르다. AI는 질문에 답하고, 생각을 정리해주고, 결정을 돕는 존재다. 이 지점에서 광고가 개입하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묻는다.
"이 답변은 정말 최선의 답인가?"
"아니면 누군가 돈을 냈기 때문에 나온 답인가?"
"내가 대화하고 있는 대상은 조력자인가, 판매자인가?"
클로드의 광고는 이 불안을 정확히 찔렀다. 웃음과 불편함 사이에서, 시청자는 AI의 본질과 인간 선택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다.
클로드 광고에는 기술 사양은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 연산 속도, 파라미터 수, 정확도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이 던져졌다.
"이 AI는 누구 편인가?", "무엇을 우선하는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AI 경쟁의 중심이 '기술 → 가치 → 윤리 →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저 더 똑똑한 AI를 만들겠다는 경쟁이 아니라, AI가 인간과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두고 벌이는 경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은준 제작]
2026년, 이제 AI는 문화적 기호가 됐고, 세계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정체성이 됐다.
클로드는 '광고 없는 AI'라는 윤리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오픈AI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AI'라는 확장성을 강조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26년 슈퍼볼은 AI가 기술 산업을 넘어 문화 산업의 중심에 진입했음을 선언한 순간이었다는 점이다.
이제 AI는 더 이상 뒤에서 조용히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일상, 결정, 감정, 심지어 문화적 취향까지 스며드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클로드의 광고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우리는 당신의 집중을 존중합니다."
오픈 AI의 메시지는 이렇게 들린다.
"우리는 당신의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어떤 AI가 더 옳은지는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점점 더 윤리적, 정치적, 문화적 질문을 동반할 것이다.
슈퍼볼 광고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남아 있다.
AI는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에 개입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대가로 무엇을 내줄 준비가 돼 있는가?
2026년 슈퍼볼은 이 질문을, 가장 화려하고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우리 앞에 던졌다. AI는 이제 기술적 존재를 넘어, 문화적 주체로 등장했다. AI는 단순히 계산과 추론을 하는 엔진이 아니고, 광고의 소비자이자 제작자로, 창작의 파트너로, 문화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존재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인간은 관객(슈퍼볼 경기처럼)만이 아니라, 선택과 판단을 요구받는 주체가 됐다.
2026년 슈퍼볼 광고는 AI가 인간의 삶과 감정, 윤리적 판단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AI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장대한 문화적 질문이었다.
결국,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앞으로 점점 더 복합적이고, 정치적이며, 문화적이며, 철학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몰아넣을 것이다.
슈퍼볼 광고는 끝났지만,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곧 우리 한국에도 닥칠 일이 될 것이다. K-컬처가 세계의 중심이 된 이 시대에, 가장 대중적 방식으로 AI와 결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영상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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