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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미래路] 김재중 "거대 엔터시장이 비행기로 2시간, 안갈 이유 있을까요"

입력 2026-10-0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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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양국서 톱스타…"日 대중과 유대감 형성이 중요, 일본어로 꿈꿀 정도였죠"


"상호 보완적인 양국 가요계 윈윈 가능…韓日 가교 꿈꾸는 일본 인재 많아"

"韓 떼창과 다른 日 경청이 때론 큰 감동…일본은 긴밀하고 지속적 관계 가능한 시장"


[※ 편집자 주 =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오는 11월 3일 한일 간 공조를 주제로 '2026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합니다. 급속히 블록화하는 글로벌 경제 지형 속에서 한일 양국이 초국가적 경제 공조를 이루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포럼에서는 오랜 기간 역사적 대립 관계이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막강한 경제 연합체로 자리매김한 것을 참고해 한일 양국이 단계적 협력 체제를 만들고 경제공동체로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타진하고자 합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포럼에 앞서 한일 양국에서 협력 활동에 몸담아온 각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매주 일요일 송고합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재중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김재중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4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음악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비행기 2시간 거리예요. 그런데도 우리가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요?"


가수 김재중(40)은 지난 2005년 그룹 동방신기로 일본 현지에 데뷔해 20년 넘도록 양국에서 그룹·솔로 가수와 배우로 활약한 스타다.


K팝이란 단어가 알려지기도 전인 2000년대 일본 가요계에서 지방 소규모 행사부터 훑으며 실력, 외모, 일본어 삼박자를 모두 갖춰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자신을 비롯한 2세대 K팝 그룹의 진출, 트와이스·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3세대 K팝 스타가 거둔 성공, 에스파·아이브·뉴진스 등 4세대 팀까지 다양한 가수들이 일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재중은 "가까운 이웃일수록 사소한 것에도 관계에 금이 가기 쉽다"며 "그럴수록 서로를 보듬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엔터테인먼트로, 양국 간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도 음악은 늘 두 나라 국민 곁에 있었다. K팝이 두 나라를 이어주고 있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에게 중요한) 세계 최고 수준의 거대 음악 시장이기도 하지만, 요즘 일본에는 한국을 통해 글로벌로 뻗어나가려 하는 가수들도 상당히 많다"며 "한국과 일본의 엔터테인먼트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다. 'K'와 'J'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분명히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재중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김재중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4 ryousanta@yna.co.kr


김재중이 일본에 처음 진출한 2000년대 초·중반에는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남자 아이돌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 1980년대 조용필·계은숙·김연자의 엔카 음악이나 2001년 이래 아시아의 별' 보아가 성공을 거뒀지만, 일본 남자 아이돌 시장의 벽은 무척이나 높았다.


현지 TV 출연도 여의찮던 상황에서 동방신기는 아이돌 가수가 아닌 빼어난 가창력의 보컬 그룹으로 다가가는 묘안을 택했다. 강렬한 댄스곡이 주를 이루던 한국 활동과 달리 일본에서는 감미로운 발라드 히트곡이 잇달아 나온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김재중은 "당시 보컬 밴드를 표방하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았고, 도쿄보다는 지방을 먼저 공략했다"며 "일본 데뷔 전 3개월 정도 언어 레슨을 받았고, 이후로는 살기 위한 생존형 일본어 공부에 힘을 쏟았다. (현지 진출) 1년쯤 뒤에는 일본어로 꿈을 꿀 정도였다. 그즈음부터는 일본어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데 재미가 붙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에서 잘 되고 싶은 기대와 꿈이 너무나 컸다"며 "(2007년 '서머'(SUMMER)로) 오리콘 일간 싱글 차트에서 처음으로 1위를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후 도쿄의 메이저 매체들이 찾아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을 열어젖힌 성공의 열쇠는 실력과 외모에만 머물지 않았다. 최신 팝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한국과 달리 고유의 정서적 뿌리가 깊은 일본에서는 현지 대중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2013년 그룹 JYJ로 일본 도쿄 돔 무대에 선 가수 김재중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은 우리의 음악과 문화로 일본 대중을 설득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2000년대에 그런 방식은 통하기 어려웠죠. 일본 사람들의 문화적 취향이나 특유의 감정선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해야 했어요. 이걸 해내지 못하면 그저 어느 '외국 아이돌'에 머물 수밖에 없었거든요."


김재중은 "일본 애니메이션 혹은 드라마 삽입곡을 불러 길거리에서도 우리 노래가 흘러나오도록 해 열혈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다가가는 방식이 효과를 거뒀다"며 "일본 대중의 감정을 파고드는 게 중요했다"고 짚었다.


그는 일본 고유의 문화 가운데 한 사례로 콘서트 관람 방식을 꼽았다. 한국의 '떼창'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는 '경청'이다.


김재중은 "일본은 떼창보다는 침묵을 통해 가수의 음악에 집중하는데, 이 순간이 굉장히 감동적일 때가 있다"며 "가수가 오롯이 노래로 감정을 전달하도록 집중도를 100%로 끌어올리게 팬들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담백한 연출이어도 이런 분위기가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도시마다 제프(ZEPP)로 대표되는 소규모 공연장부터 돔·스타디움까지 다양한 공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가수들에게는 크게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김재중은 가수 겸 배우를 넘어 2023년 연예 기획사 인코드를 설립해 세이마이네임, 키빗업, 베이온 같은 아이돌 그룹을 발굴·육성했다. 가수가 아닌 제작자로 일본을 바라볼 때 역시 '유대감'은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팬들과 아주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기에 좋은 시장"이라며 "굉장히 긴 호흡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다. 마쓰다 세이코처럼 60세를 넘겨도 왕성하게 아이돌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고 바라봤다.


또한 인코드에 다수 일본인 멤버들이 소속돼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에도 굉장히 좋은 인재들이 많다. 양국 간 가교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친구들"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재중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가수 김재중이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10.4 ryousanta@yna.co.kr


일본 활동 기간이 길다 보니 김재중과 각별한 사이가 된 J팝 스타들도 많다. 가수 겸 배우 야마시타 도모히사, 록 가수 각트, 록밴드 라르크 앙 시엘의 하이도 등과의 친분이 화제가 됐다.


김재중은 "야마시타 도모히사의 어머니를 공연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친해지게 됐다"며 "저는 데뷔 전부터 라르크 앙 시엘 팬이었는데, 한국에 유학 온 하이도의 지인을 알게 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 음악이 정식으로 개방되기 이전 '길보드'에서 몰래 사 듣던 음악을 부른 분들과 친해진 게 꿈만 같다"고 웃음 지었다.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선 K팝 노하우를 이식한 다양한 현지형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프로듀스 101 저팬' 등 한일 합작 오디션도 여러 시즌에 걸쳐 전파를 탔다. 반대로 우리 가요계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들일 지점은 없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김재중은 자국 음악 고유의 '결'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K팝이 최신 글로벌 트렌드를 기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때로는 우리만의 색깔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가요계에 많은 변화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올 때면 가끔은 한국만의 색깔이 사라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일본은 자국 언어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의 감정과 표현을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죠. 우리도 1980년대 이승철, 1990년대 신승훈 선배님의 음악을 지금도 찾아 듣는 분들이 많잖아요. K팝도 한국 고유의 음악 색깔을 발전시키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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