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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본인 제공
얼마 전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직도 DVD와 VHS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가게를 발견했다. 이곳은 고전 영화부터 최근 작품까지 DVD와 VHS 테이프로 거래하는 곳이다.
VHS 테이프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등장한 비디오카세트 포맷으로, 그 당시에는 가정용 비디오 레코더(VCR)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매체였다. VHS는 'Video Home System'의 약자로, 이름 그대로 가정용 영상 시스템으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텔레비전 방송을 녹화하거나,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집에서 시청하는 데 쓰였다. VHS 테이프는 30여 년 동안 비디오 콘텐츠 소비의 주요한 형태였으며, 비디오 대여점에서 VHS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는 문화는 그 시대의 상징적인 특징 중 하나였다.

사진 : 이은준
VHS 테이프는 그 자체로 당시의 기술적 한계와 고유의 특성이 있다. VHS의 영상 화질은 현재의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고, 자주 튕기거나 끊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가 오히려 VHS 테이프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었다. VHS 비디오에서 자주 발생하는 '흐릿한 화면', '잡음', '스크래치'는 일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그 자체로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이러한 특징은 때때로 그 시대의 영화나 프로그램의 매력과 맞물려 독특한 감동이 있다. 필자 또한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다 함께 VHS 테이프를 빌려본 추억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주한 VHS 비디오 가게에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신중하게(?) 선택해 골라온 영화를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 기대하며 보던 영화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진 : 이은준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는 이후 1990년대 중반에 등장해 VHS를 대체했다. 당시로서는 영상 미디어의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낸 매체였다. DVD는 특히 뛰어난 화질과 음질, 대용량 저장 용량이 특징이라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집에서 더 나은 품질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VHS 테이프와 달리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영상의 품질 저하가 없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리적 손상이나 질감의 변화 없이 안정적으로 재생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DVD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빠르게 새로운 기술에 밀려났다. DVD는 블루레이(Blu-ray)와 같은 고해상도 포맷에 비해 화질이나 저장 용량에서 한계가 분명했다. 이후 IPTV 같은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DVD도 점차 사라졌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 연결만으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더욱 편리한 선택을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DVD의 수요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결과적으로 DVD는 물리적인 미디어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직면했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음악, 영화 상점에서 운영자, 손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이 DVD와 VHS 테이프는 여전히 중요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매체로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영화 애호가 사이에서는 DVD와 VHS 테이프가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
DVD와 VHS 테이프의 커버 아트, 내부 디자인, 부가 콘텐츠 등은 영화 팬에게 중요한 수집 대상이다. 수집가는 오래된 DVD를 아카이브 하거나, 한정판 DVD를 찾아서 소장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 : 이은준
유명 감독의 고유한 컬렉션이나 특별판 DVD 혹은 VHS 테이프는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 문화재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수집 문화는 DVD가 단순히 시청용 매체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VHS 테이프와 DVD는 디지털화된 시대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고화질과 소장 가치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계속해서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 자체로 물리적 매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영화와 영상 예술의 진화와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VHS는 비디오 예술과 실험적인 영화의 장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VHS 테이프는 많은 예술가에게 실험적인 매체로 쓰였다. 특유의 질감과 손상된 느낌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많은 예술가가 VHS 테이프의 물리적인 성질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거나, 비디오 아트 작품을 제작했다. 이러한 작업은 당시 디지털 기술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표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VHS 비디오 아트의 주요 특징은 강렬한 아날로그적 특성에 있다. VHS를 사용하면 화면의 왜곡, 색감의 변화, 잡음 등의 자연스러운 오류를 통해 예술가가 의도하는 미학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캡처
이러한 미학적 요소는 일부 디지털 포맷에서는 의도치 않게 제거돼 VHS에서만 찾을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이다.
VHS 테이프의 재조명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MZ세대는 VHS 테이프를 단순한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는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인식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VHS 테이프는 이제 그 자체로 '레트로' 트렌드의 일부가 됐다. 수집하거나, 예술작업으로 변형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VHS 테이프에 담긴 고전 영화나 드라마를 새로운 디지털 포맷으로 변환한 뒤, 그 변환 과정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이처럼, VHS 테이프는 이제 그 시대의 기억을 담고 있는 매체 이상의 존재로, 문화적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속)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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