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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오랜 꿈이었던 아침 라디오 DJ…딱 10년만 더 해볼래요"

입력 2026-10-24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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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영철의 파워 FM' 10주년…"라디오 향한 사랑 전혀 안 식어"


15년 새벽 출근 '성실의 아이콘'…"청취자는 든든한 내 방어벽"




개그맨 김영철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10년 전 첫 방송 전날 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온몸을 뒤척이며 잠을 설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16년 10월 24일부터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이하 '철파엠')을 이끌어온 코미디언 겸 방송인 김영철이 24일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김영철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년 전 그날의 공기와 긴장감이 여전히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떠오른다고 했다.


그는 "시뮬레이션을 엄청나게 하고 갔는데도 생각과 달리 첫날 정신없이 헤맸다. 그 후에도 3일간 버벅댔다"며 "4일 차가 돼서야 스스로 생각해도 잘했다 싶을 만큼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영철이 라디오 DJ를 꿈꾸게 된 건 학창 시절 우편엽서로 라디오에 보낸 사연이 당첨돼 학교 인기 스타가 됐던 강렬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는 1999년 개그맨 공채에 합격하자마자 학창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라디오국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영철은 "2001년 KBS 2FM '사랑해요 FM'으로 처음 라디오 DJ를 맡게 됐는데, 당시엔 말도 뚝뚝 끊기고 진행을 너무 못해서 눈치가 많이 보였다"며 "그 시절의 실패들이 켜켜이 쌓여서 지금의 '철파엠'을 만들어준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영철은 SBS 라디오국 내에서 '성실함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앞서 5년간 진행했던 SBS 파워FM '펀펀투데이' 시절까지 포함하면 약 15년 동안 꾸준히 새벽 출근길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는 "청취율이 가장 높은 아침 7시 라디오 DJ가 오랜 꿈이었는데, 어느덧 10년이 흘렀다는 게 실감 나지 않고 묘하게 쑥스럽다"며 "출근길이 지루하거나 가기 싫었던 날은 거짓말 안 보태고 10년간 단 하루도 없었다"고 웃었다.


"라디오를 향한 제 마음은 결국 '사랑'인 것 같아요. 꿈을 이뤘다는 만족을 넘어 제게 그 이상의 것을 안겨준 곳이기에, 10년 전 그때보다 라디오가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전혀 식지 않았어요."




개그맨 김영철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매일 새벽 기상과 생방송을 가능케 한 원동력을 묻자 그는 "솔직히 알람 소리보다 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건 출연료"라며 특유의 유쾌한 농담으로 운을 뗐다.


"라디오 DJ는 다른 직장인들과 달리 당일 아침에 '아파서 못 나간다'며 어설픈 거짓말이나 변명을 댈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아프면 안 된다는 긴장감과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몸에 루틴처럼 굳어진 것 같아요."


10년간 매일 아침 라디오 부스에 앉는 일상에 지칠 법도 하지만, 김영철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 속 "강물은 영원히 흘러가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고, 언제나 같은 물이지만 순간마다 새로운 물"이라는 구절을 떠올렸다고 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마이크를 잡아도 청취자들의 사연과 감정은 언제나 새로웠다는 설명이다.


그는 TV 등 다른 방송에 비해 라디오라는 매체가 주는 가장 큰 매력으로 '따뜻함'을 꼽았다.


김영철은 "TV 예능도 밝고 유쾌하지만, 이상하게 라디오 부스에 앉으면 사람이 더 따뜻해지고, 같은 말이라도 더 예쁘고 기분 좋게 건네게 된다"며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오히려 제 안의 공감 능력이 자라고 스스로 치유받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철파엠'이 오랜 시간 청취자들의 든든한 사랑을 받으며 출근길을 지켜온 비결에도 김영철 특유의 남다른 공감과 '보법이 다른 위로'가 자리 잡고 있다. 무조건적인 교훈이나 형식적인 위로 대신, 상황을 유쾌하게 비틀어 청취자의 마음속 응어리를 가볍게 털어내 주는 그만의 소통법이다.


"이혼하러 법원에 간다는 청취자가 있었어요. 보통은 무겁게 반응하기 마련인데 '난 결혼도 못 해봤는데 부럽다. 잘한 결정이라면 이혼도 축하받을 일'이라며 '주눅 들지 말고 친구와 샴페인을 터뜨리며 새로운 출발을 하라'고 했죠. 곧바로 '울면서 듣고 있다, 무겁지 않게 위로해 줘서 너무 고맙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개그맨 김영철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생방송 부스에서 늘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비는 있었다. 2018년 노모의 수술을 앞두고 느꼈던 깊은 우울감, 2022년 부친상 소식을 접한 뒤에도 슬픔을 억누르며 생방송을 마쳐야 했던 순간, 그리고 오랜 기간 '철파엠'의 고정 게스트로 활동했던 고(故) 박지선의 비보를 접했던 날이다.


그는 "청취자들은 늘 한결같은 DJ의 모습을 좋아할 텐데, 개인적인 슬픔이나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 감정을 감추고 프로답게 임하는 것이 제 몫이자 좋은 어른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힘겨운 순간마다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철가루'(청취자들을 부르는 별명)들의 든든한 지지였다. 김영철은 "철가루들은 저에게 든든한 아군이자 방어벽 같은 존재"라며 "누군가 '김영철 비호감이다'라고 말하면 옆에서 '라디오 한번 들어보세요, 완전 달라요'라며 저를 위해 대신 싸워주기도 한다"고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10주년을 앞두고 유재석, 강호동 등 든든한 동료 방송인들의 깜짝 축하와 "20년, 30년 가는 장수 DJ가 되라"는 응원이 쏟아졌지만, 그가 내놓은 목표는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명확했다.


"이홍렬 선배님이 '10년 했으니 딱 10년만 더 해보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평생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막연한 다짐보다는 일단 딱 10년 더 채워 20주년까지 가보고 싶어요. 그때 가서도 거뜬하다면 다음 목표를 세워도 늦지 않으니까요."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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