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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 감독 "김혜자 엔딩 대사에 전율이, 선물 같은 배우죠"

입력 2026-10-19 17: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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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재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다양한 관점서 다뤄야 하는 소재"


김혜자 출연 고사에 편지도 써…"미소만 지어도 울림 줘, 대사 하나 허투루 안해"

노래 등 뮤지컬 요소도 삽입…"소녀들이 누렸어야 할 찬란한 시절 표현"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송일곤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국민 배우 김혜자가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에 출연하게 된 배경에는 송일곤 감독의 오랜 설득이 있었다.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2025) 이후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 김혜자에게 송 감독은 편지를 쓰고 직접 찾아가 같이 식사도 하며 왜 다른 배우가 아닌 김혜자가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한지민 배우도 말했는데, 저는 김혜자 선생님이 이 세상에 보여주실 게 여전히 많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만의 깊이, 인간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액션 없이 미소 짓고, 가엾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시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큰 울림과 메시지를 준다고 믿어요."


19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여전히 찬란하게'의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이 지닌 65년간 축적한 감정들은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느꼈다"며 오랜 기간 김혜자 캐스팅에 매달린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순옥(김혜자 분)이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정임(차미경)을 60년 만에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961년 KBS 공채 탤런트 1기로 합격한 이후 65년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혜자가 '길'(2017) 이후 9년 만에 영화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시기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했다. 순옥과 정임이 할머니가 된 현재와 소녀로서 잔인한 시절을 살아낸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속 장면

[페이지원필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출연을 망설였던 김혜자는 역할을 맡기로 결정한 이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한다. 김혜자는 작품에 들어가면 칩거하면서 대본과 캐릭터만 생각하며 대사 하나하나를 준비한다고 송 감독은 전했다.


송 감독은 "단어 하나를 허투루 하시는 법이 없다. '니 언제 왔노'라는 대사 하나를 수십번, 수백번 계속하며 캐릭터를 찾아가신다"며 "평소 '배우가 순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새 감정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말씀하셨다. 어느 것도 상투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김혜자와 현장에서 함께하며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다고 떠올렸다. 극 중 할머니가 된 순옥은 단짝 정임과 함께한다는 데 대한 설렘을 느끼면서도, 아픈 역사를 지나왔다는 회한도 드러내는데, 김혜자는 그 복잡한 심경을 하나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송 감독은 "엔딩의 대사를 하시는데,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오는지 정말 전율이 왔다"며 "제가 찍었던 클로즈업 중 가장 아름다운 클로즈업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아름다운 태도로 관객에게 깊이 있는 감정을 줬던, 선물 같은 배우"라며 "가장 열정적이면서 순수한 감성을 지닌 배우였다. 위대한 배우와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속 장면

[페이지원필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는 이혜숙 작가의 희곡 '오래된 사과'를 원작으로 했다. 송 감독은 희곡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를 보고 이 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송 감독은 "안타까운 역사적 상황 속에서도 친구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순옥의 마음이 올곧고 선하고 울림이 컸다"고 했다.


그는 위안부 소재를 다룬 데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찬란하게'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과 공동체까지 다룬다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는 '귀향'(2016), '아이 캔 스피크'(2017), '허스토리'(2018) 등이 있다.


송 감독은 "위안부는 다양한 관점에서 여전히 다뤄야 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며 "'여전히 찬란하게'에서는 피해자와 함께 주변 사람도 중요했다. 그런 관점으로 다루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속 장면

[페이지원필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소녀들의 모습을 아픈 역사로만 그리지 않은 점도 중요했다. 송 감독은 노래 등 뮤지컬 요소를 적극 삽입해 소녀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리려고 시도했다. 이는 가수라는 꿈을 키우는 정임의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도 됐다.


송 감독은 "시대의 아픔을 다루긴 하지만, 관객이 밝고 감성적으로 충만한 그때 당시 감성을 잘 따라갔으면 했다"며 "지금 시대라면 유명한 아이돌이 될 사람이 그런 기회를 시대적 상황으로 빼앗기게 된다면, 현실과 꿈의 대비가 강렬해질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꿈을 꾸던 소녀 순옥 역에는 박서경, 정임 역에는 최주은 등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젊은 배우들을 기용했다. 송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배우가 하면 기존에 잡힌 이미지가 없어서, 관객들이 완벽히 해당 캐릭터로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대신 주변 인물들은 서영희, 이민기, 장현성, 이세영 등 익숙한 배우들로 구성해 그들의 존재감을 키웠다.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속 장면

[페이지원필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 감독은 1999년 제5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소풍'으로 단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상을 차지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예술영화('꽃섬'), 스릴러('거미숲'), 멜로('오직 그대만') 등 여러 장르를 만들어왔다. 한때 배우 이영애와 액션 장르 영화를 만들려고도 했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송 감독은 "사람의 상처와 치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며 "영화적으로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고 돌아봤다.


송 감독은 차기작으로 오컬트 스릴러, 사극 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대중적이면서 작품성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송 감독은 '여전히 찬란하게'도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며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가거나 친구들끼리 갈 수 있는 영화에요. 도파민에 주목하는 시대에 힐링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영화도 우리 시대에 필요하잖아요. (웃음)"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송일곤 감독

[페이지원필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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