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5년전 애니 '돼지의 왕' 수상 인연…신작 '실낙원'으로 부산 방문
실종 사고 이후 재회한 모자 이야기…"인간의 불완전함, AI와 대비돼"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연상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0 scape@yna.co.kr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 덕분에 제가 먹고삽니다. 영화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올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연상호 감독이 15년 전 자신의 전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기억을 꺼냈다.
'돼지의 왕'이 부산에서 상영될 당시 연 감독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한 뒤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이 작업이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것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탓이다.
'돼지의 왕' 첫 상영 다음 날 부산을 찾은 연 감독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 그 전과는 다른 공기를 느꼈다.
"배지를 받으러 갔는데 제 이름을 말하니 자원봉사자가 ''돼지의 왕' 감독님이시냐', '지금 '돼지의 왕' 난리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뭐지, 내 인생이 바뀌나' 그랬죠. (웃음)"
그의 기대대로 '돼지의 왕'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NETPAC),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꼴라쥬상 등을 석권했고 연상호의 이름을 알렸다.
연 감독은 10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돼지의 왕'을 수상작으로 만들어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3관왕을 한 덕분에 먹고 산다"고 웃음 지었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연상호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0 scape@yna.co.kr
연 감독이 신작 '실낙원'을 들고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실낙원'은 지난달 열린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데 이어 올해 거장의 신작이나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국내 관객을 처음 만났다.
'실낙원'은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이 9년 만에 아들 선우(배현성)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의 출발점은 연 감독의 어머니가 쓴 3페이지 분량의 에피소드였다. 말리지 못할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르고 다니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을 둔 엄마의 이야기였다.
연 감독 어머니의 이야기는 여러 버전으로 변화했다. 연 감독이 이를 원안으로 2020년 '펑크'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처음 썼고, 배경을 캐나다와 미국 사이의 국경 지대에 자리한 가상의 마을로 옮긴 '블랙 인페르노'를 두 번째로 썼다. 대자연과 인간의 심연을 대비한 '블랙 인페르노'는 오성은 작가의 소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CJ ENM·와우포인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실낙원'은 연 감독이 세 번째로 쓴 버전이다. 그는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영감을 받아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성을 탐구하는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연 감독은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낙원에서 쫓겨나는 게 인류가 인류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며 "AI 반대편에 있는 인간적인 특성은 불완전함, 이해할 수 없음, 고립됨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AI 프로그램으로 달래는 소영의 이야기가 나온다. AI가 선우를 완벽히 재현해준 덕이다. 소영은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AI로 구현한 '완벽한 아들'과 달라 낯섦과 불안을 느낀다.
연 감독은 "한 인간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연속성이 필요하다. 그것이 끊기면 같은 사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생긴다"며 "AI 선우는 연속성이 있게끔 설계됐고 진짜 선우는 그것이 비어 있다. 그래서 이 선우가 맞는지 의심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선우를 연기한 배현성은 "처음 대본에서 봤을 때 선우라는 인물이 무서웠다"며 "그 무서움을 오히려 나른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 배우 배현성(왼쪽)과 김현주가 참석하고 있다. 2026.10.10 scape@yna.co.kr
영화는 연 감독이 지난해 '얼굴'에 이어 선보이는 저예산 영화로도 주목받는다. 순제작비가 5억원대로 알려진 영화는 14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장편 영화가 통상 50회차 이상 촬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회차다.
김현주는 "많은 분이 '14회차 만에 어떻게 촬영이 가능하냐', '너무 타이트한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저희는 오히려 몰입도 있게 촬영한 거 같다"며 "연기한다기보다는 온전히 류소영 그 자체를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촬영을 진행하니 그것이 고스란히 전해진 거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연 감독도 "'얼굴'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실낙원'도 우발적으로 시작해 일사천리로 하게 됐다. 아내가 '너무 충동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하고 나니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충동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재밌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연 감독은 향후에도 영화,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작업하겠다고 밝혔다. '실낙원'은 오는 21일 개봉한다.

(부산=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1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된 영화 '실낙원' 기자회견에서 배우 김현주(왼쪽부터), 연상호 감독, 배우 배현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0 scape@yna.co.kr
encounter24@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