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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실력과 디렉팅 역량 조명한 엠넷 서바이벌 '스디파' 정상
"프로그램 덕에 댄서 권익 목소리 커져…제작진에 깊은 감사"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제가 이런 트로피를 손에 쥐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잖아요. (우승 발표 당시) 눈물을 쏟은 건 지난 고생이 떠올라서라기보단, 이 길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제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였습니다."
최근 엠넷 댄스 경연 프로그램 '스트릿 월드 파이터 : 디렉터스 워'(이하 '스디파')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퍼포먼스 디렉터 백구영(41)은 아직도 승리가 실감 나지 않는 듯 벅찬 표정으로 우승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직 꿈 같다. 기쁜 것보다도 벅찬 마음이 더 크다"며 "저 자신도 모를 정도로 이 트로피를 간절히 원했던 것 같다. 10년만 젊었어도 안 울었을 텐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2022년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에 크루 원밀리언의 리더로 참가했던 그는 이번 '스디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고령 참가자라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묵묵한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들도 처음엔 무리하지 말라며 출연을 말렸어요. 하지만 제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온전히 펼쳐 보이고 대중에게 평가받을 기회는 제 나이대 댄서에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홀로 묵묵히 두 아이를 돌보며 '그냥 즐기다 오라'고 부담을 덜어준 아내가 참 고마웠죠."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디파' 출연 라인업이 공개됐을 당시를 떠올린 그는 "저보다 더 어리고 감각이 뛰어난 친구들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막상 라인업을 보니 겁이 덜컥 났다"며 "특히 원밀리언에서 함께 뛰었던 동생 캐스퍼가 나오는 걸 보고 가장 크게 놀랐다"고 회고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경쟁자로는 정민준과 인규를 꼽았다. 그는 "민준의 시그니처 춤을 보며 저걸 추고도 몸이 안 아플 수 있을지, 마치 높은 산을 오르며 종합검진을 받듯 제 신체 한계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며 "인규의 무대는 파이널을 앞둔 무거운 긴장감마저 순식간에 축제 파티장으로 바꿔버렸다. 경연이라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장악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쟁쟁한 젊은 감각들 사이에서도 그의 빛바래지 않은 창의력과 기획력은 단연 돋보였다. NCT 태용의 신곡 미션이었던 '와카 왁'(WACKA WACK) 안무 중 일명 '딱밤' 춤은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그는 "중간 점검 때 반응이 안 좋아 바로 포기하려 했는데, 연습실에서 태용이가 '이 동작을 살려보자'고 말해줘서 최종 채택됐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 광대가 승천했다"고 웃어 보였다.
대중과 호흡하는 안무의 본질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챌린지들은 대부분 춤을 잘 추는 분들만 할 수 있는데, 좀 더 친근한 B급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더 많은 대중이 함께 즐기려면 안무는 쉬워야 한다"고 짚었다.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체력적·심리적 부담이 클 법도 하지만, 그는 이번 도전을 두고 힘듦보다 즐거움이 훨씬 컸다고 돌아봤다. 댄서들의 대형을 짜고 LED 조명과 리프트 등 무대 장치를 총동원해 디렉팅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게임처럼 느껴져 힘든 줄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번 경연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너무 신나고 재미있었어요. '스맨파' 때보다 몸은 고됐을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훨씬 덜 힘들고 행복했습니다."
그는 '스트릿 파이터' 시리즈를 통해 댄서의 사회적 위상이 달라진 데 대해 "제작진을 하느님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며 벅찬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대중의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대중이 우리를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니, 댄서들의 권익이나 안무 저작권에 대해서도 비로소 힘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죠. 저를 비롯해 댄서 신 전체에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춤을 시작해 3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그는 댄서로서의 마지막 장을 책임감 있게 완성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 춤 인생을 기승전결에 빗대자면 지금은 '결'의 단계에 와 있는 것 같아요. 다시 '기'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이 '결'을 최대한 오래오래 유지하면서 대중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작품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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