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암살자(들)' 이어 '닥터X'까지…현대사 소재 작품 잇단 논란

입력 2026-10-26 17:47:18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의학 드라마서 5·18 피해자 다루자…방영 중단 청원에 김지원 SNS 비난 댓글


전문가들 "사상검증 공격은 '메카시즘'…시장의 자율 평가에 맡겨야"




'닥터X' 포스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대중문화계에서 현대사를 소재로 다룬 콘텐츠가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데 이어, 김지원 주연의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다뤘다는 이유로 방영 중단 청원까지 제기됐다.


26일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닥터X'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은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해 현재 소관위원회 회부 등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원작인 일본 드라마와 달리 한국판에 (5·18)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라며 "역사적 아픔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겠으나, 세부적 논쟁이 있는 정치적 사안을 뜬금없이 드라마에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방영 중단과 제작진의 국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거론된 회차는 지난 24일 방송된 6회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온 환자 오상범(하성광 분)의 사연을 다뤘다. 6회는 자체 최고치인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19.5%를 기록했다.


이날 극 중에서는 1980년 당시 군으로부터 최루탄과 총격을 받는 시민들의 모습, 오상범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 파편이 과거 군부 정권의 헬기 사격을 입증할 핵심 증거라는 대사, 주인공 계수정(김지원)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이 518번 버스를 타고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하는 장면, 가상의 전직 대통령 지두석이 의식불명 상태로 응급 이송돼 오상범과 만나게 되는 장면 등이 담겼다.




'닥터X' 6화 장면 일부

[SBS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역사적 소재를 메디컬 드라마 서사에 결합한 방식이 과연 장르적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현대사의 아픔과 국가 폭력 피해자의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조명해 울림을 줬다"며 창작의 영역을 지나치게 정치화한다는 반론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SBS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제작 총괄인 이옥규 스튜디오S 책임프로듀서(CP)가 방송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려움 없다"(no fear)라는 문구를 올려 여러 해석을 낳았다.


갑론을박은 출연 배우 개인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으로도 번졌다. 김지원의 SNS에 비난 댓글이 빗발치는 등 작품 속 인물을 연기자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연결 짓는 과열 양상도 나타났다.


이러한 모습은 앞서 개봉했던 영화 '암살자(들)'의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암살자(들)'은 개봉 당시 작품 완성도에 대한 호평과 역사 왜곡이란 비판이 팽팽히 맞섰다. 시각차는 평점 테러와 관람 보이콧을 넘어 주연 배우 유해진의 집 앞 시위로까지 번지며 배우가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300만명 돌파 앞둔 암살자(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의 누적 관객 수 300만명 돌파를 앞둔 가운데 11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암사자(들) 홍보물이 걸려 있다. 2026.10.11 hwayoung7@yna.co.kr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이념 공방과 배우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행태가 우려된다며 시청자가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출이나 서사의 완성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시청자의 권리지만, 국회 검증 요구나 방영 중단 같은 규제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용자가 직접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 판단하는 시대인 만큼 시장과 시청자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도 "의학을 소재로 한 대중적인 드라마에 민감한 현대사 소재가 갑작스럽게 삽입되면서 의견이 분분할 순 있다"면서도 "다만 연출과 극본에서 비롯된 책임을 방송사 전체나 배우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공간의 일부 의견이 여론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는(논란은) 일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이들의 주장일 뿐 대다수의 의견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작품 출연을 이유로 배우 개인에게 사상 검증식 공격을 가하는 것은 일종의 메카시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화를 문화로 바라보고 나와 다른 시각이 담길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라며 "정치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고 작품은 작품 자체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한국은 사회적 이슈와 연결된 스토리텔링이 상업적으로도 유효한 시장"이라며 "대중문화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의도적인 위축 효과를 노리는 시도가 반복된다면 K-콘텐츠의 근본적인 경쟁력과 토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규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4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앞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와 중앙당 대학생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10.14 yatoya@yna.co.kr


gahye_k@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