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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SNS서 화제…제작 문턱 낮아지자 1인 창작 활발
실사 한계 넘은 파격적 서사…전문가 "승부처는 기획과 스토리"

[인스타그램 'steelcut.studio'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 기자 = "어느 날, 내가 즐겨 읽던 로판(로맨스 판타지) 속 세계로 들어왔다. 근데 왜 현실 외모 그대로지?"
최근 소셜미디어(SNS)를 달군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 '빙의는 했는데 얼굴이 따라왔습니다' 속 대사다.
로판 장르의 전형인 화려한 외모의 주인공 대신 지극히 평범한 현실의 얼굴 그대로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인물이 이야기를 이끈다. 주인공이 대공비가 되기 위해 얼굴에 걸린 저주를 풀어줄 성녀를 찾아 나서는 기발한 여정이 주된 줄거리다. 이 작품은 값비싼 서양풍 세트장이나 배우 캐스팅 없이 실사화가 까다로운 독특한 설정을 오직 생성형 AI 기술만으로 시각화했다.
온라인 반응은 뜨겁다. "실사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설정을 제대로 살렸다", "이게 바로 AI의 순기능"이라는 호평이 쏟아지며 엑스 200만 회, 유튜브 36만 회의 조회수를 단숨에 기록했다.
SNS를 무대로 한 'AI 드라마' 열풍이 거세다. 초기에는 'AI로 영상을 구현한다'는 기술적 신기함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과감한 서사와 빠른 호흡의 플롯을 앞세운 콘텐츠 자체 경쟁력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 무협·SF부터 BL까지…자본·심의 한계 깬 '날것의 스토리'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에서 '#AI드라마' 해시태그를 단 영상은 1만2천여 개, 전문 채널은 1천900여 개에 이른다.
이러한 확산세는 카메라, 조명, 캐스팅 비용을 텍스트 프롬프트(명령어)로 대체한 제작 환경 덕분이다. 탄탄한 기획력만 갖추면 개인도 손쉽게 영상을 제작·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방송사나 OTT에서 다루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소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사 제작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SF, 무협, 판타지는 물론 비주류 서브컬처인 BL(보이즈 러브) 장르까지 참신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구현되는 중이다.
한 1인 AI 영상 제작자는 "AI로 인해 영상 제작 비용이 줄고 제작 시도에 대한 허들이 사라졌다"며 "영상과 관련 없는 분야 사람들도 유튜브에 'AI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각자 1인 스튜디오 채널을 만드는 걸 보면 누구나 창작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유튜브 이용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개인 창작자 위주였던 AI 영상은 점차 제도권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2024년 국내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중원대는 전국 최초로 'AI드라마제작학과'를 개설해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
제작 문턱이 낮아진 만큼 대중적 흥행작도 잇따르고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통쾌한 복수극을 다룬 한 액션물은 단일 영상 조회수 170만 회를 돌파했으며, 판타지·현대물 등 주요 시리즈 몰아보기 영상도 평균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평소 웹툰, 웹소설을 즐겨 보는 대학생 이모(22) 씨는 "AI 드라마는 실사와 애니메이션 사이에 있는 느낌이라 AI 제작 여부를 떠나 스토리가 재밌는 영상은 보게 된다"고 말했다.
◇ "결국 승부처는 기획력"…저작권·양산화 극복은 숙제
전문가들은 AI 드라마의 확산이 단순한 제작 방식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영상 장르와 창작자 생태계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AI 기술을 통해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텔링을 제약 없이 시도할 수 있게 된 만큼, 역설적으로 참신한 기획과 탄탄한 서사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권승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 유튜브 브이로그가 다큐멘터리보다 완성도는 떨어져도 특유의 일상적 친근함으로 인기를 얻었듯, AI 드라마도 고유 매력을 바탕으로 새 장르로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이어 "초기 흥행 요인은 기존 미디어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캐릭터와 설정"이라며 "촬영과 편집이 자동화되면 인간에게 남은 영역은 기획과 스토리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비전문 인력도 AI로 손쉽게 영상을 기획, 제작, 유통하면서 창작 패러다임이 일반 대중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가상 인물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만큼 수용성도 높아진 만큼 기술 특성에 맞춘 새로운 스토리텔링과 플롯 설계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다만 온전한 산업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저작권과 초상권 등 창작 윤리와 법적 리스크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AI의 데이터 무단 학습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와 초상권 문제 등 아직 많은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다"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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