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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리투 감독작 '디거' 홍보 차 13번째 내한…"한국에 30번 더 오고파"
석유 시추가 불러온 기후 재앙…크루즈, 배불뚝이 꼰대 재벌로 변신
"'디거', 전혀 다른 레벨…인간의 본성·책임 돌아보는 다양한 주제 던져"
"세트장에서 자며 준비…10분짜리 롱테이크 3∼4회 촬영으로 끝내"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0.1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오는 3일 개봉하는 영화 '디거'에서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의 모습은 파격적이다.
탐욕적인 데다 안하무인인 '꼰대' 석유 재벌 록웰 역을 맡은 크루즈는 배불뚝이에 머리가 빠지고 주름이 가득한 노인으로 등장한다. 전작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시리즈에서 보여준 근육질 쾌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크루즈의 파격 변신에 외신 등에서는 벌써 내년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그를 언급했다.
"오스카와 같은 상이나 사람들의 생각, 평가와 관계없이 저는 영화를 만듭니다. 영화 제작 자체가 특권입니다."
'끝없는 사랑'(1981)을 시작으로 배우와 제작자로서 영화 인생 한길을 걸어온 크루즈는 1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6년간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특권"이라며 영화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나타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크루즈는 이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블랙 코미디 영화 '디거'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5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으로 공식 방문한 이후 1년여 만의 내한이다.
이날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는 크루즈는 "이 자리에 정말 오고 싶었다"며 "한국은 항상 올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크루즈의 방한은 할리우드 배우로서 최다인 13번째 방문이다. 그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2023), '탑건: 매버릭'(2022) 등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자주 한국을 찾아 대표 '친한파' 배우로 꼽힌다. 팬들은 그를 '톰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크루즈는 "한국을 13번째 방문하는 건 영광이다. 앞으로 30번 더 방문하길 바란다"며 "'디거'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 ryousanta@yna.co.kr
'디거'는 석유 재벌 록웰의 시추 시설로 전 세계적인 재난이 초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 '버드맨'(2015)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각본상을 받았고,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의 연출자다. '디거'는 그가 9년간 준비한 프로젝트다.
크루즈는 '탑건: 매버릭' 촬영을 하던 2019년 출연 제안을 받고 이 영화에 제작자이자 배우로 참여했다. 그가 연기한 록웰은 사람 인명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탐욕적인 재벌로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꼰대다.
크루즈는 "'디거' 같은 장르는 이전에 읽어보지 못했다. 캐릭터도 듣고 보지 못한 것이었다"며 "이냐리투 감독이 구성한 작품은 독창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안을 받은 날) 밤에 감독님 사무실로 가서 밤새워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레벨이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 ryousanta@yna.co.kr
영화에서 시추 시설로 초래된 빙하의 작은 균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으나, 곧 재앙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록웰을 비롯해 미국 대통령과 각료들은 다른 서사를 구성해 이를 덮으려 한다.
영화는 이들 모습에서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탐욕적인 인간을 떠올리게 하고, 기후 변화, 객관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을 통해 진실을 덮으려는 정치권 등 여러 주제도 경유한다. 이런 식으로 현 세태를 연상시키는 풍자를 유머 있게 그려낸다. 새로운 서사 형식도 택해 영화의 다층적인 결을 형성한다.
크루즈는 "제 이목을 끄는 건 인간의 본성이었다"며 "파격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기쁜 것뿐만 아니라 이면에 담긴 많은 이야기로 여러분과 삶을 되돌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에 대한) 저희 모두의 책임도 아울러 표현한다"며 "다양한 주제를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렌즈를 이 영화가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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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트레일러 세트장에서 자며 캐릭터를 준비했다. 휴식하는 시간마저 활용하고 싶었다"고 했다.
크루즈의 그런 노력이 빛나는 장면 중 하나는 록웰의 연설 장면이다. 전 지구적 재난의 책임을 두고 자신을 질책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록웰은 '석유로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진실을 앞세워 연설한다.
그렇게 10분간 진행되는 롱테이크(편집 없이 한 번에 이어서 촬영을 이어가는 기법) 장면은 크루즈의 압도적인 연기력에 기댄다.
크루즈는 "10분짜리 롱테이크를 3∼4회 촬영만으로 끝냈다"며 "더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냐리투 감독이 충분하다며 안아줬다. 4일을 원래 할애하려고 했는데, 하루 만에 끝냈다"고 웃음 지었다.
크루즈는 취재진 앞에서 당시 대사인 "뱅뱅뱅"(Bang Bang Bang)을 외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 ryousanta@yna.co.kr
크루즈는 이번 작품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협업한 결과물이란 점도 내세웠다. 특히 함께한 이냐리투 감독을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스탠리 큐브릭 감독 등에 견주기도 했다. 크루즈는 스필버그 감독과 '우주전쟁'(2005)을, 큐브릭 감독과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을 함께했다.
크루즈는 "(영화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구현해내는 감독"이라며 "이냐리투 감독은 역사적 거장이자 엄청난 예술가"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크루즈와 함께하기로 했던 이냐리투 감독은 개인 사정으로 내한하지 못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전날 배급사 워너브라더스 코리아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한국 관객 여러분이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보내주시는 놀라운 사랑과 열정, 그리고 뜨거운 성원에 저는 늘 깊은 감동을 받아왔다"며 "여러분과 함께할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돼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디거'를 향한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저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도 여러분께서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언제나 보내주시는 사랑과 이해, 그리고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크루즈는 2일 레드카펫 행사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톰 크루즈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6.10.1 ryousanta@yna.co.kr
encounter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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