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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제안 사운드·가이드 중 적합한 요소 선별…초고속 조수 생긴 셈"
국내 AI 저작권 논의는 답보…해외선 음반사 vs AI 앱 잇단 소송전

[AI 생성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김선우 기자 = # 올가을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휩쓴 '이수만표 걸그룹' A2O 라이트는 전용 팬 소통 앱 '블루밍톡'으로 이용자와 24시간 365일 즉각적인 일대일 소통을 한다.
그 비밀은 바로 AI 소통으로, 해당 멤버의 말투와 성격 등을 학습한 AI 아티스트가 이용자의 질문에 즉시 적절한 응대를 하는 방식이다.
# 국내 대표 음원 플랫폼 멜론의 메인 차트 '톱 100'에서 A2O 라이트의 '니온'(NEON)을 추격하는 2위곡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AI를 작곡과 가창에 활용한 노래다.
지난 6월 발매된 이 곡은 청취자를 위로하는 가사와 친숙한 록 발라드풍의 멜로디로 아이들의 소연, 걸그룹 리센느·아이브 등 최정상급 K팝 스타를 제치고 2위에 안착했다.
K팝 음원 차트 1위 가수는 AI를 이용해 팬과 소통하고, 2위곡은 아예 AI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등 가요계에 어느 때보다 거센 AI 바람이 일고 있다.
◇ AI가 A2O·리센느와 1위 경쟁하는 시대…"산업 생태계 큰 변화 예상"
가요계에서 AI가 이끄는 변화의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지는 모양새다.
작곡에 AI를 활용한 조선힙합의 '마음의 숲'이 멜론 '톱 100'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해 화제를 모은 것이 9월이다.
그런데 불과 2개월 만에 AI를 활용한 또 다른 노래가 차트 순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려 2위를 차지한 것이다. AI 활용곡이 A2O 라이트, 리센느, 소연, 아일릿 등 유명 가수들과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치는 시대가 개막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1일 "AI를 활용한 음원이라도 대중의 취향과 감성을 잘 건드린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AI 활용 음악은) 시장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콘텐츠라는 점에서 앞으로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 활용곡과 인간의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 차이가 점점 줄어든다면 앞으로 음원의 성패는 마케팅에 달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중음악 제작 현장에서는 AI가 창작자를 대체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도구'로서는 이미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자료=멜론 제공]
'낭만닥터 김사부'·'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다수의 드라마와 게임 OST를 만든 작곡가 겸 음악 감독 진명용은 "제작 현장에서는 아이디어 스케치, 레퍼런스 탐색, 초기 시안 제작 등에서 도구의 용도로 AI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 작업이 모든 소리를 맨땅에서 만들어 내던 수공업이었다면, 지금은 AI라는 초고속 조수를 두고 협업하는 스마트 공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작곡가는 이어 "OST나 K팝을 만들 때 작곡가가 대충 부른 가이드 음원에 AI로 가상의 목소리 톤을 입혀보며 보컬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또한 AI를 통해 만들어진 독특한 드럼 루프나 새로운 소스의 질감을 결합하는 등 AI로 곡의 스타일을 다각도로 튜닝할 수도 있다"며 "AI를 쓰는 핵심 목적은 완성품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AI가 제안하는 다양한 사운드와 가이드 가운데 음악의 맥락에 가장 적합한 요소를 선별하고, 이를 새롭게 만들고 감각적으로 믹싱해 하나의 곡으로 완성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아티스트와 일대일 소통…언어·시공간 장벽 넘는다
AI는 음악 제작 외에도 가요 기획사의 또 다른 부수 상품으로 떠오른 소통 앱에도 활용되고 있다.
A2O 라이트, A2O 소울 등이 소속된 A2O엔터테인먼트는 전용 소통 앱 블루밍톡을 통해 소속 가수의 24시간 즉각 응답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버스 DM이나 버블 등 기존 유료 소통의 경우 인간 가수의 답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멤버의 성향 혹은 일정에 따라 응답 빈도가 제각각이었다.
