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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킴 "재즈는 성별·국적 넘는 언어…자연스러운 소통 담아"

입력 2026-10-2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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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연 수록 9집 '섬싱스 가타 기브'…실황 생동감·스튜디오 절제 동시에


"결말 모르고 소설책 읽는 듯한 재미"…내달 15일 소월아트홀서 레이블 콘서트




재즈 뮤지션 마리아킴

[재즈 레거시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재즈에서는 연주자 사이의 소통도 있지만, 관객과의 소통도 중요하죠. 이번 앨범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자연스럽게 담았기에 재즈의 본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즈 뮤지션 마리아킴은 23일 발매된 정규 9집 '섬싱스 가타 기브'(Something's Gotta Give)에서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2024년 11월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유서 깊은 더 처치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석 매진 공연의 실황을 담아 정규앨범을 만든 것이다.


이 공연에서는 루이스 내시(드럼), 로드니 휘태커(베이스), 조던 밴히머트(색소폰) 등 유명 재즈 연주자들이 함께했으며, 총 9곡의 스탠더드 재즈를 녹음했다.


마리아킴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앨범명 '섬싱스 가타 기브'는 '이제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라며 "9번째 앨범을 내면서 그저 음반의 장수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음악 스타일을 급격하게 바꾸고 싶지는 않아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계기로 선택한) 라이브 실황이다 보니 일반적인 스튜디오 앨범보다는 즉흥 연주의 요소가 더 많이 들어갔다"며 "이 때문에 각 곡의 길이가 조금 긴 측면이 있지만, 결말을 모르고 소설책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선공개곡 '에스타테'(Estate), '유드 비 소 나이스 투 컴 홈 투'(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더 베리 서트 오브 유'(The Very Thought Of You), '블루 문'(Blue Moon) 등 재즈 팬이라면 익숙할 스탠더드 곡들이 마리아킴의 색깔로 수록됐다.


마리아킴은 학생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찾은 오클라호마 노스이스턴 스테이트 유니버시티에서 녹음 제안을 받아 새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 원하는 연주자가 있느냐는 말에 평소 꼭 작업하고 싶었던 내시와 휘태커 등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그는 "큰 틀에서만 연주자들에게 지시를 드리고 세세하게 간섭하지는 않았다. 드럼이나 베이스 등을 수십 년씩 다뤄온 분들보다 제가 그 악기를 더 잘 알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각 연주자가 자유로이 빚어내는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연주에 녹아들어 갔고, 이것이 앨범에 잘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노와 노래를 함께 선보이는 흔치 않은 재즈 뮤지션인 그는 "재즈를 보컬(가창)곡과 연주곡으로 구분하시는 분도 있지만,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저로서는 이 두 가지를 분리하기 어렵더라"며 "머릿속에 있는 똑같은 아이디어를 입으로 표현하느냐 아니면 손으로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즈 뮤지션 마리아킴

[재즈 레거시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월 하순에 발매됐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깊어져 가는 가을의 그윽한 감성보다는 마치 여름 같은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다.


마리아킴은 "라이브 공연이다 보니 관객도 현장에서 호응해 주셨고, 이를 보는 저와 연주자들도 신이 나서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레 앨범에 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앨범에서는 공연 실황 앨범 특유의 생동감이 잘 묻어나지만, 한편으로는 스튜디오 앨범이라고 착각할 만큼 절제된 분위기도 느껴진다. 보통의 라이브 앨범과는 다르게 관객의 박수나 환호 소리 등을 후보정 작업으로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마리아킴은 "박수 소리 등이 포함되면 일상에서 곡을 들을 때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더라"며 "많은 분이 편안하게 들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튜디오 녹음 같이 깔끔하게 들리도록 후반 작업을 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그는 또한 "두 차례 공연했는데 1회차에서는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며 "조금 절제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2회차에서는 힘을 빼고 불렀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애플뮤직 재즈 뮤직비디오 차트 1위를 차지한 선공개곡 '에스타테'의 노래 제목 역시 이탈리아어로 '여름'이란 뜻이다. 마리아킴 특유의 밝은 음색이 곡명과 잘 어울리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마리아킴은 '에스타테' 이야기가 나오자 "제게는 재즈 보컬 하면 으레 떠올리시는 전통적인 톤에 비해 거칠거나 허스키한 측면이 적다. 그런데 이 곡은 읊조리듯이 여리게 표현해야 해서 제 부드러운 목소리가 어울리겠다 싶어 선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제 목소리가 너무 얇다고 지적하는 관객도 계셨지만, 이제는 재즈의 스펙트럼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느낀다"며 "보컬은 타고나는 부분이 많기에 트레이닝하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곡은 고(故) 박성연(1955∼2020) 선생님이 많이 부르시던 곡"이라며 "그래서 녹음하면서 박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라고도 했다.


마리아킴은 버클리 음대에서 학사,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5년 첫 앨범을 내고 정식 데뷔했다. 그는 2021년 발매한 앨범이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부문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재즈 뮤지션 마리아킴

[재즈 레거시 서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리아킴은 2024년에는 미국 '라 리저브'(La Reserve)와 음반 계약을 맺었고, 올여름에는 한국 재즈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북미 단독 투어를 여는 등 K-재즈 대표 주자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그는 다음 달 15일 오후 7시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열리는 '라 리저브 레이블 콘서트'(La Reserve Label Concert)에서 동료 재즈 뮤지션 케이티 조지, 루시 예기아자리안과 함께 신보 수록곡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마리아킴은 "재즈는 문화, 언어, 성별, 국적이 다른 사람끼리도 함께 연주할 수 있게 하는 보편적인 언어"라며 "음악으로 소통하며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션은 앨범 내고, 공연하고, 이를 홍보하는 세 가지가 활동의 전부"라며 "재즈는 무얼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음악이기에, 인공지능(AI) 시대일수록 나만의 서사와 멋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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