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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KSPO돔 공연에 3일간 3만명 모여…유랑악단 같은 웅장한 연출 눈길
이찬혁 유쾌한 퍼포먼스에 이수현 맑은 보컬…관객들 떼창하며 함께 춤춰

[영감의 샘터·타입커뮤니케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따뜻한 수프와 고기가 차려지고('소문의 낙원'), 순박한 주근깨 소녀와 그을린 피부의 소년('햇빛 블레스 유'), 난민까지 함께 축제를 여는 곳('난민들의 축제').
누구나 한 번쯤 꿈꿨을 법한 음악 낙원이 11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그림 같이 펼쳐졌다.
일반적인 일(一)자형 무대 대신 공연장 중앙에 커다란 원형 무대가 세워졌고, 그 뒤에는 돔 내벽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커다란 LED 전광판에서 산과 바위가 등장해 장관을 이뤘다.
꽃과 바위가 놓인 황무지를 재현한 무대에 두 멤버의 하모니가 신나는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지면서, 예고 없이 찾아왔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서부 유랑악단을 떠올리게 했다.
남매 듀오 악뮤가 지난 9∼11일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 '소문의 낙원'(Paradise of Rumors)을 열고 3일간 3만 관객과 함께 전국투어의 막을 올렸다.
악뮤는 멜로디, 노랫말, 무대, 퍼포먼스, 밴드 사운드 등을 씨실과 날실 삼아 30곡에 달하는 세트리스트로 자기만의 이상향을 촘촘하게 엮어냈다.
악뮤는 저 멀리 굽이굽이 산등성이 너머에서 빈티지 픽업트럭을 타고 나타나는 연출로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두 멤버는 '봄 색깔'로 공연의 포문을 열고서 '벌레를 내고', '옳은 사람', '우아한 아침 식사', '햇빛 블레스 유(bless you)' 등 올해 나온 정규 4집 '개화' 수록곡을 쉴 새 없이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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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악단 같은 남매의 옷차림, 무대에 설치된 천막들, 일반적인 밴드 조합에 더해 흥을 배가한 색소폰·트럼펫 등 브라스 연주자들까지 공연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는 팀의 초창기 어쿠스틱·컨트리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 4집의 색깔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이수현이 '옳은 사람이 어딨죠 / 그른 사람이 어딨죠 / 싸움을 멈추고 / 우리 사는 동안에 / 서로에게 미소를 건넵시다'라며 '옳은 사람'을 부를 때는 '생글생글' 티 없는 미소와 맑은 목소리 덕에 노랫말이 더욱 생생하게 들렸다.
물 흐르듯 끊기지 않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무대는 몰입감을 높였고, 공연을 위해 편곡된 노래와 원곡의 차이를 찾아 듣는 재미도 쏠쏠했다.
악뮤가 올해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쓴 '소문의 낙원'을 부를 때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일제히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춤을 따라 추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또한 '물 만난 물고기' 무대에서는 관객이 한목소리로 "오오오∼"하고 우렁찬 떼창을 했고, 중앙 시스템으로 제어되는 손목 밴드에서 푸른 빛을 내뿜으며 객석은 넘실대는 바다처럼 변했다.
이수현은 "저희와 함께하는 이 밤이 여러분들의 삶에 정말 예쁜 퍼즐 조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노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찬혁도 "오늘 잘 노는 사람들만 오셨다"며 "오늘 끝까지 가 보자"고 열기를 북돋웠다.
악뮤는 "오늘처럼 기쁜 날도 있겠지만, 또 가끔은 그렇지 않은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여러분들의 모든 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을 노래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정성스럽게 손 편지를 쓰듯 감정을 차곡차곡 담아 열창했고, LED 전광판에는 고운 우리말 가사가 나타나 관객의 감동을 더했다.
공연이 중반을 지나면서 '낙하', '라면인건가', '러브 리'(Love Lee), '200%', '후라이의 꿈' 같은 기존 히트곡 무대도 이어졌다. 곡 중간중간 나오는 색소폰과 트럼펫 솔로 연주는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이수현도 '텐트'를 부르며 직접 멜로디카(입으로 공기를 불면서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악기)를 연주했다.
이수현은 "저희가 데뷔한 지 12년이 됐는데, 놀랍게도 2년 뒤면 저희가 전원 (우리 나이로) 30대가 된다"며 "그래서 풋풋할 때 저라도 열심히 귀여운 것도 많이 하고, 열정적인 것도 많이 하려고 한다"고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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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는 2012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2'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2014년 데뷔한 이래, 이찬혁이 직접 만들고 이수현이 청아하게 부르는 풋풋하면서도 재치 있는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이날 공연에서도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느낀 악몽과 공포를 신나는 음악으로 치환한 '다이노소어'(DINOSAUR), 꿈과 현실의 차이를 계란 프라이에 빗댄 '후라이의 꿈', 시적인 가사가 감동을 안기는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 K팝의 문법을 넘어선 독창적인 음악을 풍성하게 들려줬다.
이찬혁은 경쾌한 솔로곡 '멸종위기사랑'을 부르며 음악 프로그램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은 '팔굽혀펴기 퍼포먼스'도 선보였고, 이 곡을 마친 뒤 뿌듯한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객석에서는 힘찬 박수와 함께 이찬혁을 연호하는 외침이 쏟아졌다.
이찬혁은 "오늘 아침까지 제가 목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완전 그냥 (목소리가) 죽죽 나온다"며 "이게 다 여러분 덕분"이라고 말했다.
악뮤는 '전쟁터', '히어로'(HERO)', '시간을 갖자'를 앙코르로 부르고서 낭만과 열기로 가득했던 서울 공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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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음 달 7일 강릉, 21∼22일 대구, 12월 5∼6일 대전, 19∼20일 부산, 12월 25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소문의 낙원'을 선보인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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