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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 이어 '유부녀 킬러'·'재벌X형사2' 통쾌함 선사
"사법 시스템 향한 불신이 배경…일상적 인물의 초현실적 이야기"

[S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와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2'가 동시간대 안방에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3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유부녀 킬러'와 '재벌X형사2'는 각각 9.9%, 7.9%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2.0%p 격차를 보였다.
두 드라마는 법과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은 주인공들을 앞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부녀 킬러'에선 평범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냉철한 킬러가, '재벌X형사2'에선 막대한 재력과 인맥을 가진 철부지 재벌 형사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법으로 범죄자를 응징하며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 킬러의 육아휴직·형사의 재력…평범함과 특별함의 공존
'유부녀 킬러'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비밀리에 킬러로 활동하던 워킹맘이 육아휴직을 끝내고 현업에 복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주인공 유보나(공효진 분)는 기자인 남편 권태성(정준원)과 결혼해 4살짜리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두루미전자 영업3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짜 정체는 범죄자를 처단하는 전설의 저격수 '킹피셔'로, 회사원이란 신분 역시 위장이다.
"감옥에 갇히는 게 안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범죄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일상은 여느 직장인이나 주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의 무력함에서 오는 번아웃(정서적 소진)을 견디지 못해 사표를 내는가 하면,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에 마음고생도 한다.
출산 후 3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그는 '클라이언트 미팅'을 빙자한 첫 임무를 대낮에 서둘러 끝낸다. "남편이 오늘 늦어 애 데리러 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과 가정생활 모두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워킹맘의 일상성과 잔혹한 킬러라는 비일상성이 한 인물 안에서 공존하는 모습이 '유부녀 킬러'의 재미 요소다.

['유부녀 킬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재벌x형사2'의 주인공 진이수(안보현) 역시 범죄자를 잡는 형사인 동시에 엄청난 부와 권력을 지닌 재벌가의 '도련님'이란 점에서 이중적 면모를 지닌다.
시즌1에서 변호사 자격으로 얼떨결에 특채 형사가 된 그는 경찰학교에서 정식 훈련을 마치고 시즌2로 돌아왔다.
'수사가 막히면 돈이 부족한 게 아닌지 생각해 보자'는 그는 일반적인 형사라면 예산이나 절차의 한계 때문에 엄두를 내기 힘든 수사도 막대한 재력으로 밀어붙인다. 폐가 수색에 영장 집행이 필요하자 그 집을 아예 사들이고, 해외로 도피한 용의자를 붙잡기 위해 전용기를 띄우는 등 아낌없이 돈을 쓰는 '플렉스 수사'로 위기를 타개한다.
반면 모든 것을 가진 듯한 재벌도 직장 생활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시즌2에서 진이수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주혜라(정은채)는 경찰학교 시절 그를 혹독하게 훈련한 '악마 교관'이다. 교관과 교육생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다시 만나 충돌하면서도 차츰 신뢰를 쌓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도 작품의 관전 요소다.

['재벌X형사2'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총과 돈으로 뚫는 답답한 현실…"공감 안기는 생활밀착형 히어로"
'유부녀 킬러'와 '재벌X형사2'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이다 같은 쾌감이다. 유보나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총으로, 진이수는 사법 시스템 안에서 돈과 인맥으로 범죄자를 잡는다. 방식은 다르지만, 현실에선 통용되지 않는 수단으로 문제를 단숨에 풀어나가는 점은 같다.
두 사람은 법이 공정하고 강력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대신 해소해주는 존재다. 주부와 형사라는 현실적인 인물이 비현실적인 힘으로 악인을 처벌한다는 판타지가 속 시원한 쾌감을 안긴다.
이러한 주인공은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쓴 SBS 드라마 '김부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부장'에선 특수요원 출신이지만 홀로 딸을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년 아빠 김부장(소지섭)이 딸이 납치되자 정체를 드러내고 악인을 직접 응징하는 통쾌한 액션이 국내외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배경에 사법 제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사법 체계 자체가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현실이 역설적으로 기존 공권력이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악질 범죄자들, 돈과 권력이 있는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있다"며 "이런 가운데 킬러로 활동하는 주부, 경찰이 된 재벌 같은 역할은 드라마 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라고 해석했다.

['유부녀 킬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물에게 비범한 능력을 부여한 설정 역시 현실감을 더하는 장치로 풀이된다. 직장과 가정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과 결정적인 순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겹쳐두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적인 몰입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우리 역시 언제든 폭력적인 상황이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실엔 없을 것 같은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영웅보다 일상에 존재하는 영웅을 보여주는 것이 초현실적인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이런 주인공들의 경향이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공통적인 흐름이라고 꼽으며 "지상파의 주요 시청층을 겨냥해 공감 요소를 장르물과 결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벌X형사2'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m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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