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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어르신 돌봄·이삿짐 봉사로 이웃사랑 실천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쌀 1천800㎏.

(서귀포=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18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해 온 류상안씨가 지난 11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 감귤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4.1.13 dragon.me@yna.co.kr
류상안(59)씨가 2006년부터 18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서귀포시 천지동에 전달한 쌀의 양이다.
지난 11일 오전 류씨가 농사짓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감귤밭을 찾았다.
1992년 고향 천지동에 작은 독서실을 차려 28년간 운영했던 그는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밤 12시까지 독서실을 지키는 생활을 이어왔다. 독서실 차량까지 직접 운전해 온 그였다.
하루 대부분을 독서실에서 보냈던 그는 2004년 '어쩌다' 천지동연합청년회장을 맡으면서 덜 바쁜 시간을 이용해 독서실을 벗어나 동네 곳곳을 다니며 주변 이웃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잊어버렸던 다짐도 떠올랐다.
1989년 10월 경남 창원 방위산업체에 근무할 당시 오토바이를 타다 차량과 부딪쳐 크게 다쳤던 그는 병원 4곳을 돌아다닌 끝에 수술할 수 있게 됐지만, 수술 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 20일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류씨는 앞으로 주어진 삶은 사회 어두운 곳을 밝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6개월 넘는 재활치료 후 바로 복직한 데다 아내가 첫째 딸을 임신하면서 사는 데 바쁜 나날을 보냈고, 결심했던 다짐은 마음 한편으로 밀려났다.

[서귀포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씨는 "연합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동네 대소사를 챙기다 보니 무엇보다도 주변 어려운 이웃이 눈에 밟혔다"며 "사실 무엇인가를 나눌 때 꼭 대단할 필요는 없는데 큰 것만 생각하면서 새 삶을 살게 된 고마움을 나누는 일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말했다.
쌀 기부는 연합청년회장 2년 임기를 마친 2006년부터 시작했다.
홀로 사는 분들이 배가 고프면 안 그래도 헛헛한 마음이 더욱 허전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처음 기부를 결심하고 10㎏짜리 쌀 10포를 구입해 카드를 긁은 날이 내 생일이었다"며 "그 뒤로는 매년 12월 내 생일 선물을 산다는 생각으로 쌀을 사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기부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작은 손길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그는 10년 넘게 천지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일원으로 활동하며 정기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홀로 사는 어르신을 찾아 말동무가 돼 주고, 고장 난 TV를 수리하거나 수명 다한 전등을 갈아 끼우는 등 살림살이를 살뜰히 챙긴다.
또 몸이 편치 않은 이웃의 이사를 돕기도 하고, 홀로 살다 돌아가신 어르신 유품을 가족 대신 정리하기도 한다.
그는 "시간이나 돈의 여유가 있어서 하는 일은 아니다. 주변만 봐도 씨앗 한 알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한다"며 "이 작은 씨앗 한 알, 한 알이 모이면 큰 밭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기부와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며 "아내와 큰딸, 작은딸, 쌍둥이 아들까지 항상 품 안에서 구김 없이 생활해주고 나를 응원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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