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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트레이닝이 비인간적? 발레 훈련도 혹독…서구의 선입견"

입력 2026-09-25 08: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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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 美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 이론서 'K팝 댄스 교육' 출간


"K팝은 비바람 견딘 뿌리 깊은 나무…두꺼운 팬덤에 20∼30년 거뜬"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이론학과 교수

[오주연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구권 일각에서는 치열한 K팝 트레이닝이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죠. 하지만 발레 역시 혹독하게 훈련하지 않는다면 세계 무대에 설 수 없어요."


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무용이론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K팝을 향한 이 같은 서구권의 시각에 대해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선입견"이라며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은 필수적인 기술 훈련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구권의 이 같은 스테레오타입은 식민지 역사의 잔재로 볼 수 있다. 서양은 아시아를 향해 비인간적이고 인권에 무관심하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 자신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외에서 K팝 댄스를 학술 차원에서 접근한 선구자 격인 오 교수는 한국에서 예중, 예고를 거쳐 이화여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무용수 출신이다.


그는 2023년 미국 대학 최초로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된 K팝 댄스 수업을 이끌었고, 같은 해 현지에서 최초의 K팝 댄스 이론서인 'K팝 댄스: 춤, 팬덤, 소셜미디어'를 펴냈다.


오 교수는 이후 3년 만인 최근 미국 현지에서 세계적인 학술 출판사 루틀리지를 통해 'K팝 댄스 교육 : 꿈꾸는 이들에게'를 출간했다. 이 책은 K팝 댄스 교육과 관련한 최초의 학술서다.


오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K팝 댄스 전문가와 아이돌, 기획사 경영진, 안무가 대상 현장 연구를 토대로 K팝 퍼포먼스, 교육, 산업 구조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는 "K팝을 좋아하는 누구나 K팝 댄스를 학술적, 예술적으로 접근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책에서 다양한 문화와 춤의 문법을 수용하고, 이를 새로운 표현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K팝의 독창성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책에서는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 사례가 제시됐다. 해당 안무에서는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동작이 등장하지만, 이는 단순 모방이 아닌 재창조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K팝을 모방 혹은 진정성 부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중잣대가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서구의 발레나 현대 무용은 여러 국가의 전통 요소를 차용해도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지만, 아시아 가수는 그 나라의 전통춤을 춰야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하는 식이다.


오 교수는 "유럽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많은 음악, 패션, 시각 예술, 무용 요소를 차용했지만,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를 평가해왔다"며 "당장 루브르 박물관만 가보라. 자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유산을 가져다 놓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신간 'K팝 댄스 교육'

[오주연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마이클 잭슨을 따라 할 순 있지만, 누구나 정국처럼 출 수는 없다"며 "K팝 댄스뿐만 아니라 무용은 선배 혹은 선생을 따라 해야 배울 수 있다. 따라만 하는 건 카피(Copy)이지만, K팝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건 그 단계를 넘어선 체득(體得)"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책을 통해 전 세계를 휩쓰는 K팝 한류의 경쟁력도 분석했다.


K팝은 작곡·프로듀싱·안무·퍼포먼스 등에서 글로벌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하고, 다민족·다인종 댄서가 함께 무대를 꾸미는데,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와 전문성이 결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K팝의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K팝의 핵심 인기 동력으로 '춤'을 꼽으며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같은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팝스타는 백업 댄서가 춤을 추고, 가수는 약간의 움직임을 보일 뿐 노래에 집중한다"며 "그런데 K팝 아이돌은 춤과 노래를 한 번에 다 하는데도, 그 수준이 전문 무용수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 예절도 바르고 팬을 만족시키고자 온 힘을 다하는 등 한국에서 바라는 인재상이 잘 발현됐다"며 "이는 K팝 기획사들이 훌륭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했다. 춤은 올림픽 체육 종목과 같아서 어린 나이에 혹독한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고난도 K팝 퍼포먼스는 화려한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후렴구 하이라이트 부문에서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이른바 '포인트 안무'가 자리한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를 통해 K팝은 곧 아르헨티나의 탱고, 아일랜드의 탭 댄스처럼 한 국가를 대표하는 춤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K팝 안무는 전반적으로는 어렵지만, 후렴구 10초 정도에는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제스처가 있다"며 "20대 건강한 전공자만 따라 할 수 있는 춤이라면 파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K팝 댄스는 이 같은 포인트 안무를 통해 세대와 국경을 넘어 가장 대중적인 춤이 됐다"고 조명했다.


오 교수는 이처럼 가수들의 탄탄한 실력에 대중성과 파급력까지 갖춘 K팝의 인기는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이제 K팝의 소비층이 유아층까지 확대됐다는 점을 들며 "세대별로 두꺼운 팬덤이 축적됐다. 20∼30년 지난 후에도 K팝은 하나의 춤이자 음악 장르로 단단하게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팝의 인기는 갑자기 상승한 게 아닙니다. 척박한 땅에서 모진 비바람을 맞으며 버텨내 뿌리 깊은 나무가 된 거죠. K팝은 미국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질 겁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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