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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인 제공
필자가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쳐 온 지 어언 20년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요즘 필자가 느끼는 감정은 디자인 교육 현장에서 기술에 대한 태도와 감수성의 세대별 차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때 기술은 '도구'(TOOL)의 지위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사용자와의 대화(dialogue), 경험적 공감(interactive empathy), 그리고 창의적 표현의 인터페이스이자 언어로 진화했다. 디자인 실무와 교육에서 기술은 창조와 사고, 감정 표현 방식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적 요소가 됐다.
디자인 계열 대학 강단에서 AI와 첨단 디지털 기법을 접하며, 세대별로 기술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감정적 반응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특히 최근 AI 시대의 격변 속에서, 기술 신뢰에 대한 세대 간 '역설적 간극'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부 학생은 오히려 기술을 덜 신뢰하게 된다. 숙련도나 접근성 문제가 아니라 기술과 감정의 관계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X세대: 불완전함과 협상의 미학
X세대(1970~1980년대 출생)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하던 시기를 경험했다. 다이얼업 모뎀 잡음, 플로피디스크 오류, 느린 그래픽 인터페이스, 잦은 다운 등 기술의 '결함'이 일상적이었다. 기술은 완제품이 아니라, 직접 설치와 시행착오, 설명서 탐독 등을 통해 스스로 익혀야 할 역동적 대상이었다. 실패와 오류는 좌절이 아니라 학습이며, 기술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 파트너였다.
실제 델, IBM,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은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주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설루션(예: 3D MAX, Adobe 시리즈 등)의 오류와 불안정성, 복잡한 세팅 등 '진입장벽 높은 환경'에서 성장하며, 수많은 X세대 디자이너와 개발자에게 '버그와 불완전함을 감수하며 창조적 문제해결력'을 요구했다.
이 경험이 디자인 교육 현장에도 깊이 각인됐다. 기술의 고장, 데이터 손상, 작업 중단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프로세스 중심·실험적 기법·오류의 창조적 전환 등 과정 중심의 교육 태도가 자리 잡았다. X세대에게 불완전함은 장애물이 아니라 반복 훈련과 창의, 기술 인내의 토양이었으며 결과 대신 프로세스의 중요성과 실험적 시도, 실패의 긍정이 '디지털 감수성'(Digital Sensibility)을 완성했다.
이들은 '기술은 늘 불완전하다'는 원리를 내면화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문제 해결에 몰입한다. 기술적 결함·한계가 오히려 창의의 기회임을 몸으로 체득한 결과다. 이 디지털 인내와 불완전함의 미학이 바로 X세대가 세운 디자인 유산이자, 완성형 시스템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가장 취약한 '디지털 회복력'의 본질이다.
◇ Z세대: 완성형 시스템과 감정의 균열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출생, 일부는 'ZAlpha'로 구분)는 태어날 때부터 고도화된 디지털 환경, 스마트폰·클라우드·스트리밍·AI 추천 시스템 등 '완성형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다. 사용자는 배우는 존재라기보다 '선택하고 기대하는' 소비자에 더 가깝다. 기술은 즉각적 반응, 자동화된 개인화, 매끄러운 경험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기술 오류나 AI의 실패는 그저 불편함이 아니라 '관계적 감정의 균열'로 인식된다. Z세대는 AI·디지털 서비스가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 때 감정적으로 실망하며, 제품의 기능적 오류를 개인적 실패처럼 받아들이는 현상도 잦다.
최근 조사에서 Z세대가 AI를 가장 활발히 사용하지만 동시에 '신뢰도'에서는 오히려 X세대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능적 안정성보다는 심리적 통제감의 상실(loss of control)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AI 디자인 툴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생성형 AI가 나의 의도를 오해하면, Z세대는 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를 빠르게 잃는다. 이들은 적응이나 협상보다는 즉각적 대체·회피 전략을 선택한다. 취향의 변화와 함께, '내가 선택받지 못했다'는 감정적 단절 또는 AI가 충분히 개인화되지 못했다고 판단할 때 흥미 상실, 피로도 상승, 기술 휴면 현상이 빈번하다.
동시에 빠른 기술 소모와 단기적 만족, '리셋' 문화(즉각적 새 시작·업데이트 선호)에 익숙한 소비 성향이 나타난다. AI에 대한 활발한 활용에도 불구하고, Z세대의 기술 신뢰 경험은 '물질적 소유→희소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와 글로벌 마케팅 기업 입소스(Ipsos) 코리아가 함께 발표한 리서치(2025)에 따르면 Z세대의 소비 가치가 AI·디지털 혁신에도 불구, 시간·체험·감정의 희소성으로 향하고 있음을 실증했다.
◇ AI, 디자인, 교육의 미래: 감정 구조와 교육 방식의 재구성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 현장에서는 세대별 기술 감수성 차이와 더불어, '기술-감정-교육 구조'의 깊은 균열이 드러난다. X세대는 과정과 인내, 불완전함 속에서 창의의 기회를 포착하지만, Z세대는 즉시성과 감정적 완성도를 중시하며 실망에 민감하다.
따라서 AI와 디자인 교육의 미래는 '하나의 표준'이 아니라, 기술이 불완전한 순간에도 감정적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자가 '협상과 회복력'을 함께 가르치는 방향으로 재구성돼야 한다. AI 툴에 대한 실용적 숙련도, 과정·실패의 긍정, 감정적 안전망 제공, 즉각적 피드백 시스템(특히 집중시간이 짧은 세대에 맞춘 구조) 등 다양한 교육 혁신이 요구된다.
실제 현장 데이터에 따르면, Z세대 학생들은 생성형 AI의 활발한 사용과 함께 맞춤형 학습, 즉각적 피드백 욕구가 크지만, 동시에 통제감 상실에 따른 불신과 피로도를 경험한다. X세대 교수진은 개방성과 실험, 문제해결 역량을 더 높이 평가한다.
정리하면, AI 시대의 디자인 및 기술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감수성의 차이는 '기능 숙련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경험·감정 구조의 총합임을 알 수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교육자의 역할은 세대 간 간극을 이해하고, 불완전함에서 회복력을, 완성형 시스템 속에선 감정의 균열을 다루는 '디자인적 교육 혁신'에 놓여 있다.
그것이 바로 AI 시대, 기술과 감정 사이에서 교육자가 다시 설계해야 할 새로운 교육의 기준이다.
석수선 디자인전문가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박사(영상예술학 박사). ▲ (주) 카우치포테이토 대표. ▲ 연세대학교 디자인센터 아트디렉터 역임. ▲ 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 한예종·경희대·한양대 겸임교수 역임.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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