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래퍼 김심야 "결혼 생활로 화합 배워…성공 척도는 마음의 평안"

입력 2026-09-09 18:00:00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6년 만의 2집 '도그마'…박찬경 연출 26분 길이 뮤비 '눈길'


곡 건너뛰지 못하는 실물 음반…거친 랩 대신 EDM·팝 요소 전면에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 지향…데뷔 10주년, 잠재력 절반쯤 보여줘"




래퍼 김심야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전 여전히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사람이지만, 결혼 생활을 통해 협업과 화합의 의미를 탐구할 수 있었어요. 알을 깨고 나온 느낌입니다."


래퍼 김심야가 9일 발표한 정규 2집 '도그마'(Dogma)에서는 전작과 달리 명상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016년 음악 프로듀서 프랭크(FRNK)와 결성한 듀오 XXX로 데뷔해 강도 높은 랩을 선보여온 그는 정규 1집 '독'(Dog·2020년), 미니앨범 'w18c'(2023년) 등을 거치며 전자 음악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더니, 6년 만의 정규앨범에선 세련된 전자 사운드와 팝의 요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심야는 이를 통해 분노와 비관 대신 화합과 협업, 옳고 그름 너머에 있는 마음의 평안을 지향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심야는 "완벽한 옳음이나 그름은 존재하지 않더라. 이 사실을 깨닫고 수행과도 같은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 저는 줄곧 일관성과 진실성을 강조해왔지만, 세월이 흐르고 다시 보니 이 또한 반쪽짜리 같았다"며 "그 당시 제가 거짓을 말했다는 게 아니라 인생을 더 배워보니 당시의 제가 얕았다는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간 자신이 견지한 태도가 독단적이었다는 자각에서 '도그마'(독단적인 신념)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2023년에 한 결혼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공익 근무와 결혼이 확실히 큰 영향을 끼쳤어요. 제 삶의 2막을 열어준 느낌이죠. 과거에는 분노가 많았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좋은 기회들을 흘려보낸 적도 있었을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2집은 이태원 DJ 신에서 주목받는 팀 사운드 서플라이 서비스(Sound Supply Service) 멤버들이 전곡을 프로듀싱한 앨범이다.




래퍼 김심야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이 라이프 & 나싱 엘스'(Me Life & Nothing Else), '무브 마이 피트'(Move My Feet), '9 아웃 오브 10'(9 Out of 10), 'HDI HDI HDI HDI HDI HDI' 등 10곡이 담겼다.


김심야는 앨범 전반부에선 EDM 앨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자 음악 색깔을 짙게 드러냈고, 3번 트랙'T-H-I-R-S-T-Y'에선 곡의 상당 부분을 랩 대신 소리로 채웠다. 'HDI HDI HDI HDI HDI HDI'는 귀에 감기는 서정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와 팝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김심야는 "말(랩) 외에 소리(사운드)라는 표현의 도구가 하나 더 생겨난 것 같다"며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소리로는 전할 수 있다. 그래서 소리에도 흥미를 많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만들 때 항상 팝적인 요소도 고려한다. 과거 불친절한 음악에서 이제는 듣기 편한 음악으로 '툭' 넘어가는 느낌"이라며 "아트(예술성)와 대중성 사이의 어딘가를 늘 지향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앨범 마지막 트랙 '킵 카운팅'(Keep Counting)은 귓가를 사로잡는 비트와 유려한 랩이 조화를 이룬 곡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전형적인 힙합 트랙을 마지막에 배치한 셈이다.


김심야는 앨범 구성에 대해 "전반부엔 제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담아냈다면, 후반부엔 지금까지 절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실었다"며 "카니예 웨스트의 '이저스'(Yeezus) 앨범의 마지막 곡 '바운드 2'(Bound 2)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것처럼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준 뒤 마지막엔 청취자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집의 실험적인 면모는 4천500장 한정으로 발매된 실물 앨범에서 잘 드러난다. 음반은 CD가 아닌 재생 기기 형태로 제작됐는데, '멈춤'과 '재생' 버튼은 있지만 '건너뛰기'는 불가능하다. 후반부에 실린 곡을 들으려면 좋든 싫든 전반부를 무조건 들어야 하는 구조다.


김심야는 "명상 기기가 실물 음반의 출발점이 됐다"며 "명상을 다들 쉽게 생각하지만, 움직이거나 꿈틀대고 싶은 것을 힘들게 참아가며 하지 않나. 그러한 경험을 음반을 통해서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도그마' 앨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비스츠앤네이티브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에 실린 전곡을 하나의 시각적 흐름으로 구현한 26분짜리 뮤직비디오는 영화감독, 사진작가, 영상예술가로 활동하는 박찬경 감독이 연출했다. 박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다. 스산한 풀숲, 건물 공사 현장, 목탁 대신 칼을 든 스님 등이 등장하는 감각적인 영상은 음악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심야는 "영상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표현 창구"라고 말했다.


1995년생인 김심야는 중국, 호주, 미국 등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생 시절 온라인 게시판에 자작곡을 올리며 힙합 스타의 꿈을 키웠고, 오디션을 통해 들어간 크루(Crew·음악 팀)에서 프랭크를 만났다. 성인이 된 뒤 프랭크와 함께 낸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를 들은 지금의 소속사에서 연락이 와 2016년 정식 데뷔했다. 지난 10년 동안 자신의 잠재력을 얼마나 꽃피운 것 같냐고 물으니 "절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실 랩을 잘하면 이성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아서 힙합을 처음 접했다"며 "요새 제가 생각하는 성공의 척도는 마음의 평안이다. 극적인 기쁨이나 슬픔 없는 평안한 상태가 최고로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tsl@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09-09 1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