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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 '조춘청랑' 국내 인기 톱10…티빙 상위 20위 중 6편 포진
완성도 향상·긴 호흡 로맨스물 강점…"국내 업계 위기감 가져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특정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중국 드라마(이하 '중드')가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대중적인 흥행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12일 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중국 시리즈 '조춘청랑'은 전날(11일) 기준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6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 사이트 투둠의 9월 첫째 주(8월 31일∼9월 6일) 주간 차트에서 국내 9위로 톱10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일간 순위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조춘청랑'은 중국 베이징을 배경으로 까칠한 상사와 마음 따뜻한 신입사원의 사내 연애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오피스 로맨스물이다. 징보란(井柏然)·쑨첸(孙千)의 호연과 섬세한 연출에 힘입어 같은 기간 글로벌 비영어쇼 부문에서도 2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올 3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장링허(张凌赫)·톈시웨이(田曦薇) 주연 로맨스 사극 '옥을 찾아서' 역시 화려한 영상미와 독특한 서사로 4주 연속 국내 인기 시리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토종 OTT 티빙에서도 중국 작품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날 기준 티빙 실시간 인기 드라마 순위에는 '저일초과화', '가업', '가우천성', '작골' 등 6편의 중국 작품이 상위 20위권에 들었다. 특히 중화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 '저일초과화'는 9월 첫째 주 주간 순위에서도 톱10에 진입(9위)했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중국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국내 시청 수요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특유의 어색한 더빙과 컴퓨터그래픽(CG), 과장된 연기 등으로 마니아층을 제외한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몇 년 새 K-콘텐츠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연달아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편견을 깼다는 것이다.
실제 2023년 국내에 '중드 입문 열풍'을 일으킨 청춘 로맨스물 '투투장부주'를 비롯해 2024년 통쾌한 '사이다 복수극'으로 입소문을 탄 로맨스 사극 '묵우운간', 올해 초 티빙에 공개돼 섬세한 감정선으로 호평받은 로맨스물 '쌍궤' 등은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또 최근 K-드라마가 장르물 중심으로 재편되고 회차 역시 8∼12부작 안팎으로 줄면서, 로맨스 중심의 서사를 길게 즐기려는 국내 시청 수요가 다양한 소재와 풍부한 물량을 갖춘 중국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현재 중국 드라마는 연출, 촬영, 연기 등 전반적인 수준이 한국 드라마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며 "한국 드라마가 짧아지고 로맨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긴 회차와 두터운 배우 풀을 갖춘 중드가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고 짚었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국내 OTT들은 발 빠르게 수급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티빙이 앱 내에 별도의 '중국드라마관'을 꾸려 독점 수급작을 전면에 배치하는가 하면, 웨이브와 왓챠 등도 아시아 시리즈 큐레이션을 강화하며 라이브러리를 확충하고 있다.
최근 치솟은 제작비 부담으로 국내 신작 드라마 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미 제작된 완성도 높은 해외 작품을 들여오는 방식은 플랫폼의 콘텐츠 공백을 채우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20∼50회에 달하는 긴 호흡 덕에 시청자가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몰아보는 '정주행' 비중이 높아,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유료 구독자를 붙잡아두는 효과도 톡톡하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는 "중드 마니아 사이에서는 '한번 중드에 빠지면 계속 중드만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팬덤과 충성도가 탄탄하다"며 "고전 클리셰를 담은 로맨스물이나 직관적인 판타지 사극 등 익숙하고 편안한 내러티브를 찾는 시청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가 국내 제작 생태계에 던지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빠르게 완성도를 끌어올린 중국 콘텐츠가 해외 주력 시장까지 파고들며 K-콘텐츠의 입지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최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로맨스 대신 중국 드라마를 찾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단순히 신기한 현상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 측면에서 국내 콘텐츠 업계가 상당한 위기감을 가져야 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gahye_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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