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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신고 소문 들리자 해경 찾아가 '자수' 위장한 연기도

[촬영 강덕철.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신고 안 할 테니. 매달 300만원을 내라."
2022년 6월 10일 오후 부산항의 한 부두.
선주 A씨는 자신의 선박 앞에 갑자기 나타난 50대 남성 B씨로부터 돈을 달라는 황당한 말을 들었다.
해상유 유통과 판매 등 업계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보였던 B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해양경찰서나 관할 세관에 곧바로 신고할 기세였다.
겁부터 먹은 A씨는 곧바로 인근 은행지점으로 향했고, 현금 200만원을 인출해 B씨에게 건넸다.
A씨는 왜 B씨에게 돈을 줄 수밖에 없었을까.
해상유를 불법 판매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현장 확인 등으로 5∼6시간가량 선박은 출항하지 못한다.
결국 상당한 손실로 이어지기에 A씨는 어쩔 수 없이 돈을 건넸다.
B씨는 이후에도 5개월 동안 매달 A씨를 찾아와 비슷한 얘기를 하며 돈을 요구했다.
A씨는 6차례에 걸쳐 B씨에게 1천900만원을 빼앗겼다.
비슷한 기간 부산항 일대에서는 A씨처럼 B씨에게 시달린 피해자가 4명 더 있었다. 수법은 같았다.
특수협박 전과가 있던 B씨는 급기야 동네 선배인 C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해상유 판매·유통업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해상유는 판매·운반 과정에서 일부가 남는 경우가 있는데 세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다시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그러던 중 일부 피해자들이 신고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B씨와 C씨는 같은 해 12월 초 부산 동구 남해해경청 앞으로 피해자들을 불러내 그럴듯한 연기까지 했다.
당시 C씨는 B씨에게 "자수하고 교도소에 들어가라"고 소리쳤고, B씨는 피해자들을 향해 "당신들도 불법 기름 판매하는 거 자수해라. 나도 자수한다."고 말했다.
B씨는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청사 내 민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자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피해자들은 이들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결국 본인들도 신고당할 것이라고 지레 겁을 먹고 돈을 또 줬다.
피해자 대부분은 울산과 부산 영도에 있는 터미널에서 해상유를 공급받아 거래처 선박에 해상유를 공급하는 해상유 판매·유통업자들이었다.
B씨 일당은 '민원실 연기' 이후 피해자들로부터 4차례 걸쳐 680만원을 챙겼다.
그러나 피해자 중 일부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냈고, B씨 일당은 공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모두 8명이 3천만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범행 기간에 오토바이를 몰다가 보행자를 들이받아 전지 24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특히 B씨와 C씨는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김태우 부장판사)은 최근 A씨에게 징역 2년 10개월, B씨에게는 징역 2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두 사람에게 각각 40시간의 마약범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공동공갈 및 공갈의 일부 범행에 관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았다"면서도 "나머지 범행의 피해자들을 위해 공탁을 한 점과 일부 피해자들이 여전히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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