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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DARPA 대회를 아시나요?

입력 2025-04-25 09: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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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단장

본인 제공



2004년 3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15대의 자율주행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미국 국방성 산하 고등 방위 연구계획국(DARPA)이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 'DARPA 그랜드 챌린지'(DARPA Grand Challenge)라는 경주대회를 열어 카네기 멜런대학교 등 15개 팀이 참가한 것이다.




DARPA 그랜드 챌린지

사진 출처 : 참가업체 홈페이지 캡처


미 국방성은 2030년까지 군 차량의 3분의 1을 무인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기술개발을 위해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완주하는 팀에게는 100만 달러의 상금도 걸려 있었다.


대회는 모하비 사막 바스토우에서 프리엄피까지 약 228㎞의 사막 비포장도로 경로를 무인 차량이 사람의 개입 없이 전 구간을 주행하는 것이었다. 대회에는 100여 개 팀이 신청했고, 예선을 통과한 15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카네기 멜런대학교의 레드팀(Red Team)이 '샌드스톰'(Sandstorm)이라는 차량으로 7.4마일(11.9㎞)까지 주행 후 결국 도랑에 빠져 멈췄지만, 최고 기록을 세웠다. 레드팀은 GPS와 라이다(Lidar·빛 탐지 거리 및 측정 또는 레이저 시각화 탐지 및 거리 측정 기술), 관성 측정 장치(IMU), 비전 카메라 등을 험비 차량에 장착해 자율주행차로 만들었다.




카네기 멜런대 레드팀 '샌드스톰' 출전 당시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버클리대학교 참가팀은 고스트라이더라는 무인 모터사이클로 대회에 유일하게 이륜차로 출전했다. 균형을 자동 제어하는 독창적 시도를 했지만, 출발 직후 바로 뒤집혔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참가팀은 학부생이 중심이 돼 밥(Bob)이라는 작은 SUV에 라이다, GPS, 관성항법장치(INS), 카메라 센서를 장착한 차량을 개발했다. 밥은 약 1.3마일(2.2㎞) 주행 후 자체 판단 오류로 코스를 이탈하면서 멈춰 섰다.




칼텍의 '밥' 출전 당시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이외에도 고등학생으로만 이뤄진 한 출전팀은 듄 버기(dune buggy·천정과 사방의 문이 완전개방된 차체로 사막, 모래 언덕, 해변 등 모래 지형 주행에 특화된 비포장도로 전문 소형 차량)카로 20m를 주행했고, 오시코시 트럭회사와 오하이오주립대는 '팀 테라맥스'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군용 트럭 기반을 1.2km 주행했다.




듄 버기 차량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DARPA는 내심 완주할 팀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자율주행차는 사막의 험로와 급경사, 협곡 터널 등 높은 난도로 판단과 조향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GPS 신호 불안정성, 센서 정확도의 한계, 회로 오작동 등으로 대부분 차량이 출발 10분 이내 멈춰 섰고, 결국 15개 팀 모두 완주에 실패했다.


카네기멜런대의 샌드스톰이 유일하게 11.9㎞를 주행하며 가능성을 보여줘 2005년 대회를 다시 기획하게 됐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는 구글, 우버, 테슬라의 자율주행 연구에 인재와 기술에 뒷받침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2005년 우승한 스탠퍼드 팀은 이후 구글 자율주행팀 창립의 주역이 됐다.




2005년 DARPA 그랜드 챌린지 우승 차량'스탠리(Stanley)' 출전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대회가 끝난 직후 DARPA의 국장 토니 테더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끝났다"며 "마지막 차량이 불에 탔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느끼며 대회가 실패로 끝났음을 알렸다.


기자회견 직후 DARPA는 "첫 대회는 혁신가와 엔지니어, 학생, 프로그래머, 비포장도로 전문가, 기계공학 전문가 등 모두가 함께 모여 역사를 만들고 어려운 과업을 해결해가는 장이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회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한 거버넌스 구성과 기술 발전의 계기가 됐음을 밝힌 것이다.


