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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마이크로 칩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

입력 2023-09-30 10: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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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통제시장경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며, 여기에 2042년까지 총 300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용인시 제공]



시장 경제와 제조업 부문의 건강한 생존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1980년대 이후 실질적으로 모든 제조업 분야의 기반이 무너진 영국은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인 서비스업과 금융업을 통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었지만 지난 20년간 불어 닥친 금융 위기로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면 제조업 및 관련 자원들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


◇ 국가·지방정부의 보조금 지원


이전에는 시설 확보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 매우 높다 보니 이전비용 또한 매우 많이 소요돼 오랜 기간 한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로 들 수 있는 것은 국가나 지방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기존의 공장들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동독 지역이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준다. 동독 시절에는 제조업이 모든 일자리의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동독의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들은 경쟁력이 없었으므로 화폐 통합을 통해 서독의 마르크화가 유통되고 통일 이후 서독의 노동법과 경제 관련 법률이 도입되면서 옛 동독의 제조업(산업)은 거의 붕괴했고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실업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많은 자본을 투입해 적어도 주요 핵심 산업 지역들은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구동독 지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작센주의 자동차 클러스터가 대표적인데, 후에 아우디로 바뀐 '호르히' 자동차 공장이 있던 츠비카우를 중심으로 동독 시절에도 트라반트를 생산했던 지역에서 폴크스바겐이나 BMW와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500개에 이르는 매우 혁신적이며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함께 정주해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작센주는 이와 함께 미래 산업을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는데, 보쉬, 인피네온, 글로벌 파운드리스와 엑스팹 같은 반도체 산업 분야 선도 기업들을 유치했다.


또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인 TSMC가 드레스덴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며 2천 명을 신규 고용할 것이라는 소식이 올해 8월에 전해져 큰 환영을 받았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명칭을 본떠 만든 '실리콘 색소니'가 성과를 이룬 것이다.




독일 반도체

9월 13일(연합뉴스) 독일 켐니츠에 있는 프라운호퍼 전자나노시스템 연구소 ENAS에서 작업자가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EPA_연합뉴스


◇ 특정 국가 집중에 따른 위험 분산


ESMC라는 이름으로 운영될 드레스덴 공장은 모기업인 TSMC의 유럽 내 유일한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전체 지분의 70%를 TSMC가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각각 3분의 1씩 경쟁 업체인 보쉬와 인피네온, 그리고 네덜란드 업체인 NXP가 투자한다. TSMC는 총 7만3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드레스덴 공장은 2천 명을 추가로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테슬라가 브란덴부르크주에 공장을 지은 것과 인텔이 작센-안할트주에 투자한 사례에 이어 TSMC의 작센 진출은 구동독에 유치한 세 번째 대규모 투자다. 이는 독일 통일 후 구동독의 사회기반 시설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이 빛을 발한 결과이며, 이에 따라 실제로 구동독의 사회기반 시설이 구서독보다 더 현대화돼 있다.


상술한 독일 내 기업 유치는 독일 기업과 국가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선호했던 투자 지역인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집중으로 인한 위험 요소들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국가는 현재 지정학적 이유로 투자 위험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따라서 독일 국내 생산 기지의 확대를 통해 예를 들면 코로나 시절 경험했던 제품 혹은 자재 수급의 중단 위험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드레스덴 공장에서는 아시아나 미국 공장들과 같이 핸드폰에 들어가는 소형, 최첨단 칩들을 생산할 예정은 아니며, 독일과 유럽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쓰이는 좀 더 크고 기술적으로 덜 복잡한 칩들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5개의 반도체 공장과 중소 규모의 협력 업체, 그리고 관련 연구소가 밀집한 드레스덴은 반도체 공장 유치에 성과를 거둔 적이 있는 프랑스의 그르노블시와 함께 유럽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가 되었다.




SK하이닉스, 321단 4D 낸드 샘플 공개

(서울=연합뉴스) SK하이닉스 321단 4D 낸드. 2023.8.9 [SK하이닉스 제공]


◇ 기업 유치인가, 산업 정책인가


한국은 고유의 유치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는 당연히 최정상의 기업인 삼성전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총생산의 5.6%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의 19.4%, 총 설비 투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현재 경기도 용인의 710만 제곱미터 부지에 새로운 대규모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2042년까지 총 300조 원(2천290억 USD)이 투입될 계획인데, 한국 정부는 이미 25조 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약속했다. 보조금 규모가 상당하지만 드레스덴 생산 공장 건립을 위해 독일 정부가 TSMC에 약속한 보조금 비중이 더 높다.


TSMC는 2024~2027년(독일의 통상적인 투자 계획 관행을 감안할 때 극히 예외적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린 사례)에 1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며, 2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1천8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독일 연방 정부는 소위 '기후전환기금'에서 50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추가로 수억 유로에 달하는 상하수도, 전기 및 직업 교육 인프라를 작센주와 해당 지자체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지원 규모를 볼 때 '과연 이것이 기업유치 정책인가? 아니면 산업정책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인피네온이나 보쉬와 달리 ESMC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 경쟁 업체인 글로벌 파운드리스는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실리콘 색소니 클러스터의 창업 기업 중 하나로서 지난 25년간 드레스덴에서 이번 보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원을 받으며 기업을 운영해 왔는데, 상기와 같이 파격적인 조건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 보조금 상향의 문제점


이는 경쟁적으로 보조금 지급 액수를 높이고 있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해당 비용은 결국 추후 국가 부채의 형태로 상환하는 것이니 국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현재 독일 연방 정부는 미숙한 경제 정책을 구사함으로써 독일을 이전의 성장 엔진에서 3년 만에 유럽의 꼴찌로 추락하게 해놓고 마치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이룬 것처럼 처신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시장 경제에서는 기업이 보조금 없이도 이윤을 달성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면 모든 정부는 시장 경제의 원칙을 어기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즉 원칙적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보조금 지급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다. 하지만 유럽은 그나마 보조금 액수가 적은 편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따르면 2014~2018년에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돈을 제일 잘 버는 21개의 반도체 기업들이 무려 500억 USD의 국가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아시아 기업이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았으며, 유럽 기업이 가장 적게 받았다.


반도체 산업은 전략적인 의미를 지니다 보니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제재받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아 비밀리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졌다.


이제 유럽이 뒤를 따르고 있다. 작센-안할트주에 들어오는 인텔 공장은 스스로 200억 유로를 투자하고 100억 유로의 보조금을 받는다. 그 비용은 중산층을 비롯한 모든 국민이 지속해 인상되는 공과금과 세금들을 통해 부담하게 된다. 시장경제 원칙에 보다 충실한 정책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지지는 아쉽게도 요원해 보인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베른하르트 젤리거

독일킬대학교 경제학 박사 | 1998~2002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학대학원 전임강사 | 2004~2006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 현재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대표, 독일 비텐·헤르덱케대학교 객원교수 [독일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제공]


옮긴 이: 김영수(독일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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