해당 가수가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는 콘서트 투어 중이라거나 건강 컨디션이 저하되는 등의 상황에 놓이면 메시지 발신이 제한됐다.

(고양=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걸그룹 A2O 라이트가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A2O엔터테인먼트 아이돌 그룹 글로벌 데뷔쇼 '웰컴 투 소울라이트 프롬 A2O 소울 A2O 라이트'(WELCOME TO SOULITE From A2O SOUL A2O LITE)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2 mjkang@yna.co.kr
그러나 A2O엔터테인먼트의 블루밍톡은 지식, 말투, 표현, 성격 등을 멤버별로 학습한 'AI 아티스트'를 통해 팬의 질문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응답을 언어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제공한다.
기자가 이른 아침 A2O 라이트의 멤버 아이찡에게 '1위 소감이 어떻냐'고 물어봤더니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무대에서 이름이 불릴 때 완전히 벙쪘다. 정말 벅차고 행복했다"고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A2O엔터테인먼트는 AI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전화하는 '보이스 콜'은 물론, 앞으로는 AI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영상으로 구현한 일종의 영상통화인 '비디오 콜'(Video Call)도 선보였다.
다만 맥락과 100% 들어맞는다고는 할 수 없는 대화가 이질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찡의 AI 아티스트는 기자에게 앞뒤 맥락 없이 "숙소에서 수박 가격을 보고 충격받아서 멍때리는 중"이라며 "한국 수박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말하기도 했다.
수은주가 뚝 떨어진 늦가을 날씨에 수박 이야기는 다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또한 멤버의 성향을 학습한 AI 아티스트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이나 학습 시도를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블루밍톡 측은 이에 대해 "부적절한 메시지는 전송 단계에서 차단되고, 음성·영상 통화에도 같은 기준이 실시간으로 적용된다"며 "팬의 발화에 부적절한 내용이 감지되면 AI 아티스트가 대화를 안전한 방향으로 전환한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용자는 앱 사용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블루밍톡 앱 촬영. 재판매 및 DB 금지]
아이찡의 프로필 사진에 'AI'라는 표시가 돼 있다.
◇ 기술 발전 따라가지 못하는 저작권 제도…AI 무단 학습에 해외선 소송전
가요계에서 AI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지만 정작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등록과 관련한 논의는 답보 상태다.
국내 최대 음악 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8월 AI를 활용한 음악 가운데 인간 창작자가 작사, 작곡, 편곡 과정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신탁 등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화계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공문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이 새로운 방침은 전면 철회됐다.
이후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도 열렸지만, AI 활용 음악의 저작권 등록 방침은 결정되지 못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를 사용했더라도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다면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시했다. 음악의 등록과 저작권료 배분 등은 협회 측이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이 사안은 단순하게 결정할 것은 아니고, 회원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조금 더 받아 보고 (저작권) 등록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음악이 범람하면서 AI에 음악이 학습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전설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측은 노래를 무단으로 학습했다며 AI 모델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을 상대로 지난달 약 540억원 규모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글로벌 대형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과 소니뮤직은 2024년 AI 음악 생성 앱 수노(SUNO)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 음악 전문지 빌보드는 관련 기사에서 "음악 업계의 이 기념비적인 소송에서 증거 개시 절차에 들어간 지 2년 가까이 됐고, 이는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판사는 유니버설뮤직과 소니가 소유한 수백만곡의 '무허가 음원'으로 수노가 자사의 AI 음악 서비스를 학습시킨 것이 '공정한 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요계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가 AI로 생성한 음원을 추천 목록에서 삭제한 것처럼, 국내 플랫폼도 창작자 보호 차원에서 이와 유사한 조처나 AI 활용 음악에 대해 별도 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관해 "국내 플랫폼도 이용자의 그러한 요구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방침을 정해서 시행하면 될 일로, 정부가 따로 가이드라인을 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업계의 의견을 모아 어떠한 상황인지 파악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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