실패를 거울삼아 그다음 해에 열린 2005년 대회는 미국 네바다주 프림(Primm) 외곽 사막 약 212㎞(132마일) 구간에서 개막했다. 최대 10시간 내 완주를 목표로 상금을 200만 달러로 올려 총 195개 팀이 참가했고, 예선을 거쳐 23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스탠리(Stanley)가 6시간 53분 만에 완주해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전체 5개 팀이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스탠퍼드대 팀은 폭스바겐 투아렉 기반 SUV 차량에 GPS, 라이다, 스테레오 비전 등을 설치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주행했다. 스탠퍼드 레이싱팀은 차량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머신러닝 기반 장애물 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르지 못한 지형이나 급커브, 협곡 등에서 뛰어난 대응력을 보여줬다.


2004년 참가해 가장 오래 주행한 카네기 멜런대 레드팀은 2005년 대회에서 약 7시간 4분의 시간으로 완주했다. 레드팀은 샌드스톰과 하이랜더 두 대의 차량이 참여했다.




카네기 멜런대 레드팀 '하이랜더' 2005년 출전 당시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하이랜더는 고성능 센서와 세밀한 제어 시스템을 갖췄지만, 일부 구간에서 경로 선택이 보수적이어서 스탠리보다 느린 속도로 2위를 차지했다. 샌드스톰도 역시 기술적으로 뛰어났으나, 구간 중간중간에서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며 7시간 14분을 기록하며 3위에 머물렀다.


4위는 7시간 30분을 기록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출신으로 구성된 그레이팀이었다. 그레이팀은 캣 5(Kat-5) 이름의 차량으로 출전했다.


캣 5는 전기와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량 기반으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다른 상위권 팀이 고가의 센서 시스템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연료 효율과 안정성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저비용 시스템인 DIY 방식으로 고안된 차량으로 출전했다.




그레이팀 '캣 5' 2005년 출전 당시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그레이팀이 밤낮없이 차량을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차고에서 탄생한 자율주행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대회 준비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일부 센서나 하드웨어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썼지만, 이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개선해 극복했다. 캣 5는 주행 중 몇 차례 장애물 회피 판단이 지연되면서 속도가 느려졌지만 결국 규정 시간 내 완주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완주한 오시코시 트럭회사와 오하이오주립대의 팀 테라맥스는 12시간 51분을 기록, 10시간 제한 시간을 넘겨 완주해 공식 인정은 못 받았다. 테라맥스는 대형 군용 트럭으로 속도가 느렸지만,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테라맥스' 2005년 출전 당시 사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2004년에는 단 한 대도 10마일을 넘지 못했지만 불과 1년 만에 132마일을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놀라운 발전이다.


DARPA는 그랜드 챌린지 이후에도 2007년에 캘리포니아 빅터 빌 폐쇄된 공군기지에 약 96㎞ 구간의 도시 환경을 모사한 코스를 만들어 어반 챌린지(Urban Challenge)라는 대회도 열었다. 대회는 교통 법규 준수, 다른 차량과의 상호작용, 장애물 회피 등 자율주행 차량이 실제 도시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는 대회였다.


우승은 카네기 멜런 대학과 GM의 보스가 차지했다.


DARPA 그랜드 챌린지는 문제를 던지고 자유롭게 도전할 기회를 열어줬다. 실패를 허용하고 도전 과정의 일부로 인정해 주며, 실증을 통한 경쟁적 대회로 기술 검증과 포상을 지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구개발사업은 목표와 방법을 정하고 관리한다. 그런 다음 실패 시 감점과 감액, 지원 중단 등 실패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미리 설계된 세부 과제와 개발 항목을 정한다. 그 후 과제 수행 중간에 평가를 통해 매년 점검하는 관리 형태의 계획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사업은 9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 사업화나 기술이전 등 실질적인 성과는 미흡한 상황이다. 반면 DARPA 그랜드 챌린지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도 연구자 출신으로 이러한 현재 연구개발사업의 지원 방식은 DARPA 대회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제나 그랬듯이 거대한 혁신은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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